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생소한 나라서 韓기업 지원하는 ‘여장부’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4. 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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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

세계 1위 부자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나라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 국내에서 아는 이는 적다. 교민도 200명 남짓.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는 60여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양국에 대사관이 설치될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최근 박승은 룩스코 대표가 발간한 책(이지출판 제공)
이런 나라에 한국 기업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의 유럽 진출까지 지원하는 회사가 있다. 룩스코다. ‘룩셈부르크 한국 교민이자 첫 여성 사업가’ 타이틀을 보유한 박승은 대표가 2016년 창업한 컨설팅 회사로 지난해 상장한 항공우주 스타트업 ‘컨텍’의 유럽 진출을 지원해 유명해졌다. 박 대표는 최근 ‘나는 오늘도 유럽으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에서는 20대부터 40대까지 룩셈부르크에서의 인생 여정이 담겼다. 20대 ‘룩셈부르크 최초 한인 여성 기업가’의 삶에서, 30대 스웨덴 입양인과 꾸린 다문화가정의 두 딸아이 엄마로의 삶, 그리고 경단녀와 아시아 여성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하는 과정, 해외에서 사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인간관계에 대한 자아성찰, 40대가 되어서는 기업인을 넘어 투자자가 된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저가 박승은 룩스코 대표(이지출판 제공)
Q. 어떻게 룩셈부르크에서 일 할 생각을 했나. 이전 경력이 궁금하다.

한국외대 독일어과(98학번) 졸업 후 외국계 중소기업 마케팅부에서 2년간 일하다, 독일 함부르크대 장학생으로 선발, MBA 석사를 공부했다. 그때 만난 대학원에서 만난 스웨덴 입양인과 결혼, 취업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룩셈부르크가 외국인에게 열려 있고 고학력자를 우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대 때 일자리를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갔다가 아예 부부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

Q. 한국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2007년 코나아이의 전신이었던 ‘KEBT 테크놀로지’가 유럽 법인을 룩셈부르크에 설립했다. 당시 지사장을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운 좋게 채용됐다. 당시에는 반도체 관련 유럽 영업을 했는데 수출 관련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처음엔 순탄했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결과적으로 아쉽게도 유럽법인을 청산해야 했다. 그때가 20대 후반이었는데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는 생각을 들 정도로 상당히 스트레스였다. 세월이 지나고보니, 그 과정이 현재 일을 하는데 있어서, 매우 소중한 배움의 기회였다. 그 이후, 출산과 육아라는 7년간의 공백기를 거쳤다. 그리고 다시 한국의 ICTK(아이씨티케이)라는 반도체 회사에서 유럽법인장 제안이 왔다. 2016년이었다. 3년간 유럽 시장 진출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2018년 본사가 M&A됐다. 유럽 지사를 정리해야 한다는 통보에 ‘그러면 그동안 해왔던 한국 기업 유럽 진출 지원을 아예 사업모델로 만들어보자’ 해서 창업했다. 그게 룩스코였다.

룩셈부르크 현지에 문을 연 룩스코 코리아비즈니스센터(룩스코 제공)
Q. 사명의 뜻은?

룩셈부르크의 ‘LU’, 코리아의 ‘KO’ 두 나라의 시너지가 곱해지면 ‘X’ 무엇이 될까를 고민하며 지었다. 재미있는것은 요즘 한류가 뜨다보니, 룩스코가 ‘Luxury’의 준말인 ‘LUX’와 ‘Korea’의 ‘KO’가 아닌지 물어보는 외국인이 많아졌다.

Q. 룩셈부르크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유럽 시장 진출 컨설팅이다. 시장조사, 현지영업, 영업관리, 현지 PR, 해외투자자 연계업무까지 포함한다. 두번째는 유럽시장 지사 설립, 운영대행 업무다. 지난해 4월 룩셈부르크 시내에 ‘룩스코 코리아 비즈니스 센터’라는 공간을 출범했다. 한국 기업들의 유럽법인을 실질적으로 인큐베이팅(초창기 양성), 엑셀러레이팅(육성지원)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 중소벤처기업이 성장성, 기술력이 있다 해도 해외인력 파견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초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주요 매출은 컨설팅 수수료, 동반 투자에서 발생시킨다.

