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의 경영권 탈취 핵심 된 '옵션' 계약 뜯어보니 [기업&이슈]

이현우 2024. 4. 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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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콜옵션으로 변경한게 화근
지분 20%밖에 없지만 이사회 장악
법적분쟁이 판가름…장기악재 될수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이사간 경영권 분쟁이 법적분쟁으로 번지면서 내홍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이브측이 당초 스톡옵션으로 제공됐던 어도어 지분을 콜옵션(매도청구권)으로 변경, 저가매수 기회를 줬고 또한 풋옵션(매수청구권)을 통해 현금화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오히려 분쟁의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사회까지 장악한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측이 장기간 법적 소송을 끌고나갈 경우, 해당 경영권 분쟁은 하이브의 장기악재로 작용하며 주가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이브, 민희진 스톡옵션을 콜옵션으로 변경…배려가 분쟁 씨앗으로
25일 하이브가 어도어에 대한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어도어 경영진의 단체 카톡대화방 내용.[이미지출처=하이브]

하이브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 및 어도어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경영권 탈취 계획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하이브측은 민 대표가 논점을 흐리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민 대표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앞서 하이브는 어도어에 대한 감사권 발동 이후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결과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간 단체 카톡방에서 구체적인 경영권 탈취 구상을 찾아냈다고 공개했다. 해당 구상은 민 대표가 보유 중인 지분의 풋옵션을 행사해 이를 현금화하고, 어도어를 사실상 빈껍데기로 만든 후, 우호적인 투자자를 구해 하이브로부터 어도어 지분을 저가로 재매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구상이 가능했던 이유는 민 대표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신 주어졌던 콜옵션과 풋옵션 등의 옵션계약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2021년 어도어가 하이브 자회사로 세워질 당시 민 대표에게 어도어 지분 15%에 대한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이후 이듬해 지분 5% 정도의 스톡옵션이 추가로 지급됐다가 이를 지분으로 전환할 경우 발생하는 높은 세율(45%)을 고려해 스톡옵션을 취소하고 대신 콜옵션으로 전환해줬다.

콜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다. 2023년 초 민 대표는 이를 이용해 어도어 지분 18%를 11억원에 매입했다. 어도어는 2022년까지는 당기순손실 32억원을 기록한 적자기업이었기 때문에 저가매입이 가능했다. 이후 지난해 어도어는 뉴진스의 흥행가도에 힘입어 매출 1103억원, 당기순이익 265억원의 우량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하나투자증권이 어도어의 2025~2026년 미래 지분가치를 약 2조원 안팎으로 전망한 것을 고려하면, 3600억원 상당 미래가치를 가진 어도어 지분 18%를 11억원에 갖게 된 것이다.

또한 민 대표는 해당 지분에 대한 풋옵션도 행사할 권리를 받았다. 풋옵션은 장래 일정한 기간 내 혹은 일정 기일에 약속한 가격으로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다. 하이브와 민 대표가 밝힌 어도어 지분에 대한 풋옵션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한다. 하이브측은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진과 카톡대화방에서 나눈 구상대로 풋옵션 행사로 얻은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이용해 외부 투자자를 구성해 어도어 지분을 재매입했다면 경영권 탈취가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장사서 3인 이사회까지 장악…경영권 분쟁 소지 높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옵션계약과 함께 이번 경영권 분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요소는 3인으로 구성된 어도어 이사회의 구성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어도어 이사회는 모두 민 대표와 가까운 과거 SM엔터테인먼트 출신 인물들로 교체됐다. 그 전까지 민 대표 이외 사내이사 2명은 하이브 임원들 중 일부가 겸직하고 있었다.

어도어와 같은 3인 이사회로 구성된 비상장기업에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들의 권한은 매우 크다. 지분 비율이 하이브가 80%, 민 대표와 경영진이 20%를 들고 있는 열세 상황이라고 해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외부 우호투자자들을 유입시키면 모기업인 하이브는 법적분쟁 외에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자회사 이사회가 모기업의 동의없이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경영권 탈취에 나설 경우, 모기업은 발행 전에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발행 이후에는 신주발행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3자배정 유상증자는 상법에서 ▲신기술도입 ▲재무구조개선 등 발행 목적을 제한하고 있으며 경영권 분쟁에 이용하기 위한 발행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기업이 이를 무효화시키려면 경영권 분쟁을 목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는 증거와 정황을 제시해 소송에서 이겨야한다.

소송에서 승리했더라도 상대방이 이에 불복해 3심까지 상고가 이어질 경우,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수년간 해당 분쟁 문제가 악재로 작용해 모기업 주가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폭로전·반격 속에 널뛰는 주가…"실적 영향은 제한적"

법적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하이브 주가 또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하이브가 어도어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한 지난 22일 전후 하이브의 주가는 8% 이상 등락하면서 시총도 8000억원 이상 감소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와 어도어간 분쟁 속에서도 뉴진스의 컴백 일정이 예정대로 추진되면서 하이브의 매출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브는 지난 25일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뉴진스 컴백 일정이 예정대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하이브 측은 "뉴진스는 27일 예정된 신곡 뮤직 비디오 공개와 더불어 5월과 6월 더블 싱글 발매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아티스트의 심리 치유와 정서적 안정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분쟁으로 하이브가 입을 실적 감소를 제한적으로 보고 중장기적인 성장세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어도어의 하이브 영업이익 기여도는 14%로 추산하며, 내년 BTS의 완전체 활동 재개를 고려하면 기여도가 더 줄어들 전망"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하이브가 받을 실적 여파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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