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보도, 의미와 문제의식 더 담았어야

박소영 2024. 4. 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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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49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가 지난 23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4월 한 달간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에 실린 주요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총선과 의대 증원, 세월호 10주기 관련 보도에 대해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여당 한동훈 위원장 인터뷰를 5일자 1면에, 야당 이재명 대표는 8일자 1면에 실었다. 한위원장 인터뷰는 사진이 실렸고, 이 대표 인터뷰에는 사진이 없었다. 대신 같은 면 다른 기사에 두 사람 사진이 실렸다. 형평성에 맞게 똑 같은 비중으로 인터뷰 사진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10일 기시다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 관련 미일동맹 기사가 9일부터 16일까지 매일 실렸다. 중앙선데이도 비중있게 다뤄 미일 동맹기사가 일주일 넘게 실렸다. 총선 시기에 다소 과했다. 그런 것 치고는 최종 라운드업하는 기사는 없었다. 22일자 강태화 워싱턴 특파원이 글로벌 리포트에서 다룬 ‘글로벌 파트너된 미일…한국, G8먼저 노려야’가 의미와 재미를 두루 갖췄다.

유재연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3월27일자에 총선 출마자 508명의 공약 분석기사가 실렸다. 일방적인 선언식 공약들을 잘 짚었다. 이런 일방적인 묻지마 공약들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반복해서 나온다. 기획 기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내는 게 바로 언론의 힘이다.

4월3일에 ‘3세 아이 살리려 애쓴 그 병원…6억에도 의사 구하기 힘들다’는 신성식의 레츠고9988이 인상깊었다. 다른 신문들은 병원을 향한 비난과 함께 의사 증원문제와 맞물려 지역 의사가 부족하다는 기사에 그쳤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지방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병원 본부장 인터뷰, 보은군 보건소장 이야기에 일본 지자체들의 대처 등 대안까지 제시하는 좋은 기사였다. 이런 기사는 숏폼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하면 좋겠다. 세월호 10주기 기획은 1면에 다루지 않고 12면 톱, 28면 외부 저자 칼럼으로만 다뤄 아쉬웠다.

이영주

▶이영주 경기도 사회적경제원 이사장(전 검사장)=4월11일자 18면에 총선 문자 전화 공유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이번 총선 기간 타지역 후보자 홍보 전화문자가 유난히 많았다. 나를 포함해 주변에서도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당사자 동의 없는 개인 정보 수집은 당연히 불법이다. 선거 홍보 등에 사용되는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상당수가 주차 차량이나 동창회 종교단체 연락망 등을 통해 수집된다고 한다. 총선 관련 개인 정보 민원도 지난 대선의 2배였다고 한다. 공직선거법으로는 규제할 방법이 없으니, 대책이 시급하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은 문제를 놓치지 않고 다룬 좋은 기사다.

지철호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전 공정위 부위원장)=총선 결과 야당이 압승했다. 보수언론들은 좀 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기사를 써야 한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매번 홍보기사처럼 보도할 필요가 있었을까. 정부 정책이나 사업이라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점검하는 기사가 아쉽다.

이 점은 의정갈등에도 적용된다. 1일자 이하경 칼럼은 물론, 2일자 사설, 4일자 중앙시평까지 의대정원 2000명 늘리기는 대통령 고집이라고 지적해놓고 정작 기사에서는 대통령 입장을 지지하거나 중립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6, 17일에 게재된 ‘벨트 검사’는 과감한 기획이었다. 중앙일보의 보도를 높이 평가한다. 이틀에 걸쳐 전관예우 자격증처럼 악용되는 제도 실태에 그치지 않고 개선 대책까지 제시했다.

김용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국회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양당제가 굳어진 우리 현실에서 각 당의 지지자가 상대방을 혐오하고, 서로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정치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이런 현실을 혐오하면서도 차선으로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정리를 해줘야 한다.

22일자 1면에 실린 ‘참사 될 것…청년 적은 시민대표단, 연금개혁 개악 택했다’기사와 관련해 시민대표단은 국민을 500명으로 샘플링한 집단이다. 이들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마지막에 3차투표에서 결론을 냈다. 중앙일보 보도는 투표결과를 더 분석하고 시민대표단이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한 분석기사를 내기보다는 재정안정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쓴 다소 일방적인 기사가 아니었을까.

