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의혹 법대로 수사” 2대 공수처장 지명 오동운의 과제

김준영, 양수민 2024. 4. 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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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55·사법연수원 27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자가 28일 경기 과천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오 후보자는 “취임하게 되면 공수처가 독립수사기관으로 제자리를 잡고 효능감 있는 조직이 되도록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28일 오전 경기 과천시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오 후보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개입설이 나오는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임기 내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추진하는 데 대해선 “정치권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 배경과 또 어떻게 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초대 공수처장인 김진욱 전 처장 퇴임 98일 만에 2대 공수처장 후보로 오 후보자를 지명했다. 공수처 출범 후 산적한 과제에다가 석 달여 수장 공백에 따른 각종 정치적 논란까지 오 후보자가 풀어야 할 난제가 가득하다. 오 후보자도 “어려운 시기 후보로 지명돼 굉장히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고충을 숨기지 않았다.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 게 그중 가장 시급한 과제다. 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8개월째 수사 중이지만 다수 야당이 특검법이 추진하는 건 수사력 논란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공수처의 수사 방기 탓에 정치권에서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신속 수사를 요청했다. 내달 2일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과천시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 로고(CI)와 슬로건(표어)이 담긴 현판. 뉴스1

채 상병 사건뿐 아니라 2021년 1월 출범 이후 3년 4개월간 공수처는 수사 실적에선 낙제점을 받았다. 2021년 출범 후 다섯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고, 직접 기소 사건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고발 사주 의혹 1심 한 건뿐이다. 공수처 검사 원년 멤버 13명 중 11명이 떠났을 만큼 조직도 크게 흔들렸다.

오 후보자도 이런 비판들과 관련해 “국민이 공수처의 효능감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제가 판사 출신이지만 유능한 수사 능력을 갖춘 차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수사 능력이 탁월한 분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전임 처장과 차장 모두 판사 출신인 점을 공수처 수사력 논란과 엮어온 만큼 차장은 검사 출신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사력 논란과 별개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느냐도 처장의 중요한 임무다. 공수처에는 윤석열 대통령(검찰 특수활동비 남용 혐의)을 비롯해 현 정부 주요 인사를 겨냥한 고발 사건이 많이 쌓여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에서 비롯된 주무 부처 장·차관 고발 사건도 마찬가지다.

오 후보자는 여권 추천이지만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과의 인연이 깊진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후보자도 “여권 추천인지에 상관없이 독립수사기관의 수장으로서 성실히 업무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여권 일각에선 “오 후보자가 법무법인(금성) 등에서 만난 인맥 중 호남 출신이 많아 야권과 가까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기소권을 둘러싼 검찰과의 힘겨루기, 갈등 관계 역시 오 후보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달엔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 중 불기소 결정한 사건의 수사 자료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한다’는 규칙 조항을 삭제하기도 했다. 불기소 자체 종결 사건은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기록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공수처 안팎에 난제가 쌓여 법조계에선 “오 후보자가 1기 공수처의 오명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공수처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기 공수처가 실패했던 건 지나치게 성과에 연연했기 때문”이라며 “오 후보자는 ‘성과 없다는 비난은 내가 다 감당하겠다’는 자세로 초연하게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준영ㆍ양수민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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