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검사님들 있어 외로운 싸움 가능”

양한주 2024. 4. 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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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이원석 총장님께 진심으로 감사” 편지
이 총장 지시로 피해자 옷 121곳 추가 감정
가해자 염색체 발견돼 강간살인미수로 처벌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필명)씨가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낸 감사편지 주요 내용


“검사님들이 아니었다면 이 외로운 싸움을 진즉에 포기했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필명·28)씨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가해자의 DNA 추가 감정 등을 진행해 중형이 선고된 것과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과 검사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이 총장의 특별 지시 이후 항소심에서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새로 적용됐고, 1심보다 높은 형이 선고된 것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이다.

김씨는 사법체계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들 의견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편지에서 강조했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씨는 지난 23일 대검에 보낸 편지에서 “존경하는 이원석 총장님께 이제서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총장님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121곳의 구멍은 뚫리지 않았을 겁니다”라고 적었다. 검찰은 지난해 이 총장의 지시를 통해 김씨 의류 121곳의 표본을 추가 채취해 DNA 감정을 실시했었다.

이원석 검찰총장. 연합뉴스

검찰 DNA 감정으로 징역 12년→20년

앞서 가해자 이모(32)씨는 지난 2022년 10월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 총장은 사건 경과를 보고받은 뒤 대검찰청 담당 부서에 “국민적 염려가 크고 범행 동기에 의심스러운 측면이 많은 사건이니 과학적으로 증거를 충분히 수집해 법조, 공소사실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2심 과정에서 ‘피해자 바지가 내려가 있었고, 속옷은 다리에 걸쳐 있었다’는 증인 진술이 추가로 나왔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황이었다. 1심 후 이씨가 ‘출소 후 보복’을 시사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총장 지시에 따라 대검 유전자 감식실은 피해자 의류 4점(청바지‧팬티‧상의‧카디건) 121개 부위에서 광범위한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씨의 Y염색체가 청바지 안쪽 허벅지 부위에서 새로 검출됐다. 당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청바지 등 5개 부위에 감정을 신청했지만 청바지 바깥쪽에서만 이씨 Y염색체를 발견했었다.

검찰은 감정 결과에 따라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는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고, 2심이 이를 받아들여 형량이 징역 20년으로 늘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이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범죄 피해자분들 도움되는 자리 함께하고 싶어”

김씨는 “검사님들을 독려해주시고 월례회의에서 꾸준히 피해자들을 위해 발언해주시는 의견들을 항상 챙겨듣고 있다”며 “총장님은 제게 참 많은 귀감을 주시는 분”이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이 총장이 김씨가 저술한 책을 검사들에게 읽어볼 것을 권장한 것에 대해서도 “정말 감사하다. 피해자와 밀접한 분들이 꼭 읽었으면 했던 바람이 이뤄진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김씨는 “피해자분들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분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며 “여전히 사법체계에서 이를 꺼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씨는 “많은 범죄 피해자분들이 이야기하고 싶어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들 합니다”라며 “저라도 어디든 불러주시면 피해자분들에게 도움되는 자리를 함께하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무탈하게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며 “총장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편지를 받은 이 총장은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내가 보호받고 있다. 국가가 나를 지켜준다’는 생각이 충분히 들도록 수사와 기소, 재판, 형 집행에 이르는 모든 형사사법절차에서 범죄피해자 보호, 지원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검찰에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지난해 10월 대검 월례회의에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와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은 부산지검 수사검사, DNA 감정을 거쳐 성폭행살인미수로 공소장을 변경해 중형 선고를 이끌어낸 공판검사, 결정적 증거를 찾아낸 대검 디지털포렌식 센터 연구관과 연구사 등 모두의 헌신과 노력에 깊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필명)씨 저서.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얼룩소 제공


경호업체 직원 출신 이씨는 지난 2022 5월 새벽 부산 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김씨를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했다. 김씨는 뇌손상으로 하반신이 일부 마비돼 장기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씨는 지난 2월 ‘김진주’라는 필명으로 저서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출간했다. 김씨는 작가이자 다른 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대한민국 범죄 피해자 커뮤니티’ 등의 운영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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