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 자신이 꼴보기 싫었다"…27세 멋쟁이 경비 사장님 [일본人사이드]

전진영 2024. 4.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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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도 주목한 27세 경비업체 사장 타사키 스가타씨
유니폼·도구·깃발 흔드는 동작까지 '멋있게' 바꿔…인식도 함께 바꿨다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으로 많은 것들을 지레짐작합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이 대부분 전부라고 생각하고 믿죠.

일본에서 경비 업체 근무자에 대한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일이 힘들고 장시간 노동이 있어 힘들다는 인식이 강한데요. 최근 일본에서는 '멋쟁이 경비업체 사장'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7세 사장님인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일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없을까"하는 생각에 복장부터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량까지 모두 바꿔버린 것인데요. NHK도 이를 보도하는 등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깃발을 흔드는 타사키 스가타씨.(사진출처=NHK)

오늘은 '오샤레 경비'로 알려진 멋쟁이 경비 아저씨, 타사키 스가타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타사키씨는 나가사키현 경비업체 사장입니다. 직원은 약 30명 정도 되는데요.

눈에 띄는 것은 유니폼입니다. 경비업체의 옷이라기보다는 요즘 젊은 층이 좋아하는 패션에 가까운데요. 타사키씨는 "겉모습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유니폼을 입었을 때 스타일이 좋아 보이도록 모든 치수를 측정하고, 로고나 스티커 스타일까지 신경을 썼다"고 하네요.

이분의 멋스러움에 대한 집념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무실도 전면 리노베이션을 해서, 여기가 경비업체 사무실인지 인테리어 회사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인데요. 그의 철학은 "분위기를 바꾸면 마음도 바뀐다"라고 합니다.

타사키씨의 회사 사무실. (사진출처=타사키 스가타 인스타그램)

왜 이렇게까지 멋을 고집하는 걸까. 계기는 그가 6년 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의 경영을 맡게 된 것에 있다고 합니다. 회사가 인력 부족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었고, 일할 젊은 사람들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타사키씨도 일에 대한 보람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경비업체 직원'이라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이 유니폼이 너무 싫었다고 합니다. 나도 나 자신이 꼴 보기 싫다는 생각에 일했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의욕 없이 일할 순 없기에 타사키씨는 상황 타개에 나서기로 합니다. 취미로 구제 의류나 인테리어 코디 등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를 일에 활용해보기로 했는데요. 우선 경비업체가 사용하는 도구를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신호수 깃발 등을 바꾸기 시작한 것인데요. 매일 쓰는 도구를 멋있게 바꾸면 직원들이 일상에 애착을 갖기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 멋지게 흔드는 방법은 없을지 연구도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공사 현장에서 운전자가 인식하기 쉽도록 깃발을 흔드는 방법이나, 행인을 안전하게 이동시킬 때 필요한 동작을 멋들어지게 만든 것인데요.

깃발을 흔드는 모습을 시연하는 타사키씨.(사진출처=타사키 스가타 인스타그램)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규칙은 정중하게 말을 걸고, 주위를 세심하게 살필 것입니다. 길을 가로막거나 돌아가라고 해야 하므로 운전자나 행인에게 인사를 철저히 하고, 웃는 얼굴로 할 것을 규칙으로 정했다는데요. 타사키씨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운전자가 스트레스받지 않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잖아요. 저희도 일에 있어선 프로니까 오기도 생기고"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친절해서 덩달아 기분까지 좋아졌다"라는 업체를 향한 칭찬의 메일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변화를 거친 이후로 젊은 인재들이 속속들이 이 회사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에서 이곳으로 이직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졌다는데요. "예전에는 그냥 멍한 느낌으로 깃발을 흔들었다"는 사람들이 이제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고 합니다.

(사진출처=NHK)

그는 "멋있고, 멋지게 일하면 된다. 꿈이 있는 일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는데요.

본인의 취미로 일의 즐거움을 찾고, 인식까지 바꿔놓은 그의 시도에 일본 언론들도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편견을 어떻게 깰까 이리저리 궁리했던 타사키씨의 고민 자체가 없어지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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