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팀 겸임보다 아시안게임이 문제? 황선홍의 작심발언은 적절했나

이준목 2024. 4. 28. 09: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병역혜택 등 얽혀 있는 사안... 구조적 원인 봐야

[이준목 기자]

▲ 고개 숙인 황선홍 감독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이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한 뒤 인터뷰를 준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40년 만의 올림픽 예선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황선홍호가 귀국했다. 사령탑 황선홍 감독은 "대회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대표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못다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게 승부차기 끝에 석패하며 탈락했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10회 연속 본선 무대를 노렸던 대한민국의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지난 4월 27일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 황선홍 감독은 인터뷰를 통하여 대회를 마치고 느낀 심경을 밝혔다. 황 감독은 지난 인도네시아전에서 후반 퇴장을 당하면서 당시 기자회견장에서는 명재용 수석코치가 대신 참석해야 했다.

대회 직후 황 감독이 공식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탈락으로 여론의 분위기가 흉흉한 가운데, 황 감독의 입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어두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황선홍 감독은 "늦은 시간까지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 우리 선수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다.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인 제게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통감한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해야하고, 어려운 상황에 서도 최선을 다했다. 비난보다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대회를 총평했다.

인도네시아전 졸전의 원인으로 고질적인 수비불안과 급조된 스리백 전술이 꼽히고 있다. 이에 황 감독은 "중앙 수비에 문제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스리백으로 전환해야했다. 다음 라운드를 통과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자원으로서는 스리백이 가장 좋겠다고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감독은 "그렇다고 내려서 수비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중원에서 압박을 가하고자 했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전적으로 제 판단 실수다. 부상이나 퇴장같은 변수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A대표팀 임시 감독을 겸직한 게 독이 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이번 대회에서 양현준, 김지수, 배준호 등 유럽파 핵심선수들의 차출이 불발된 것은 대표팀의 전력이 크게 약화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에 황 감독은 "세 선수는 제가 직접 구단을 방문하여 대회에 차출하기로 약속을 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속 구단들이 (말을 바꿔서) 차출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들의 대체로 발탁된 선수들은, 유럽파들의 차출이 거부당했을 때를 대비하여 미리 결정된 선수들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으로 황 감독은 논란이 된 자신의 용병술이나 퇴장 상황 등에서 대해서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최대약점으로 꼽힌 것은 중앙수비였고, 전문 센터백 자원은 3명에 불과했다. 김지수의 차출 불발에도 황 감독은 오히려 미드필더인 김동진을 선발했다. 이는 대표팀이 주전 센터백 서명관의 부상 이후로는 조별리그 최종전인 일본전부터 익숙하지 못한 스리백으로 전술을 전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황 감독은 "항간에서는 대체자원을 왜 중앙수비를 더 안 뽑고 미드필더인 김동진을 뽑았냐고 하더라. 지금 국내 K리그에서는 23세 이하 중앙수비수 중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없다. 그래서 미드필드를 더 보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이 인도네시아전에서 퇴장 당한 상황에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는 제가 왜 퇴장을 당해야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 정도는 심판에게 항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팀내 최다골을 넣고 있던 공격수 이영준을 선발로 기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자아냈다. 명재용 수석코치는 "연장전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은 한 수아래인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정규시간 90분 이내에 승부를 결판짓기보다 소극적인 운영을 택한 것에 납득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지나치게 얕보고 방심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질문이 나오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황 감독은 "저희들(코칭스태프)이 그렇게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선수 한명 을 쓰는 것도 밤새 논의해서 결정한다.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영준은 K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증상도 있었다. 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이 65분이 최대치였다. 그래서 전반과 후반 중 언제 투입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고, 저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A대표팀 차기 감독 부임'에 대한 축구협회와 사전 교감설에 대해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황 감독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저는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 다음을 생각하고 뒤에서 작업하고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하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한편으로 황 감독은 앞으로는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감독은 "핑계처럼 들릴 수 있지만, 지금 연령대별 대표팀의 운영구조와 시스템은 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2년간 대표팀을 맡으면서 느낀 점은, 현재의 구조로는 앞으로 (아시아 축구와) 격차가 더 좁혀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모두가 노력해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황 감독이 강조한 대안은 "연령대별 대표팀도 반드시 4년 주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황 감독은 A대표팀 임시 감독을 겸임했던 것보다, 오히려 아시안게임 준비로 인한 부담이 더 컸다고 고백했다.

황 감독은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 다음에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기에 실제로는 4년이라는 시간이 아니다. 작년 9월까지는 아시안게임에 집중하다가, 끝나고 다시 올해 4월에 열리는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했다. 정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몇 개월밖에 안 됐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황 감독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는 앞으로 아시아권에서도 우리가 상대를 완전히 제압한다? 있을 수 없다. 바꿔야 한다"고 단호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 말을 끝으로 황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황 감독의 해명과 문제제기에 대하여 축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올림픽도 월드컵처럼 '4년 주기에 따라 대표팀 감독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황 감독의 주장은 얼핏 일리가 있어 보인다. 성인대표팀과 달리 나이제한이 있는 연령대별 대표팀은 가용할 수 있는 자원과 시간에도 한계가 있다는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 집중하느라 올림픽 예선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다'는 황선홍 감독의 변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표팀을 맡기면서 '중간평가'도 없이 임기만 무조건 보장하는 경우는 없다. 더구나 아시안게임은 병역혜택 문제가 걸린 한국축구의 특수성과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일본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축구강국들은 아시안게임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올림픽에 더 집중한다.

전임 김학범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우승하고도 아시안컵 우승과 올림픽 본선진출을 모두 이뤄낸 바 있다. 현행 병역혜택 제도 자체가 대대적으로 바뀌거나, 혹은 2년 뒤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아시안게임은 U-21 선수들 위주로 출전시키도록 규정을 고치지않는 한 황 감독의 제안은 실현되기 어렵다.

한편으로 23세 이하 대표팀 경쟁력 하락의 진짜 원인은, 아시안게임 때문이라기보다 이 연령대 선수들을 둘러싼 구조적인 원인에 있다.

U-22 출전제도에도 불구하고 K리그에서 이 연령대에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경쟁력있는 몇몇 유럽파들은 올림픽 본선이 아니면, 의무차출이 아닌 예선에서는 소속팀의 반대로 차출이 어렵다. 이 부분은 감독의 능력이나 임기를 떠나서, 협회가 나서서 시대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고민해야할 대목이다.

이제 아시아권에서도 한국과 상대팀들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은 A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말레시아, 요르단에게 덜미를 잡히는 굴욕을 당했고, 올림픽팀은 인도네시아에 패하여 올림픽 진출이 좌절되는 두 번의 참사를 연속으로 겪었다. 한국축구는 중동팀이나 동남아팀을 상대로도 무조건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축구의 레전드인 황선홍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탈락을 끝으로 불명예스럽게 U-23 대표팀 사령탑 경력을 마감하게 됐다. 다만 처참한 실패 속에서도 황 감독이 마지막으로 한국축구에 남긴 메시지에서 한 가지 귀담아 들어야 할 사실은, 더 이상 과거의 성공 경험과 낡은 시스템에 안주하다가는, 더이상 한국축구에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