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응급 아닌 사람 어딨냐"…빅5 '주1회 휴진'에 환자들 분통

황수연, 문상혁 2024. 4. 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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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까지 동참하면서 서울 빅 5 병원이 모두 내주부터 진료와 수술을 멈추는 휴진에 들어간다. 26일 가톨릭대 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는 “환자 안전을 위해 교수님의 과도한 업무를 줄일 것”이라며 “찬성률 83.8%로 5월부터 주 1회 금요일 외래·수술 휴진을 결정했다. 요일은 자율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사직을 시작한 25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사동 충남대학교병원에 의사들의 호소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성모병원을 뺀 나머지 가톨릭대 의대 산하 7곳 병원도 다음 주부터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다. 김성근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8개) 병원별, 교수별로 자율적으로 5월 이후 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라며 “다음 주 초 8개 병원이 참여하는 총회를 열고 구체적인 휴진 방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서울 빅5 병원은 모두 내주부터 하루 혹은 정기적 휴진에 돌입하게 됐다. 앞서 서울대병원(30일, 이후 정기적 휴진 논의), 세브란스병원(30일부터 1회), 삼성서울병원(초과 근무 시 주 1회), 서울아산병원(5월 3일부터 1회) 등 주요 4개 병원이 휴진을 결정한 바 있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고려대의료원 소속 교수들도 30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서울대병원 한 내과 계열 교수는 “휴진 신청서를 내면 외래 직원들이 환자 진료 일정을 다른 날로 조정해주는데 그런 과정을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진료과별로 차이가 있는데 (휴진 당일) 다 같이 진료를 안 보기로 한 곳도 있고, 시간이 촉박해 개별로 참여하는 곳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는 금요일처럼 환자가 비교적 적은 요일에 다 같이 닫는(진료 안 본다는 의미) 방식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는 전국 20개 의대와 소속 수련병원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가 9차 총회를 열고 매주 1회 휴진을 안건으로 논의한다. 앞서 전국교수 비대위는 다음 주 중 하루 휴진과 25일 이후 사직 진행에 뜻을 모았는데 이날 추가로 정기 휴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한 주 한 주 이렇게 버티는 게 의미가 없고 모두 지쳐 진료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라며 “대학들 사정을 들어보고 하루씩 휴진할지, 당직 후 다음날은 쉬는 식으로 할지 통일된 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병원들은 휴진하더라도 중증·응급 환자 진료는 이어갈 방침이다.

휴진으로 인한 의료 차질이 우려보단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빅 5 병원 한 관계자는 “개인 자율적 참여를 독려해 많지 않을 거로 보인다”라고 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 또한 “참여 교수가 몇 안 돼 진료를 거의 정상적으로 볼 것 같다”라고 했다. 이날 지역에서는 원광대·충남대병원 등이 처음 휴진키로 한 날이지만 큰 차질은 없었다.

교수들 사직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사직서를 내고 이날부터 진료를 안 하고 있다는 서울 대형병원 한 교수는 “오늘부터 환자를 안 보고 있다. 사직서가 수리되면 다른 병원에 취직하거나 안 되면 전공의들처럼 마찬가지 신세로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환자들은 사직·휴진 현실화 여부에 상관없이 이런 언급만으로도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한 환자 보호자는 인터넷 카페에 서울대병원에서 온 휴진으로 인한 진료 변경 안내 문자를 공유하며 “뉴스에서 휴진할 거라더니 진짜 쉬나 보다. 어린이병원은 최대한 지장 없게 하고 있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그랬는데 이런 문자가 와서 화가 난다”라고 썼다. 또 “하루만 쉬는 건지 계속 어떻게 되는 건지 물으니 간호사 선생님도 다음 스케줄은 알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라며 “중요한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은 진짜 화날 것 같다. 아픈데 응급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갑상선·심장 질환으로 이날 서울대병원을 찾은 유모(57·여)씨는 “아직 휴진 얘긴 못 듣고 갑상선은 내년에, 심장은 5월 초에 다시 와야 한다고 들었다”라면서도 “진료가 미뤄질까 불안하다”라고 했다. 유씨는 “몇 개월간 병원에 다녔는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른 환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했다. 뇌종양 수술 뒤 약을 주기적으로 타러 병원에 온다는 이모(68)씨는 “저야 다행히 수술을 끝낸 상태지만 다른 급한 분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환자단체는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의사단체 빠진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과 관련,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환자들은 갈 곳이 없는데 특위는 현 상황과 거리 먼 정책적 논의만 진행하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무용지물의 특위 대신 환자 보호 정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며 일선 교수진 사직 명단을 공개해 환자들이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의사들의 휴진·사직에 연일 유감을 표하면서도 큰 공백이 없을 거로 내다보고 있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대학본부와 (88개) 대학병원 인사과에 형식, 요건을 갖춰 공식 제출된 사직서는 소수이며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다”고 했다. 또 “25일 기준 실제 이탈한 의사는 없었다”라며 “전문의가 1만9000명 정도 병원에 있는데 현재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가 한 자릿수”라고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교수가 현장을 지키고,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올 때 정부와 국민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더 진중하게 경청하고, 더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해 온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부디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면서 “의료 개혁은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수연·문상혁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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