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농단, 기회주의에 쩔어" 의대생들 격한 가처분 신청서

최민지 2024. 4.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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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 법률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의대 증원 소송 관련 재판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강원·제주·충북대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낸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소송 결과가 이달 30일 전후로 나올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6일 열린 심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학생 428명이 재판부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서와 준비서면에는 “윤석열의 의료농단”, “기회주의에 쩔어(‘절어’의 잘못된 표현) 있는 대학총장” 등 날선 표현들이 다수 등장했다.


“尹은 의료농단, 법원은 정치적 판결”

부산대 의대생들은 준비서면을 통해 앞선 법원의 가처분 신청 각하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과 이달 초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들은 “법원이 엉터리 불법적인 각하결정을 연속적으로 내놓은 이유는 대통령 윤석열의 엉터리 불법적인 의료농단에 가담해 총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정치적 판결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재판행위”라고 했다.

26일 첫 심문이 진행된 부산대 의대생들의 가처분 신청 준비 서면.


이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의대생 9000여명에 대한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학생들이 무서웠던지 필수적인 절차인 심문절차 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며 “가히 윤석열 정권의 의료농단에 이어 법원의 재판농단이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법꾸라지’‘법기술자’라는 비난을 자초한 것이고, 권력의 주구요 윤석열 정권의 시녀 행세를 자임한 것”이라고도 했다.

증원 규모를 자율적으로 줄이겠다고 한 대학 총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은 “기회주의에 쩔어 있는 대학총장들과 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이유는, 전국 32개 지방의대생 1만3000여명이 ‘총장들을 상대로 지방법원에 시행계획 증원변경 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나아가 형사 고소고발, 수백억대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내용증명을 발송하자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레퓌스 사건과 유사, 정의는 승리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대 의대생의 가처분신청서에도 비슷한 주장이 담겨있다. 충북대 의대생들은 정부의 자율감축안에 대해 “대통령 윤석열의 증원 2000명은 단순무식의 산물이요, 비과학적, 주술적 결과물임이 명백히 입증됐다”며 “구멍가게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이 자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나라를 망하게 하는 대한민국의 적들”이라고 했다.

증원을 둘러싼 언론, 법원의 태도를 비판하며 이른 바 ‘드레퓌스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1894년 프랑스 군부가 가짜 필적을 증거로 유대인이었던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를 간첩으로 몰아 종신형을 선고한 일이다.

충북대 의대생들 가처분 신청서.


학생 측은 “이 사건은 여러가지 면에서 드레퓌스사건과 닮아있다”며 “독재권력과 추종자들은 드레퓌스를 악마의 섬에 유폐시키고, 진범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진실을 덮어버렸다”고 했다. 이어 “공범자들과 유령들로 가득한 밤, 솟구치는 분노로, 이 사건 채권자들은 드레퓌스가 무죄임을 에밀졸라가, 세계시민들이, 투쟁으로 증거했듯이, 시대의 법정에서, 정의는 승리함을 외친다”고 했다.

교육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도 언급됐다. 이들은 “의예과·의학과 강의실, 해부학실습실, 자습실, 도서관, 학생 휴게시설 등 모든 시설과 자원이 49명 정원에 맞춰져있다”며 “의학과 강의실은 수업을 들었던 본과 3학년 58명도 공간이 부족해 뒤에 책상과 의자를 추가적으로 배치해 수업을 간신히 듣는다”고 했다.


교육부, 강요행위 집중 신고 기간 운영

교육부 의대 휴학 강요 집중신고 기간 운영.


의대생들의 집단 반발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2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2주간 의과대학 수업 거부 강요 행위에 대해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수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데도 동료들의 강요나 압박 때문에 수업을 듣지 못하는 의대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피해 사례는 교육부가 운영하는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010-2042-6093, 010-3632-6093, moemedi@korea.kr)로 신고하면 된다.

대학들의 개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 의대가 고등교육법상 정해진 1년 수업시수(30주)를 원활히 확보하기 위해 개강을 연기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이달 말 경이기 때문이다. 전국 40개 의대 중 아직 개강하지 않은 대학은 건국대 분교, 건양대, 성균관대, 순천향대, 원광대, 전남대, 조선대, 연세대 분교 등이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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