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부장검사 “0.1% 정치적 사건으로 검찰 악마화”
“일부 정치적 사건 관련된 분들이 ‘검찰 해체 주장
사법기관 기능 훼손 …법치주의 파괴 우려”
현직 부장검사가 최근 젊은 검사들의 사직이 늘고 있는 현상의 원인으로 “검찰 악마화 프레임으로 인한 자긍심 저하”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검찰에서 사건 비율로는 0.1%에 불과한 정치적 사건에 관련된 분들이 ‘검찰 해체’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개혁을 공약한 범야권이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정치권의 ‘검찰 해제’ 주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2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장진영(사법연수원 36기)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지난 2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젊은 검사들의 탈검찰화’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최근 검찰에서는 ‘젊은 검사들의 이탈’ 현상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차 이하 검사의 퇴직은 2019년 19명에서 2020년 21명, 2021년 22명, 2022년 41명으로 급증했다.
장 부장검사는 “격무, 급여 차이, 잦은 인사 문제는 탈검찰화의 주요 원인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며 검찰 악마화 프레임에 따른 자긍심의 저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장 부장검사는 “수년 사이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찰의 권한은 대폭 조정됐음에도 일부 정치적 이슈가 된 사건의 수사로 소위 ‘검찰 악마화 프레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검사의 가족 중 누군가는 지인들로부터 ‘검사는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와, 오늘도 나쁜 피의자들 처벌을 위해 일하다 녹초가 돼 귀가한 검사에게 ‘너도 나쁜 사람’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장 부장검사는 특히 검찰 악마화 프레임의 주요 배경인 ‘정치 관련 수사’가 전체 검찰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검사는 “검찰 사건의 0.1%도 되지 않는 일부 정치적 사건에 관련된 분들이 지난 검찰개혁이 부족하다며 이제 ‘검찰 해체’ 주장을 한다”며 “일부 수사로 검찰 전체를 악마화하며 범죄 수사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해 법적 책임이나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검찰 악마화 주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0.1%의 일부 정치인의 사법적 이익을 위해 99.9%에 해당하는 일반 국민들의 범죄 피해에 눈을 감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검찰 악마화 프레임’ 전략이 성공해 검찰이 해체된다면 그다음으로는 ‘공수처의 악마화’ ‘경찰의 악마화’ ‘법원의 악마화’ 프레임 전략이 시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 부장검사는 “결국 사법 기관의 기능이 훼손되고, 법치주의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파괴됨으로써 민주주의 이념만 남아 법에 의한 분쟁해결의 자리에 다수에 의한 마녀사냥이 대신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고 했다.
장 부장검사는 문재인정부 당시 시행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사건의 99.9%에 해당하는 민생사건의 수사 분야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함께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한이 부여됐다”며 “책임소재의 불명확성과 절차의 복잡성, 경찰의 수사부서 기피 현상 등으로 수사 지연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수사부서 기피 현상으로 경찰의 수사역량의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검사들마저 짧은 기간 근무 후 법원이나 대형 로펌으로 이직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범죄 수사 역량은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며 “검사라는 직업은 그야말로 법원과 대형 로펌에 가기 위해 단기간 근무하는 한 줄의 이력이자 자격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장 부장검사는 외부의 ‘악마화’ 시선과 수사지휘권 폐지로 인한 제도 변경으로 젊은 검사들이 자긍심과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능하고 사명감 높은 젊은 검사들의 탈검찰화 현상을 그대로 방관만 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 되는 이유”라며 “더 늦기 전에 검찰 내부를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견해를 반영해 선의를 가지고 함께 방안이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재현 신지호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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