[고영경의 마켓 나우] 동남아가 ‘하이브·민희진’ 지켜보는 까닭
하이브와 하이브의 자회사인 어도어 사이의 경영권 다툼이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대표주자인 하이브는 BTS의 소속사다). 그 중심에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있다.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를 비롯해 동남아 현지 주요 매체도 주요 뉴스로 다뤘다. 논란의 발단과 전개를 전하는 관련 기사들에서 ‘민희진은 누구인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헤드라인에 ‘Min Hee Jin’(민희진)이 들어간 기사들은 그가 SM 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 ‘여성 CEO로서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그의 주장,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에 대한 소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담았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K팝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한류산업의 이슈다. K팝은 이미 거대한 글로벌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곳곳에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간한 ‘2023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한류 팬은 2023년 12월 기준 2억2500만명으로 2012년 대비 무려 24배 증가했다. 적극적인 팬들의 모임인 한류 동호회 수는 1748개나 된다. 그중 가장 강력한 팬덤은 역시 K팝에서 나온다. 한류 동호회 중 약 68%가 K팝 동호회이다. 세계 랭킹에서 동남아는 회원 수로는 2위(4043만 6392명), 동호회 수로는 1위(268개)를 차지한다.
동남아의 든든한 K팝 우군들은 이제 K팝 시스템을 받아들여 자국 음악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동남아 현지화의 성공 사례로 필리핀의 SB19, 인도네시아의 스타비가 있다. SB19는 2020년 빌보드 소셜50 차트 2위까지 오르며 빌보드에 오른 최초의 동남아 아이돌 그룹이 됐다. 스타비는 한국에서 3개월간 트레이닝을 받아 ‘케이팝 연수돌’이란 애칭이 붙기도 했다. 스타비의 히트곡 ‘뱅’은 한국 음악감독과 인도네시아 프로듀서의 협업으로 나왔다.
한국의 빅4 엔터 기업들도 해외 현지화된 K팝 아이돌을 육성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인 없는 K팝 시스템의 확산이 K팝 4.0 시대의 한 흐름이 될 것이다.
K팝 시스템을 수용하는 해외 기업들의 롤모델은 당연히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멀티레이블 체제의 이면, 콘텐트 기업에서 아트디렉터와 경영진의 시선 차이에서 빚어질 수 있는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동남아를 비롯해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지점은 ‘어떻게 해결하고 다음을 준비하는가’이다. 하이브와 어도어가 가는 길이 더 큰 K팝 생태계의 또 하나의 표준,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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