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 산책' 그 후 6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부

박소희 2024. 4. 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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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 선언 기념사... "역대 정부는 한반도 평화 노력, 현 정부도 멈춰선 안 된다"

[박소희 기자]

▲ 남-북 정상 '도보다리' 친교 산책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부근 '도보다리'까지 산책하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를 함께 걸으며 남북관계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던 '판문점 선언'이 4월 27일로 6주년을 맞이한다. 이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교체 등으로 남북관계는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기념식에 모인 이들은 '그럼에도'를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6일 오후 노무현재단과 포럼사의재, 한반도평화포럼 주관으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6주년 기념식'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국제 정세와 한반도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며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한반도 상황에 불안한 국제정세까지 더해져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년 사이, 한반도 상황은 극도로 악화됐다"며 걱정했다.

"대화 복원과 평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은 사라진 반면, 서로를 자극하고 적대하며 갈등만 키웠다. 급기야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인 9.19 군사합의까지 파기됐다. 편향된 이념 외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언제, 어느 순간 군사적 충돌과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로 엄중한 위기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평화의 길로 돌아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며 "현 정부도 이와 같은 노력을 멈춰선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민주, 민생, 평화의 3대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아줬다"며 "총선 민의에 따라 대립과 갈등에서 평화와 번영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책 기조를 조속히 전환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평화의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의 노력도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새롭게 규정하고 통일과 민족 개념마저 부정하고 있다"며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에 역행하는 길로 더 이상 나아가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6년 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북관계의 발전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이 지속적으로 함께 추구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문 전 대통령 "총선 민의는 민주, 민생, 평화 위기 극복"
임동원 "중요한 건 의지와 노력", 김동연 "평화의 꿈 빛 바래"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2024.4.26
ⓒ 연합뉴스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전 통일부 장관)도 남과 북 모두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전쟁불사'를 공언한 이후 남북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말과 행동만 계속해왔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더이상 남북관계에 기대를 걸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하고 관련 법규를 고치고 기구를 폐지하는 조치까지 단행하고 있다"며 "이대로면 남북관계도, 한반도 평화도 희망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탄식의 목소리가 높아져 간다"고 봤다.

임 이사장은 "하지만 분단 이후 75년 남북관계를 되돌아보면 지금보다 힘들고 위태로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의지와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뜻에서 이 행사를 국회에서 열게 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의 회복·발전을 바라는 많은 분이 22대 국회에서 일하게 됐기 때문"이라며 "이 자리에 참석한 각 당의 대표와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에게 큰 기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접경지역이 있는 경기도의 김동연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을 더욱 따졌다. 그는 판문점 선언 6개월 전만 해도 전쟁 조짐 탓에 한국의 국제신용도가 하락할 위기에 놓였던 일을 회고하며 "판문점 선언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당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로) 함께 맞으면서 얼마나 기쁘고 감동스러웠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꿈이 안타깝게도 (색이) 바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꿈은 선출된 권력에 의해서, 민생과 경제는 무능한 정부로 인해서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김 지사는 "평화의 꿈은 어떤가"라며 "대북정책의 큰 꿈은 빛이 바래고 있고, 군사적 충돌에 대한 관리 수준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6년 전 정상회담 때 쓰였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가사를 인용하며 "'망설일 시간에 우리를 잃는다'는 말이 와닿는다. 오늘 판문점 선언 6주년을 맞이해서 다시 이 노래를 틀 수 있는 계기와 좋은 진전을 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저부터 해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각 당의 당선인들은 물론 박능후 전 복지부 장관(사의재 상임대표),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이정옥 전 여성가족부 장관,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등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과 정세현·이종석·이재정·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2024한반도평화공동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 6.15 공동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을 기리는 행사와 오는 10월 '한반도 평화주간'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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