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제도화한다는데…현장에선 정책과 ‘엇박자’

민태원 2024. 4. 2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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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사법 당국 다른 행보, 합법화 추진 ‘무색’
PA 활용 의사 무조건 ‘보특법’ 적용 무리…“사안 경중 따라 신중 결정 필요”
뉴시스

정부가 전공의 집단 이탈로 빚어진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진료지원 간호사, 이른바 ‘PA(Physician Asistant)’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위법 행위로 내몰리는 엇박자가 연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PA 간호사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고, 정부 방침에 따라 이들에게 업무를 맡긴 병원들도 법적 처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실정이다.

정부, PA 제도화 추진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한간호협회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 방안’을 주제로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해당 토론회에서 김성렬 고려대 간호대 교수와 이지아 경희대 간호대 교수가 참석해 미국, 일본의 PA 간호사 전문 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이지아 교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1995년부터 특정 간호 분야에서 수준 높은 간호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정간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19개 분야별로 800시간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미국에는 10개 분야에 전문 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갖춘 ‘전담 간호사 공인제도’가 있다.
PA 간호사는 수술 보조, 검사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보조 등 의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지만, 의사 수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는 PA 간호사의 숫자는 지속 증가 추세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1만명 이상의 PA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발표 이후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하면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수가 더욱 부족해지고 진료 공백이 커지면서 그 불이익은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PA 활용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된 상황이다.

복지부는 이런 의료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는 한편,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PA 간호사의 합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PA들이 법적 보호를 받으며 일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에는 간호사를 일반 간호사, 전담 간호사(PA), 전문 간호사 등 3가지로 구분해 응급 심폐소생, 약물 투입 등 100여 개 행위에 대한 수행 가능 여부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혈액 검체 채취·배양 검사는 모든 간호사가 할 수 있지만 응급상황에서 동맥혈 채취, 수술 부위 봉합 등은 전문 간호사와 전담 간호사만 가능토록 했다.

PA 활용 처벌 사례 잇따라…의료진 면허 취소 위협
이런 상황이지만, 정작 진료 현장에서 여전히 PA 간호사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PA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의료법에는 규정돼 있지 않은 직역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PA를 활용한 병원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부의 PA 간호사 활용 독려와 제도화 추진을 무색하게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최근 대법원은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행한 간호사와 이를 지시한 의사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형사처벌을 확정했다. 복지부는 PA 간호사의 근골격계 체외충격파 시술을 허용했지만, 사법부는 이를 불법으로 판단해 형사처벌하고 해당 의료인은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물론 전문의 중심의 전문병원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술이 많은 분야 전문병원들은 원래 전공의가 없는 탓에 PA 간호사 의존도가 높았고, 최근 대학병원 진료공백 사태로 환자들이 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병원은 PA 시범사업 대상이 아닌 만큼, 법의 경계선에 놓여 있는 전문병원 PA 간호사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전국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간호사, 간호 조무사들의 수술 및 진료보조 행위에 대해서까지 무작정 사법처리하고 자격 정지, 면허 취소, 영업 정지 등 강력한 행정 처분을 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진료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정한 수준의 규제가 가해지고 그에 따른 불이익 처분이 수반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현행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진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처벌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대부분의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행법과 정책에 대해 의사들 불만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관련 법률 규정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보건범죄 단속 특별조치법(이하 보특법)은 ‘부정 의료업자’에 대해 2년 이상의 유기 또는 무기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그와 함께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일단 보특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밖에 없도록 돼 있는 것.

여기서 ‘부정 의료업자’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업(業)으로 한 사람을 말하는데, 현재 판례에 따르면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 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경우 당사자 본인이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부정 의료업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
PA 간호사나 간호 조무사로 하여금 수술·진료 보조행위 등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게 하면 병원장과 봉직 의사들까지 보특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해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PA를 활용하는 의사는 보특법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돼 아무리 가벼운 사안이라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고 의료법에 따르면 징역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면허가 취소될 수 있으니, PA를 활용하는 병원의 의료인들은 언제든지 면허 취소가 될 수밖에 없는 위험을 항상 갖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전국 활동 PA의 수가 1만명 정도라고 하니, 수사 기관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최소 수 천명의 의사들이 자격을 잃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뉴시스

돌팔이 처벌 목적 ‘보특법’, PA 활용 의사에 무리한 적용 안돼
이에 대해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이 같은 법적용은 보특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므로 사안의 경중에 따라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여부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보특법은 1969년 제정 당시 부정식품·의약품·독극물 사범 및 부정 의료업자를 처벌해 국민보건 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했으며, 보특법이 처벌 대상으로 삼고자 했던 ‘부정 의료업자’는 당시 사회적으로 문제됐던 소위 ‘돌팔이 의사’ 즉 의사, 한의사 면허를 받지 않고 암암리에 각종 시술이나 주사 치료 등 의료 행위를 하던 무면허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라고 한다.
그런데 단순한 구조의 법률 규정에 대해서 오랜 기간에 걸쳐 법원이 해석을 거듭함에 따라, 무면허 의료 행위를 시키는 사람이 의사인 경우에도 보특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례가 형성돼 왔다는 것이다.
해당 변호사는 “물론, 아무리 의사라고 하더라도 무면허자에게 의료 행위를 반복하도록 지시한다면 보특법 위반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특법의 제정 목적과 달리, 의사가 주도하는 진료 및 수술 행위에 대해 PA 간호사 및 간호 조무사가 보조적 역할로 참여하도록 하는 경우까지 부정 의료업자로 보아 보특법을 적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PA 활용에 대한 수사 기관의 법적용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PA를 활용해 수 십차례 수술 행위를 한 의사에 대해 단순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를 적용해 벌금형을 구형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불과 수건의 수술에 PA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특법을 적용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즉, 수사 기관의 자의적인 법적용이 가능한 영역이다보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의료업계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안의 경중과 무면허 의료 행위의 건수, 의사의 개입 여부 등에 따라 의료법 위반이나 보특법 위반 적용 기준을 엄격히 구분하고 경찰 및 검찰의 내부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적어도 의사가 주도하는 진료 및 수술 행위인 경우에는 ‘돌팔이’가 혼자 수행하는 의료 행위에 비해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보건 위생상의 위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또 환자에 대한 위험 발생 가능성이 낮은 단순·반복적인 보조 행위의 경우, 또는 반복 횟수가 적은 경우에도 반드시 보특법 위반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PA 합법화와 함께 현행법상 업무 범위의 구분이 모호한 간호사 및 간호 조무사의 역할 범위에 관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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