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절창’ 조유아·김수인 “소리꾼 본질인 소리에 집중”
국립창극단은 2021년부터 젊은 소리꾼들의 참신한 소리판을 표방한 ‘절창’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절창’은 두 명의 소리꾼이 판소리의 유명 눈대목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무대로 콘서트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그동안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유태평양(2021)을 시작으로 민은경·이소연(2022), 안이호·이광복(2023)이 무대에 올랐다.
‘절창’시리즈의 네 번째 무대인 올해 주인공은 국립창극단에서 끼가 많기로 소문난 조유아(37)와 김수인(29). ‘절창’ 시리즈의 첫 혼성 듀오다. 조유아는 2016년 입단 이후 창극 ‘정년이’의 정년과 ‘코카서스의 백묵원’의 그루셰 등 주역으로 출연하는가 하면 ‘심청가’의 뺑덕과 ‘흥보씨’의 외계인 등 신스틸러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2020년 입단한 김수인은 창극 ‘리어’의 에드먼드와 ‘베니스의 상인들’의 바사니오 등 존재감있는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지난해엔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해 크로스오버 그룹 크레즐의 멤버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두 사람은 5월 17~1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열리는 ‘절창IV’에서 소리꾼으로서의 매력을 따로 또 같이 뽐낼 예정이다.
조유아는 지난 25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창극단 입단 이후 관객에게 정통 판소리를 들려드린 적이 없다. 창극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짧게 소리를 들려드린 게 전부였다”면서 “최근 창극이 많은 사랑을 받아 기쁘지만, 전통 소리 무대가 그리웠던 만큼 ‘절창’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수인도 “개인적으로 국립창극단 레퍼토리 가운데 ‘절창’ 시리즈가 가장 재밌다. 나 스스로 창극 배우이기 전에 소리꾼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면서 “‘절창’은 소리꾼의 자질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해보고도 싶은 한편 피하고도 싶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이번 무대에서 완창에 6시간 이상 걸리는 ‘춘향가’를 100분 정도로 압축해 들려준다. ‘사랑가’ ‘이별가’ ‘어사출도’ 등 유명 눈대목은 모두 살렸다. 눈길을 끄는 점은 조유아와 김수인이 각기 다른 유파의 ‘춘향가’를 부른다는 것이다. 조유아는 김세종제, 김수인은 동초제를 부른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조선 8대 명창 중 한 명이었던 김세종으로부터 이어져 왔다. 동편제와 보성소리의 장점을 고루 수용한 소리로, 우아하고 섬세하며 문학성이 뛰어나다. 반면 동초제 ‘춘향가’는 국립창극단의 초대 단장이었던 동초 김연수가 여러 바디의 장점을 모아 새롭게 정립한 소릿제다. 가장 현대에 만들어진 소리답게 정확한 사설을 바탕으로 연극성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조유아와 김수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세종제와 동초제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신연맞이’(새 남원 부사 변학도의 부임 행차) 대목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조유아는 “창극은 등장인물이 많기 때문에 혼자 3분 이상 소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에 비해 ‘절창’에서는 10~20분 정도의 독창을 해야 한다”면서 “소리를 시작한지 25년이나 됐지만 최근 ‘절창’ 연습하면서 10분을 혼자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또 김수인은 “창극을 연습할 때는 대본과 캐릭터가 주어지고 그 안에서 연습을 하지만 ‘절창’은 주어지는 것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야 한다. 소리꾼, 작가, 연출가가 모두 상의하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두 소리꾼 외에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등으로 이름을 알린 연출가 임지민, 연극 ‘해무’ ‘미궁의 설계자’ 등을 쓴 작가 김민정이 구성을 맡았다. 그리고 박승원이 음악감독을 맡아 두 소리꾼의 목소리와 함께 국립창극단 기악부 조용수(고수)·최영훈(거문고)·황소라(가야금)·전계열(타악)과 생황 연주자 김효영이 연주하는 국악기를 중심으로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특수악기와 전자음악이 어우러지도록 만든다.
임지민 연출가는 “이번 공연은 소리꾼 본인의 정체성과 근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며 “‘춘향가’ 자체가 워낙 대중적이라서 서사나 이야기 전달에 집중하기보다는, ‘춘향가’가 동시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게 좋을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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