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순한 코브라가 탈출했어요” 독성 생물, 양육 규제 없나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4. 4. 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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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반려동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어떠한 동물이든지 데려와 기르며 애정을 주면 ‘반려동물’이 되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게 보통이지만 드물게 양서파층류를 기르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코브라처럼 독성이 있는 동물을 양육할 때다.

최근 당근마켓에 김제 요촌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사용자가 “코브라 뱀 찾아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려 논란이었다. 이 사용자는 “집에서 키우던 애완 코브라”라며 “온순한데 벽을 잘 타고 굉장히 빠르다”고 밝혔다. 이어 “길이가 80cm 정도 된다”며 “보시는 분은 연락달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 애완용 코브라가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24일 전북경찰청이 “게시글과 관련해 전북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를 통해 접수된 신고는 없다”고 못 박으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독사 등 독성 생물을 기르는 사람이 있는 한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엔 독성 생물 양육 관련 규제가 없는 걸까?

◇독성 생물 사육 규제 없어… 일반인끼리 사고팔기도
현재 국내에 개인이 반려목적으로 맹독사를 사육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없다. 한국양서파충류협회 이태원 회장은 이를 두고 “합법, 불법을 따지기 어려우며, 사실상 ‘무법’의 상태”라고 말한다.

개인이 양육 목적으로 독사를 수입하는 것은 물론 허가되지 않는다. 관세법 제237조(통관의 보류)는 세관장이 ▲수출·수입 또는 반송에 관한 신고서의 기재사항에 보완이 필요한 경우 ▲제출 서류가 미흡해 보완이 필요한 경우 ▲의무사항을 위반하거나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품의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독성 파충류는 국민 보건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취급돼 통관이 불허된다.

그러나 감시를 피해 유통되는 독성 파충류는 여전히 있다. 이태원 회장은 “동물원 등에 전시하려 수입된 독사가 개인에게 무단 반출되거나, 밀수로 들여오거나, 과거에 통관 과정에서 보류되지 않고 수입된 개체를 국내에서 번식시킨 후손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성 생물, 야생동물과 구분해 엄격한 관리 필요
현행법상 법적인 반려동물 범위에 속하는 동물은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다. 그렇다고 국내에 양서파충류 관리에 관한 규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태원 회장에 따르면 국내 양서파충류 관련 법은 오히려 해외보다 엄격한 편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등록법’ ‘CITES 개체 사육시설 등록법’ 등을 통해 멸종위기종 양서서파충류를 정부가 관리하고, 파충류 수입 검역도 오는 5월 19일부터 시행된다.

양서파충류가 법적 반려동물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독사를 포함한 독성 생물’에 관한 규제가 따로 없는 게 문제다. 현재 독성 생물은 야생동물 일반의 한 하위 항목으로서만 관리된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경우 그나마 양도·양수, 번식, 폐사 신고를 하는 게 의무지만,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독성 생물은 원서식지와 개체 수가 충분히 유지되는 종이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아니다. 이에 개인이 독사나 타란튤라 등을 번식시켜 유통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도 규제가 없다. 타란튤라 대부분은 독성이 말벌 독보다 약하지만, 일부 종이 강한 독성을 띠는 건 사실이다.

이태원 회장은 “독성 생물은 일반인에게 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만큼 야생동물 일반과 함께 관리하지 말고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감시·감독해야 한다”며 “한국양서파충류협회에서 ▲독성 생물의 개체 등록 ▲번식·유통 금지 조치 ▲사육 포기 개체 수거 제도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관계 기관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독사 기르는 것도 개인의 자유… 다만, 체계 없이는 안 돼”
이태원 회장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므로 독사를 기르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며 “다만, 한국에서 독사 사육을 허용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고 말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독사 사육 전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하고, 국가가 규정한 안전 장비를 갖춘 사람만 사육이 허가된다.

이 회장은 “독사 사육을 허가하려면 우선 독사를 길러도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거기 앞서 안전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독사 사육을 관리할만한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독사 사육이 가능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없을뿐더러 독사 사육 관리 매뉴얼조차도 정립돼있지 않다. 국내에서 독사를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것은 완전히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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