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는 잔인한 폭력…솜방망이 처벌 ‘NO’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증명하라는 요구처럼 황당한 것도 없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상대에 맞서 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하다가도 막상 당사자가 되면 이처럼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상대방을 응징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무고는 당해보지 않고서는 그 잔인한 폭력성을 실감하기 어렵다.
평화로운 북유럽 고향을 찾아온 유치원 교사에게 벌어진 무고를 다룬 영화 ‘더 헌트’를 보면 고구마 열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과 울분이 차오른다. 어린 소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동의 아래 온 마을과 공권력이 한 인간을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과정을 보면 무고의 비정함이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다행히 무고 범죄가 드러나 죄를 묻게 됐지만, 성공한 무고는 반복된다. 거짓으로 분쟁을 만들어 상대가 합의를 시도하면 신고를 취하하고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수사기관에서 거짓 진술을 한다. 한두 번 성공하면 큰 품 들이지 않고 꽤 남는 장사로 여기게 된다. 2019년부터 몇 년에 걸쳐 생활정보지에 낸 ‘구혼 광고’를 보고 찾아온 남성들과 만나 성관계나 신체 접촉을 한 뒤 그중 5명을 강간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60대 여성이 그런 경우다. 결국 법원에서 8개월의 실형으로 법정 구속됐지만 피해 남성들의 행위가 범죄가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무고 행위를 반복한 그녀의 행태는 전형적인 반복성 무고 범죄자의 모습이다.
무고는 성범죄에만 있지 않다. 신성한 배움이 있어야 할 교실에서도 무고는 빈번하다. 교사의 지도에 불만을 품은 일부 학부모는 반복적이고 악의적으로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래야만 내 자녀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거라는 그릇된 학부모의 착각이다. 지난해 9월 관련 법이 일부 개정돼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해 법적 조치하도록 했으나, 여전히 교사들은 생활 지도의 자율성 확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거짓된 아동학대 신고는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고는 수사와 재판 과정을 방해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꾸는 심각한 범죄임에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의 무고죄 발생 건수는 32% 증가했다. 상대를 괴롭혀야 분이 풀리는 이들에게 무고는 손쉬운 수단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죄를 날조해 상대에게 진상을 밝히라는 일단 지르고 보자 식의 공격이 등장했다. 공해 수준이다. 선거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비뚤어진 정치판의 무고는 때마다 나타나는 악질적인 습관성 범행이다.
무고는 타인의 삶을 황폐화하는 악랄한 행위다. 현재 무고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양형을 통해 법을 함부로 농락하는 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무고를 일삼는 이들은 다시는 선거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 수는 없나. 그들은 불치병 환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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