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교육감도 반대한 '교육과정 변경' 강행... "학교 교란행위"

교육언론창 윤근혁 2024. 4. 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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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 표결 강행에 국가교육위원 5명 반박문... 조희연 교육감 "이해 못할 일"

[교육언론창 윤근혁]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9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교육언론창
국가교육위가 교사와 교육감들 대다수가 반대하고 국가교육위 산하 전문위까지 사실상 부동의 의견을 낸 '2022 개정 교육과정 변경' 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국가교육위원 5명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졸속 결정은 전문위원회 의견을 무시한 입법취지 위배이며 학교 교란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4시간 마라톤회의... 교육부차관은 "체육+안전 교과목" 돌발 발언

26일 오후 국가교육위는 제29차 회의를 열고 '초등 1·2학년이 배우는 통합교과인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체육) 교과를 분리하고, 중학교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약 30% 확대'하는 교육부 요청을 받아들여 교육과정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 전체 국가교육위원 17명 가운데 9명이 찬성한 결과다.

이날 오후 4시에 시작한 회의는 오후 8시쯤까지 이례적으로 4시간 동안 길게 진행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2개의 수정안이 나오고 오석환 교육부차관이 진땀을 흘릴 정도로 논쟁이 오갔다.

복수의 참석자는 교육언론[창]에 "오늘 회의에서는 교육부차관이 반대 목소리에 신경이 쓰였는지 갑자기 '체육교과를 분리할 때 안전 영역도 함께 포함시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표결 강행에 항의한 국가교육위원들 가운데 정대화, 장석웅, 김석준, 전은영, 이민지 등 5명은 긴급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교원 위원이 한 명도 없는 조건에서 교육 현장에 대한 아무런 정보와 판단도 없는 위원 17명이 참석하여 찬반 표결 방식으로 결정한 것은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방식의 졸속 결정은 더 많은 논란과 혼란을 야기할 뿐인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5명의 국가교육위원 "혼란 야기할 잘못된 결정"

이어 국가교육위원들은 "국가교육위가 교육과정 문제를 다룰 때는 해당 전문위원회의 사전검토를 거치도록 되어 있고 전문위원회는 검토 결과 신체활동 분리에 대하여 부동의 하는 의견을 제출했다"면서 "그러나 전체회의에서는 그냥 무시해버렸다. 이런 방식의 운영은 국가교육위법에서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입법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며, 편법을 동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가교육위원들은 "이 결정은 2022 교육과정을 부정하는 것이자 교육과정 자체를 흔드는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자신들이 고시한 개정 교육과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 교육과정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교육현장에서 최소한의 검증도 되기 전에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것은 교육현장을 심각하게 교란하는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국가교육위원들은 "관계기관, 교육기관,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서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전국 교육감들의 다수가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와 교사노조연맹, 초등교사노조에서도 반대한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80~90% 이상의 교사들이 압도적인 비율로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을 왜 결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국가교육위원들은 "국가교육위가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하는 작업을 중단하고 현장 파악과 의견수렴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학생인권조례 통과에 따른 교육청 농성에 참석하느라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조희연 국가교육위원(서울시교육감)도 교육언론[창]에 "국가교육위원 17명 중에 현직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는데다, 교사들과 교육감들의 대다수가 반대한 교육과정 졸속 변경을 위해 표결을 강행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희연 "현직 교사 위원 단 한 명도 없는 국가교육위가 왜?"

초등교사노조도 "현장교사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초1·2 체육교과 분리 개정 의결은 국가교육위의 존립의미 부정"이라면서 "국가교육위는 해당 추진안을 재의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국가교육위원 5명이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신체활동(체육) 분리 진행 결정에 대한 비판적 입장문

오늘 국가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통합교과인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체육)을 분리해달라는 교육부의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요청을 받아들여 진행하기로 의결하였다.

그러나 위원 4명이 결원 상태인데다 교원 위원이 한 명도 없는 조건에서 교육 현장에 대한 아무런 정보와 판단도 없이 17명이 참석하여 찬반 표결 방식으로 진행을 결정한 것은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의 취지와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졸속 결정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 수도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논란과 혼란을 야기할 뿐이어서 소기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는 잘못된 결정으로 조기에 판명될 것이 명악관화하다.

우리 5명의 위원이 오늘 국가교육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절차적인 측면에서 원천적으로 잘못되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과정 문제를 다룰 때는 해당 전문위원회의 사전검토를 거치도록 되어 있고 전문위원회는 검토 결과 신체활동의 분리에 대하여 부동의하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전체회의에서는 전문위원원회가 부동의하는 사유에 대하여 단 한 번의 토론도 하지 않았다. 전문위원장에게 사전검토에 대한 의견을 듣자는 제안도 거절되었다. 전문위원회에 추가적인 검토나 재검토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그냥 무시해버린 것이다. 이런 방식의 운영은 국가교육위원회법에서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입법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며,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아예 배제하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둘째, 통합교과 체제를 허물면서 통합교과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통합교과는 지난 43년간 유지되어온 방식이다. 그러므로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하고자 한다면 통합교과 체제에 문제가 있는지, 그래서 개편해야 하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개편해야 하는지 사전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어떠한 판단이나 합의도 없이 거칠게 진행되었다.

셋째, 음악과 미술에서 분리를 요구하는 등 이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하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음악과 미술의 분리를 요구하는 강력한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되면 신체활동의 분리라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음악과 미술의 분리 요구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 기타 다른 교과의 분리 요구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런 판단이 없었다.

넷째, 교육과정 개정의 관점에서도 잘못되었다. 이 결정은 2022 교육과정을 부정하는 것이자 교육과정 자체를 흔드는 것이다. 2022년 12월에 2022 교육과정이 개정되어 초등학교 1~2학년은 지난달부터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기 시작했고 중학교 1학년은 내년부터 적용받는 등 지금은 2022 교육과정의 적용 초기에 해당한다. 교육부가 자신들이 고시한 개정 교육과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 교육과정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교육현장에서 최소한의 검증도 되기 전에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것은 교육현장을 심각하게 교란하는 것이다.

다섯째, 진단도 없이 처방을 내리는 거꾸로 행정이다. 신체 활동과 관련한 교육 현장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실정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의 신체활동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될 경우 교과를 분리할지, 아니면 통합교과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지, 그 방법은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 만약 교과를 분리하기로 할 경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문제점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막연히 교과를 분리하거나 스포츠클럽의 시간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섯째, 관계기관, 교육기관,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지금 누가 신체활동 분리를 주장하고 찬성하는지, 누가 반대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전국 교육감들의 다수가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전교조와 교사노조연맹, 초등교사노조에서도 반대한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80~90% 이상의 교사들이 압도적인 비율로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을 왜 결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일곱째, 특별한 토론도, 심도 있는 숙의 과정도 없이 단순히 한두 번의 회의를 거쳐 표결로 안건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며 스스로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을 훼손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렇게 결정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추가로 발생시켜 사회적 갈등을 확산하고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뿐이다.

여덟째, 국가교육위원회는 발족 1년 7개월 간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공론화나 숙의의 과정을 거친 경험이 전혀 없다. 이 안건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 안에서 팽팽하게 대립되는 의견이 있고,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교육 문제를 두 둘러싼 의견 대립이 상종하는 상황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공론과 숙의를 통해서 합의나 수정 합의 등 다양한 대안의 가능성을 모색하지 않고 단순하게 표결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국가교육위원회는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교육위원회는 발족 후 지금까지 내내 존재 자치와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받고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교육위원회가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하는 작업을 중단하고 현장 파악과 의견수렴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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