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직격탄 맞았다…5대 금융사 1분기 순이익 17% 증발

염지현 2024. 4. 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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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ㆍ신한ㆍ우리ㆍNH농협 등 5대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지배지분) 합산은 4조8803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뉴스1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17% 가까이 줄었다. 핵심 계열사인 5대 은행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따른 1조7000억원 상당의 자율배상 비용(충당부채)을 실적에 반영하면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 등 5대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지배지분) 합산은 4조8803억원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1분기(5조8597억원)보다 9794억원(16.7%) 쪼그라들었다.

신재민 기자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30% 이상 준 KB금융과 NH금융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49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5087억원) 대비 30.5% 감소했다. 홍콩 ELS 배상금 지급을 위해 8620억원을 부채로 반영하면서다.

같은 기간 NH금융은 순이익이 9471억원에서 6512억원으로 31.2% 줄었다. 우리금융(8245억원)과 하나금융(1조340억원)도 전년 동기대비 각각 9.8%, 6.2% 감소했다. 1분기 가장 선방한 신한금융이 리딩금융(당기순이익 기준)에 올라섰다.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3215억원으로 1년 전(1조3880억원)보다 4.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해 5대 금융의 성과가 부진한 것은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ELS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 여파가 크다. 시중은행은 지난달 말 잇따라 이사회를 열고 ELS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을 결의했다. 충당부채로 잡힌 5대 은행의 배상 비용은 총 1조6650억원에 이른다. 충당부채는 회계상 지출 시기(금액) 는 불확실하지만, 앞으로 갚아야 할 빚(부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홍콩 ELS를 가장 많이 판 국민은행의 충당부채가 86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농협(3416억원), 신한(2740억원), 하나(1799억원), 우리은행(75억원) 순이었다.

하지만 ELS 자율배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금융지주의 이익 구조는 여전히 견조하다. 기업 대출 증가와 안정적인 순이자마진(NIM)으로 이자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이 8620억원 상당의 충당부채를 쌓고도 1조원대 순이익을 받쳐준 이유다. KB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3조1515억원으로 1년 전(2조8239억원)보다 11.6% 증가했다.

상당수 전문가도 금융지주는 2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늦춰지면서 은행의 NIM이 개선될 여지가 큰 데다 ELS 충당부채 이슈도 1분기에 해소됐기 때문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비용을 늘릴) 홍콩 ELS 자율배상과 원화값 하락에 따른 환차손 손실 외엔 일회성 요인이 거의 없다”며 “은행들의 실적 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지주의 실적발표가 몰린 26일 금융주 주가는 날았다. 이날 KB금융은 전날보다 9.67% 오른 7만6000원에 마감했다. KB금융이 전날 실적 발표와 함께 새로운 배당 정책을 발표한 영향이다. 분기별로 3000억원씩 균등 배당을 하고, 앞으로 배당 총액(1조2000억원)도 유지 또는 상향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신한지주(7.47%)와 하나금융(6.01%) 주가도 5% 이상 뛰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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