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통제권 없었는데... 임성근 사단장 '직권남용' 입증 문서 나왔다

김도균 2024. 4. 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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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육군50사단으로 통제권 넘어갔는데 단편명령 내려... 합참 명령 위반 정황

[김도균 기자]

▲ 실종된 해병장병 찾는 전우들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채 상병 사망 당시 임성근 해병1사단장이 본인에게 작전통제권이 없음에도 명령을 내리는 등 직권을 남용한 정황을 뒷받침할 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시 해병1사단 포병여단은 당초 부여됐던 '호우피해 복구작전' 임무가 '실종자 수색작전'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내성천에 투입됐던 채 상병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지금까지 임 전 사단장은 자신에게 지휘권이 없었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거나 부대를 통제한 적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세상에 나온 '해병1사단 단편명령'... '지휘권 없었음' 임성근 주장 반박
 
 해병1사단 단편명령. 해병1사단 단편명령은 관련 근거로 합참 단편명령과 제2작전사령부 단편명령을 제시했지만 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김경호 변호사 제공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문서는 '해병대 제1사단' 명의로 작성된 단편명령으로, 제목은 '단편명령 제23-19호(호우피해 복구작전 투입) 지시'이다. 단편명령이란 부대의 임무 또는 전술 상황의 변경을 알리는 데 사용하는 간략한 작전 명령이다. 여기에는 해병1사단 작전과장, 작전참모, 참모장, 작전부사단장, 사단장이 서명했다. 

이 단편명령이 해병신속기동부대 등 예하부대에 시달된 시점은 7월 17일 오후 9시 55분으로, 이미 임 전 사단장이 작전통제권을 육군50사단장에게 넘긴 후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 해병대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해병1사단 제2신속기동부대의 작전통제권은 합동참모본부→육군 제2작전사령부→육군 50사단 순으로 전환됐다.
 
 해병대사령부 작전처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전통제권은 7월 17일 오전 10시부로 해병1사단에서 육군50사단으로 이양됐다.
ⓒ 박주민 의원실 제공
  
해병1사단이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에 따라 육군 50사단으로 작전통제권을 이양한 시점은 7월 17일 오전 10시였다. 명령대로라면 이 시각 이후 작전과 관련된 모든 명령은 육군50사단장이 내렸어야 한다. 작전통제권이 넘어간 뒤라 임 전 사단장이 합참의 단편명령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 상병의 직속상관이었던 포7대대장 이아무개 중령을 변호하는 김경호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예하부대 과업을 지시한 해병1사단의 단편명령은 육군50사단으로부터 작전통제를 받도록 규정한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 자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합참 단편명령으로 육군50사단장이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를 작전통제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므로, 호우피해 복구작전과 관련해서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에게 명령권한이 없고, 육군50사단장에게 명령권이 설정된 상황에서 해병1사단장이 이를 위반해 작전통제권을 임의로 행사해 직권을 남용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임 전 사단장은 '구체적인 작전의 임무와 과업은 작전통제권을 가진 부대(육군50사단)에서 지시했으며 실종자 수색작전과 관련한 안전 책임 역시 50사단장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원칙적으로 특정 작전 임무와 과업을 부여할 권한을 갖고 있는 작전통제부대장인 육군 50사단장과 현장부대장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이 부여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임성근 전 사단장 '단편명령' 내용 살펴보니
 
 예하부대 과업을 명시한 해병1사단 단편명령은 최초 포병여단의 과업으로 '호우피해 복구작전 시행'으로 적시하고 있다(빨간색 네모).
ⓒ 김경호 변호사 제공
 
해병1사단은 예하 2개 여단이 번갈아가며 유사시 신속대응부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제1신속기동부대와 재난대응 임무를 수행하는 제2신속기동부대로 나뉜다.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집중호우는 자연재해였으므로 피해 현장에 출동한 해병1사단 예하부대는 제2신속기동부대로 편제됐다.
25일 김경호 변호사의 공개로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해병1사단의 단편명령 중 '예하부대 과업'에 따르면 채 상병이 속한 포병여단의 과업은 '실종자 수색작전'이 아닌 '호우피해 복구작전'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해병대 안전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채 상병 순직사고 전후 부대 배치 현황. 임무가 최초 '호우피해복구작업'에서 '실종자 수색 정찰'로 변경됐다.
ⓒ 박주민 의원실 제공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2023년 7월 17일 오후 경북 예천에 도착한 포병여단은 다음날 7월 18일 오전부터 피해복구가 아닌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

해병대 안전단이 박주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채 상병 순직사건 하루 전인 7월 18일 '실종자 수색 정찰'에는 71대대(보병)을 비롯한 10개 부대가 배치됐다. 당초 호우피해 복구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었던 포병여단도 수색에 투입됐다. 내성천을 따라 포3대대가 상류, 포7대대(채 상병 소속부대)는 중류, 포11대대는 하류에서 수색을 진행했다. 채 상병이 목숨을 잃은 7월 19일에도 71대대 등 10개 부대가 '실종자 수색 정찰'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대 배치는 최초 '호우피해 복구작전'을 포병여단의 과업으로 규정했던 해병1사단 단편명령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김경호 변호사에 따르면, 포7대대장이었던 이아무개 중령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포병여단이 경북 예천에 도착한 7월 17일 저녁 무렵부터 다음날 새벽 3시 사이 '호우피해복구작전'이 '실종자수색작전'으로 변경됐다고 진술했다.

박주민 의원은 "지휘관의 욕심으로 채 해병이 의무가 없는 일을 하다가 순직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임성근 전 사단장은 더 이상 발뺌하지 말고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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