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전기차' 아이오닉5 승차감·거리 다 좋은데…이게 아쉽네 [주말車담]

고석현 2024. 4.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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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지난달 내놓은 전기차 '더 뉴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육각형 인간’. 외모·성격·학력·직업·자산·집안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간형을 의미한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전기차계의 육각형’ 같은 존재다. 2021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27만대가 팔리며 국내외 전기차 시장 개척자로 불린다.

아이오닉5가 재단장을 하고 지난달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더 뉴 아이오닉 5’의 외형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후면 범퍼 디자인, 디지털 사이드미러 등 디테일이 바뀌며 완성도가 높아졌다. 더 뉴 아이오닉5를 타고 지난 19일부터 3박 4일간 서울~용인 등 총 150㎞ 거리를 주행해봤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띵~’ 소리와 함께 디지털 콕핏 스크린이 켜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연기관차 시동을 걸 때의 ‘부왕~’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차 시동거는 맛’이 없다고 해야하나…, 컴퓨터·스마트폰의 전원을 켜는 느낌에 가까웠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출력 손실 없이 부드럽게 ‘주욱~’ 속도가 붙어 승차감과 주행감이 확실히 내연기관과 달랐다. 내부가 조용한 건 당연했고 외부 소리 차폐에도 꽤 신경을 썼다고 느껴졌다. 변속기는 전작과 같이 기어봉 대신 핸들 뒤에 있는 레버형이다.

더 뉴 아이오닉5의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날씨·환경에 관계없이 주변 환경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고석현 기자
더 뉴 아이오닉5의 변속기는 전작과 같이 기어봉 대신 핸들 뒤에 있는 레버형이다. 고석현 기자


‘디지털 사이드미러’ 처음엔 좀 불편


아이오닉 핸들을 잡고 마주한 가장 큰 허들은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사이드미러’였다. 기존 광학(거울) 사이드미러를 카메라와 스크린으로 구현한 것이다. 전작에서 차량 외부 디지털 사이드미러에 대해 “운전할 때 거슬린다”는 혹평이 있었는데 이번엔 둥글게 다듬고 크기를 줄인 덕분에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스크린에 적응하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경고 문구도 없고 스크린 속 주변 차량의 모습이 꽤 크게 보여서 거리를 가늠하는 데 애를 먹었다. 밤이나 빗속 운전에서도 기상·환경에 관계없이 주변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었다. 주변 차량접근 시 스크린에 떠오른 빨간 느낌표(경고)에 익숙해지자 곤두서있던 신경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가 탑재됐는데, 디스플레이 조작방식은 매우 직관적이었다. 운전대를 잡고도 미디어·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SW) 기능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더 뉴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5 뒷좌석 하단엔 무려 220볼트 콘센트도 있다. 노트북 컴퓨터 사용, 스마트폰 충전 등도 충분히 가능하다. 고석현 기자


‘장정 셋’ 올라타도 차내 공간 넉넉


‘편안한 거주 공간’을 표방하는 차인 만큼 내부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전장 4655㎜, 전폭 1890㎜로 아반떼(4710㎜, 1825㎜)보다 약간 작지만, 2열이나 트렁크 공간 등은 상대적으로 더 넉넉해 보였다. 여행·캠핑용은 물론 패밀리카로도 손색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커먼 장정’ 세 명이 올라타고 도로를 달렸지만, 답답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편의기능도 잘 갖춰졌다. 시내나 고속도로 주행 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나, 주차 때 활용할 수 있는 자동주차 기능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뒷좌석 하단엔 220볼트 콘센트도 있었다. 전작보다 용량이 큰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도 길어졌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485㎞로, 전보다 27㎞ 정도 늘어났다. 승차했을 때 배터리 잔량이 73%였는데, 150㎞ 주행 후에도 40% 정도가 남아있었다.

주행거리·주행감·기능 뭐하나 빠지는 건 없어보이지만, 문제는 ‘매력’이다. ‘전기차판 아반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엔 아이오닉5가 대중교통 택시로 많이 보급되며 차주들의 선호도가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일반 시민들이 전기차를 처음 접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지만, 브랜드 확장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이다.


첫 ‘전기차 레이싱’ 도전


레이싱용 전기차 ‘아이오닉5N eN1 컵 카’. 인제=고석현 기자

현대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들을 지속하고 있다. 레이싱용 전기차 ‘아이오닉5N eN1 컵 카’를 내놓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박준우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 상무는 지난달 31일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서 이 차를 소개하며 “이제 전기차로 드리프트하는 시대가 왔다”며 “일반인도 즐길수 있는 레이싱용 전기차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오닉5N eN1 컵 카는 아이오닉5를 개조해 만들었지만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레이싱 전용 슬릭 타이어를 장착했고 낮고 넓은 스타일의 오버휀더 등을 채택해 핸들링 성능을 높였다. 경주차의 기본인 경량화를 위해 운전석을 제외한 시트·카매트 등은 제거했다. 코너 급회전이나, 브레이크를 밟아 슬라이딩을 안정적으로 해냈다.

서킷에 들어선 뒤 레이서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디지털 계기판의 숫자가 순식간에 200㎞/h까지 치솟았다. 일반 레이싱카와 다른 두 가지 포인트는 소리와 연기. 현대차는 ‘레이싱카용 사운드’를 만들어 ‘귀로 달리는 맛’을 보완했다. 레이싱 후 보닛에 손을 올려도 전혀 뜨겁지 않다는 게 ‘꿀잼’ 포인트다.

전기차는 배터리 화재 시 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레이싱 중 위험하진 않겠느냐"는 질문에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소화기, 질식소화포 등 안전 요소를 추가해 화재 시 운전자의 대피 시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레이싱대회 ‘2024 현대 N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아이오닉5컵카 전용 전기차 레이싱을 진행한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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