15일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승자의 겸손 필요할 때’ 기사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정치현실, 사회현실, 국민들의 의식 측면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오세정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22일자 1면톱에 실린 ‘여론조사로 되짚어본 총선’ 기사는 심층적으로 취재한 분석기획이다. 정치평론가들이 의대증원 등 특정 이슈들 중심으로 선거결과를 분석했다면, 이번 기획은 유권자들이 이슈별로 어떤 시점에 자기의 표를 결정했는지를 정확하게 데이터로 보여줬다. 대선때 대통령을 찍은 사람중 10% 정도가 이번 총선에선 야당에 표 던졌다는 내용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독자위원회

10일자 12면에 게재된 ‘교실 밖 초등생 2만명’ 기사를 보면 제도권 밖에 있는 학생이 계속 늘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 학생도 많은데, 소외된 이슈를 제기하고 사회를 환기시키는게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이 의정문제에 관한 보다 건설적인 아젠다 세팅을 해주길 바란다. 2000명에 대한 옳고 그름은 더는 의미가 없다. 해결책을 제시할만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취재해 해법을 찾아달라.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2일자 2면에 ‘늘어난 조력사망…세계는 지금 소송앓이 중’은 다루기 민감한 내용을 중립적인 관점에서 다룬 수작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조력 사망 관련 소송 대부분을 조력 사망을 원하는 당사자가 제기한다는 것이다. 조력 사망이 이제 개인의 권리가 됐다는 방증이다.

3일자 8면의 ‘암 중증 진단만 받아도 연명 의료 계획서 작성이 가능해진다’는 기사는 임종 직전인 말기 환자에게만 허용됐던 연명 의료 중단을 이전 단계로 앞당기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통해 중앙일보가 벼락치기 존엄사 문제를 1년 전에 다룬 사실도 알게 됐다. 한차례 보도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체크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세월호 기획은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1면에 기사가 실리지 않았고, 4명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도 절절한 사연이나 감동을 더 담았으면 어땠을까.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19일자 경제 5면 ‘탈쿠팡 고객잡아라…네이버, 당일배송도 시작했다’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쿠팡의 경쟁사인 G마켓이나 옥션, 컬리, 네이버 등은 이 기회를 활용, 연회비를 내리거나 일정 기간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탈쿠팡’ 고객 잡기를 하고 있다. 고물가시대 이커머스들의 경쟁 속에서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혜택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17일자 12면 세월호 기사는 우리의 가슴 아픈 과거를 상기시키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해양 선박 인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참사 때마다 책임자 처벌 및 법, 제도의 핑계에만 매몰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5일자 경제 1면에 ‘왕서방 1년 새 52조 샀다’는 제목의 금값 급등 기사가 났다. ‘왕서방’은 짱깨와 함께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뉴스를 제작하고 제목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중국인이라는 건조한 표현보다는 ‘왕서방’이 독자의 시선을 끄는 매력적인 단어로 생각될 수 있지만, 외국인 비하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

13일 새벽 5시 온라인에 ‘[단독] 새 비서실장 원희룡 유력, 총리 권영세 검토’기사가 올랐다. 결과적으로 이 기사는 오보가 됐다. [단독]은 신문사의 취재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지만, 오보는 신문의 공신력을 떨어뜨린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세월호 관련자 4명을 인터뷰한 중앙일보 기획은 너무 짧은 감이 있다.

김주형

▶김주형 서울대 교수=총선 보도 관련한 중앙일보만의 개성있는 기획을 기대했다. 그러나 장덕진, 강원택 교수의 ‘Outlook’, 그리고 몇몇 사설과 칼럼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보도는 대체로 평면적이었다. 국가적 의제가 무엇이고, 새로 구성된 국회가 어떤 입장을 내고 어떤 논쟁을 벌이게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언론이 더 적극적으로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

세월호 10주기 관련 보도도 아쉬움이 남았다. 16일 당일 한 면을 할애해 생존자와 관계자 등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은 좋았지만, 이 정도로 크고 중요한 사안에 대한 추모와 기억,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했다. 내부 필진의 칼럼이나 사설이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정리=박소영 기자, 심혜주 인턴 park.s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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