Q. 주요 성과는?

2018년부터 인연을 맺은 우주항공 스타트업 ‘컨택’과 인연이 깊고 소중하다. 컨택은 이성희 대표가 창업한 회사로 위성사진, 지상국 협력 때문에 유럽 업체와 교류도 많이 해야 했다. 마침 룩셈부르크가 국가적으로 우주항공 분야 투자를 늘린다는 소식에 2019년 유럽 현지법인을 설립했는데 이때부터 시드투자, 시리즈 ABC, 지난해 상장까지 계속 투자 유치, 현지 법인 운영 과정을 도왔다. 이성희 대표가 창업 초기 룩셈부르크에서 IR(기업설명회)을 할 때만 해도 ‘한국 스타트업이 뭘 할 수 있겠어?’라며 심드렁했던 투자자가 꽤 있었다. 그런데 일부 투자자는 후속투자까지 묵묵히 따라와 결국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자 현지 투자사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제는 ‘좋은 한국기업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도 삼성 C랩에서 육성하고 있는 스마트윈도우 전문 기업 ‘뷰전’이 룩셈부르크 최대 부동산개발업체가 준공중인 ‘그리드X(GRID X)’와 협업하는 걸 도왔다. 이를 계기로 최근 뷰전은 룩셈부르크 현지 법인을 개설했다.

Q. 책을 낸 계기도 궁금하다.

2022년 룩셈부르크 경제사절단 한국 방문 때 현지기업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그 행사에서 양국 수교 62년만인 올해(2024년) ‘양국에 대사관이 처음 개소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때 어렴풋이 ‘양국간의 활동이 더욱 많아질텐데, 한국에 아직까지도 생소한 ‘룩셈부르크’를 어떻게 좀 더 쉽게 알릴수 있을까? 내가 겪은 룩셈부르크 이야기를 히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항상 줄곧 들어왔던 질문들, “룩셈부르크에 어떻게 가게 됐나?” “유럽에서 살고 일한다는 것은 어떤가?” “룩셈부르크에서 회사를 만들기에 왜 좋나?” “룩스코는 무슨 일을 도와주는 회사인가?” 등에 대한 답도 정리해보고 싶었다. 또 아직도 총 300명이 넘지 않는 룩셈부르크 한인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기관(주 벨기에 한국대사관)과 조용한 후원자(비영리 교육기관인 룩셈부르크 한글학교를 도와준 개인·기업)의 숨겨진 선행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Q. 책을 읽어보면 룩셈부르크가 한국 기업 입장에서 ‘기회의 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 기업에게 유리할까.

K컬처에 대한 관심은 룩셈부르크에서도 대단하다. 특히 한식당 등 K푸드 진출을 타진하는 곳이 꽤 많다. 현지 한식당이 워낙 없기도 하거니와 있는 곳들이 다 잘 된다니 더욱 그렇다. 다만 감안할 것은 부동산 가격이다. 세계 최고 부국이다 보니 상가 임대료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자본력 있는 K푸드 업체의 진출이라면 상당히 유망하다. 더불어 부자들이 많이 사는 만큼 K컬처 기반 주얼리, 패션 브랜드, 한국작품 전문 갤러리 사업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제주도 정도의 규모지만 전용기 보유한 공항 이용객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곳이 룩셈부르크다.

해외 투자 유치, 유럽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이라면 기본적으로 영업이익 등 재무 상태가 어느 정도 갖춰졌거나 시리즈A 이상의 투자 유치를 받아 다음 라운드를 노려볼 수 있는 단계의 기업이 적합하다. 왜냐하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에서 은행계좌를 여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져서다. 유럽법인 설립을 결정했다면 1년간 회사가 영업이익 없이도 버틸수 있는 충분한 예산을 예치해야 법인 설립이 가능하다.

Q. 출간 후 한국과 룩셈부르크 간 어떤 가교 역할을 할 계획인가.

대사관 설치 후 양국 간 교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법률자문가, 세무회계전문가, 투자자 등 현지 네트워크를 촘촘히 쌓아뒀다. 더불어 이번 책 출간을 기점으로 룩셈부르크 기관들과 협력할 국내 투자사, 엑셀러레이터 업체와 교류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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