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美 AI 무기 쏟아부어도 안 통하는 러 '참호전'

이현우 2024. 4.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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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동표적기술 시험장 된 우크라
장기 참호전에 장사없어…효율급감
美 추가지원 와도 승리 장담 못해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지원안이 통과됐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우세가 지속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첨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표적기술이 우크라이나에 제공됐고 미국과 서방의 지속적인 군사지원에도 러시아가 1·2차 세계대전식의 참호전을 이어가면서 전선 교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역으로 이란, 중국, 북한 등으로부터 저가 무인기(드론)를 수입한 러시아가 자폭용 드론이나 정찰 드론을 대규모로 운용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원해준 막강한 최신예 탱크부대까지 최전선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면서 러시아의 반격 또한 우려되고 있습니다.

AI 드론 자동표적기술 시험장 우크라…효율 점점 떨어져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미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터 전역이 미군의 AI 자동표적기술을 동원한 알고리즘 프로그램인 '메이븐 프로젝트(Project Maven)'의 실험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쟁 초기에 비해 점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전했습니다.

메이븐 프로젝트는 2018년 구글을 중심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이후 구글이 전쟁에서의 이용에 반대한다며 직원들의 반발로 프로젝트에서 이탈한 이후 60여개 업체가 공동 개발 중입니다. AI 알고리즘을 통해 전장에서 전달되는 다양한 정보를 종합, 분석해 가장 효율적이고 시급한 공격목표를 전선 부대들에 알려주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를 활용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반 러시아군 대비 절대열세였던 상황임에도 효과적인 방어에 성공하며 장기전을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론은 물론 최신 고속기동다연장로켓(HIMARS)도 표적을 잃고 방황하다가 공격에 실패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죠.

이는 러시아가 중국과 이란, 북한 등을 통해 저가 드론을 대량 수입하게 되면서 전장에 전파 및 표적교란, 자폭, 정찰용으로 드론을 마음껏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한 드론이 전방, 후방의 우크라이나군을 교란시키면서 AI의 작전 지휘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죠.

러, 1차대전식 참호전에 첨단기술도 무용지물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 러시아군이 전쟁 중반 이후 지속하고 있는 재래식 참호전이 전선을 완전히 교착화시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좀처럼 전선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온갖 첨단무기를 동원해도 두꺼운 러시아군의 참호가 좀처럼 뚫리지도 않는 데다 파괴돼도 복구를 반복하면서 전선이 움직이지 않는 것인데요.

러시아군은 지난해 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공세가 시작될 무렵부터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전체에 걸쳐 대규모 방호시설들을 설치했는데요. 1, 2차 대전 당시 맹위를 떨친 것으로 알려진 일명 '용의 이빨(Dragon's teeth)'이라 불리는 대전차 방어시설을 비롯해 참호, 지뢰, 방공시설들을 촘촘히 배치했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자포리자와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주요 전선지대에 걸쳐 무려 900km가 넘는 3중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병사들이 방어 중인 참호, 그 뒤에 용의 이빨, 그 뒤에 방어초소를 둔 견고한 방어선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좀처럼 이를 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층방어선 구조는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이 처음으로 구축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나치 독일은 네덜란드부터 프랑스 국경까지 약 630km 구간에 걸쳐 '지그프리드(Siegfriedstellung)'라 불리는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먼저 지뢰를 매설하고, 그 뒤에 약 1m 정도 높이의 용의 이빨이 설치됐고, 용의 이빨 사이사이에 또 지뢰가 매설됐습니다. 그 뒤로는 철조망과 참호, 방어기지들이 들어섰죠. 특히 용의 이빨은 보통 2줄 이상이 설치됐고, 많은 지역은 4줄 이상 설치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美 지원받은 탱크도 최전선서 후퇴…추가지원에도 교착상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러시아군의 강력한 방어선과 드론 역공에 우크라이나군에 지원됐던 미군 탱크가 오히려 최전선에서 후퇴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AP통신은 미군 당국자의 말을 이용해 "미국이 지난해 제공한 M1 전차들은 현재 최전선에서 모두 물러섰고, 미군은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새로운 전술을 짜기 위해 논의를 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의 반격 공세를 돕기 위해 세계 최강의 전차로 평가받는 M1 에이브럼스 탱크 31대를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저가 드론 공세로 탱크가 오히려 적의 표적이 되기 쉬워졌고, 자폭용 드론을 통한 기습공격이나 러시아 전투기 및 미사일 폭격에 쉽게 당하게 되면서 결국 최전선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죠.

이에 따라 전쟁 초반 수천대의 러시아 탱크를 노획했던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중반 이후 상당량의 탱크를 잃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금까지 개전 이후 주력 탱크만 796대 이상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AP통신은 지적했는데요. 물론 전쟁 초반 이후 2900여대를 잃은 러시아군보다 적은 숫자라고 해도 서방에서 지원된 탱크까지 포함해 상당수의 전차부대를 잃은 상황입니다. 미국의 추가 무기 및 재정지원이 이어진다 해도 교착상태를 깨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쟁이 또다시 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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