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못하고 또 환승이별”…애정결핍일까 [그랬구나]

박선혜 2024. 4. 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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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일상 속 궁금증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연애할 때마다 상대방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식었다고 느끼면 다른 사람을 찾는 A씨. 그는 사귀던 연인과 헤어진 직후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이른바 ‘환승이별’을 반복한다. 
 
A씨처럼 연락에 집착하고 쉽게 외로움을 타는 성격은 애정결핍에서 온 걸까. 잦은 환승이별 또는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도 정신질환으로 여겨야 할까. 
 
26일 이상일 한국임상심리학회 총무이사와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를 통해 알아봤다. 
 
Q. 연애할 때 연락에 집착하거나 오히려 외로움을 갖는다면 애정결핍으로 봐야 하나요?
 
하주원 이사= 애정결핍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애착 유형 중 불안형이나 혼란형에 해당될 경우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애착 유형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이상일 이사= 인간관계에서 거리 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과 관심,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완벽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보통 애정이 결핍됐다고 얘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관계 속 유연함이 부족하고, 상황을 경직된 태도로 바라보는 심리적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어린시절 의미 있는 타인(주로 양육자인 부모)과의 신뢰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잦은 환승이별이나 습관적 바람을 정신적 질환으로 볼 수 있나요?
 
이상일 이사= 정신심리적 장애라고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습관적으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의 경우 자극추구형이며 안정적인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보상으로 여기는 특성이 강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이 강해지면 익숙한 것은 마치 처벌처럼 느끼고 새로운 것은 나에게 기쁨을 주는 보상이라고 여깁니다. 불륜 등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곤란하거나 난처한 상황을 겪은 이후에도 반성 같은 행동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 일부는 성격적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하주원 이사= 의도가 나쁜 생각과 정신질환은 조금 다릅니다. 본인이 원한다면 치료를 할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서 원한다고 해서 치료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Q. 새로운 만남에 집착하는 것도 도파민 중독 때문이란 말이 있던데요.
 
하주원 이사= 중독 자체가 자꾸 도파민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이는 마약·도박·알코올 중독 등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됩니다. 일상에서 노력을 하고 올바른 보상을 받는 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특정 대상을 통해서만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이죠. 도파민 중독이란 병명은 없으며, 모든 중독에서 도파민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상일 이사= 도파민은 즉각적인 쾌감을 주는 행동을 기억하고 반복하게 합니다. 새로운 만남에 집착하는 것을 도파민 문제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법과 윤리를 벗어난 상황에서 경험하는 쾌감은 도파민 분비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도파민 중독은 치료를 진행해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관계를 반복적으로 추구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도파민 중독에 대한 치료보다는 새로운 만남에 집착하게 되는 심리적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접근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연애를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성격 결함이나 감정 장애를 탓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주원 이사= 필요하다면 회피형 애착에 해당하는지 혹은 사회 불안장애, 회피성 인격장애 등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단 특정 진단명에 해당된다고 해서 슬퍼할 일은 아닙니다.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행운이라고 봅니다. 
 
이상일 이사= 거절당하는 것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감을 갖거나 상황을 회피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원하는 관계를 시작하거나 제안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또 거절 등으로 인해 실패가 거듭되면서 ‘어떻게 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 부정적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내가 연애하지 못하는 이유를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쉬워집니다. 이는 자존감을 높이거나 행동을 활성화시키는 방법 등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Q.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이 있어 연애를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전문가로서 조언을 부탁드려요.
 
하주원 이사= 질병이 있더라도 괜찮은 사람들이 많고 질병이 없더라도 이상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질병은 이 세상 많은 문제 중 일부를 규정할 뿐입니다. ‘내가 못났다’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더 이상하지만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상일 이사= 연애에 앞서, 스스로에 대한 안정감을 경험하는 게 중요합니다. 약물치료나 심리치료를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통해 안정을 추구하게 되면, 환경의 변화나 상대방의 태도 등에 따라서 내 경험이 달라지고 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불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혼자서도 삶에서 충분한 행복을 가질 수 있을 때, 주변에서 다가오는 좋은 사람을 통해 더 큰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구나. 어린시절 부모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경우 연락에 집착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애정결핍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환승이별이나 바람기를 성격 또는 정신과적 결함으로 보긴 어렵다. 상대를 알아가기 전 내 자신의 마음부터 살피고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 연애를 통해 진짜 행복감을 갖고 싶다면 나를 먼저 사랑하자.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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