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에 노조 권한...갈등 커지는 가맹사업법 [국회 방청석]
가맹본부 측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건의”
가맹점주는 환영 “본사 교섭에 큰 역할”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해당 개정안은 총 투표수 15표 중 찬성 15표로 의결됐다.
개정안은 민주당 소속 의원 9명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가맹사업법 9건을 대안 반영해 정무위원장이 제안한 법안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부여다. 가맹점주 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가맹점주를 대표해 가맹본부와 협상할 수 있고,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속출하면서 국회 통과가 무산됐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면서 5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가맹본부 결속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4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점주만 생각하다가 본사가 망하게 된다면 결국 피해는 가맹점이 받는다”며 반발했다.
특히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여러 사업자 단체의 등장이다. 노조는 복수 노조를 허용하더라도 대표성을 띤 대표 단체 한 곳과 협상을 진행하면 되지만 가맹본사가 여러 단체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앉아야 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 사업자를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규정하는데, 근로자와 같은 권한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비판도 있다. 헌법상 단체교섭권은 근로자만 갖기 때문이다.
반면 가맹점주 측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해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갑질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가맹본부 측이 주장하는 사회적 갈등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갈등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화를 통해 분쟁을 사전에 해결할 경우 집회, 시위, 농성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종속적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불합리에 경제난까지 더해져 자영업자와 우월적 지위의 사업자 사이 분쟁은 증가하고 있다”며 “그동안 자영업자들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 자영업자 단체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상생 협상권 강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당장 공정위는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관련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가맹본부 측 손을 들어줬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4월 23일 기자들과 만나 “총매출액이 10억원 이하인 가맹본부가 66.4%나 되는데 소규모 혹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가맹본부는 가맹단체 협상 요청이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경우 가맹본부 경영에 실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가맹점주 피해가 가장 많은 필수품목 지정과 관련한 협의 의무를 먼저 도입하고, 제도 운용 상황을 점검하며 점차 협의 대상을 늘려가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정현식 협회장은 “21대 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절대 통과돼선 안 된다”면서 “만일 통과된다면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당에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관련해 당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 계류된 민생법안들이 많아 그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야당의 견제로 국정이 마비되는 일이 많았다”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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