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앞 장구·꽹과리소리... 왜냐면

강홍구 2024. 4. 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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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 주민들 상경 집회... "지역 SRF 발전소 허가 하지 말라"

[강홍구 기자]

 26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주민들이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에 장구와 꽹과리소리가 울려퍼졌다.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SRF발전사업자 허가심의를 진행하기 때문이었다.중장년층의 청도 부곡면 주민 30여명이 함께 참여했다.
ⓒ 강홍구
"당따당따당따다당~" 
"고향땅에 발전소 들어서면 다이옥신, 우리모두 걱정이란다 딴따라라라~"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 장구와 꽹과리소리가 울려퍼졌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경북 청도군 풍각면·부곡면 주민들. 이들은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SRF발전사업자 허가심의를 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왔다.

"경북 청도에서 5시에 버스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점심도 못 먹고 이렇게 호소드립니다. 민가에서 20m 떨어진곳에 발전소라니요. 동네 한복판에 이게 도무지 용납되지 않습니다. 최소한 저희 농민들도 사람입니다.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건강하게 살 권리,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사회를 맡은 전충진씨의 말이다. 상대적으로 고령층인 주민들이 주로 참석하다보니 여느 기자회견 풍경과는 달랐다. 발언보다는 장구와 꽹과리가 자주 울렸고, 트로트 유행곡을 개사한 노랫말이 흘렀다.

사회자는 경북 청도 지역에 SRF 발전소 설립이 가시화된 건 지난해 11월 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문제가 처음부터 드러난 건 아니었다.

"(업자들이) 폐기물발전소 동의만해주면 땅값의 10배를 주겠다고 얘기하고 다닙니다. 지역의 부동산업자들이 농사 짓는다고 매입해놓고, 폐기물발전소를 짓는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어떻게되든 나몰라라 합니다. 업체들은 지원금까지 받게되고요."  
청도군이 고향이고 정유업계에 종사 중인 박철석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30년이 넘게 정유석유화학업종에 근무를 하고 있지만, 직접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부모님들 생각해서'라고 한다.

"다이옥신을 비롯해 원료물질의 위험성에 노출이 예상되고, 건강 피해 관련 학술연구도 있지만 업체들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만약에 이게 통과된다면 앞으로 발전소가 더 증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설이 한번 들어서는 게 어렵지요. 이 공장을 지으면 청도에 도움이 된다 말하지만 가동인원은 20명 남짓입니다.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지난 2020년 김해동 교수 등의 연구(국내 SRF 소각시설의 문제점  및 제도개선 방안)는 SRF시설에 대한 환경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지적한다. 우리 사회는 악순환을 그려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경청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SRF 소각시설은 주로 공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자에 의해 SRF 소각시설이 운영되다 보니 쓰레기 소각처리에 따른 이익 외에 열이나 증기의 공급 혹은 전기생산 등을 통한 추가수익을 추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소각시설을 건설하여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연성 쓰레기를 소각처리 하는 재원을 늘려서 고품질의 SRF 연료가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민간사업자로 하여금 저품질의 SRF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가연성 쓰레기의 소각처리를 늘려 재활용쓰레기 대란을 진정시키려고 하다 보니 환경부는 고형연료 소각시설이 잠재적으로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규제를 강화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가연성 쓰레기의 소각처리라는 공익적 목적과 주민 건강보호라는 공익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고형연료제품의 품질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고형연료 소각시설을 공적 기관이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고형연료 소각시설 운영을 통한 수익성 추구를 배제한 상태에서 소각시설의 규모와 입지를 결정하고, 고형연료제품의 품질을 높이며 시설 운영을 엄격하게 감시, 통제하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주민반발이 없다." 
 
 26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주민들이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에 장구와 꽹과리소리가 울려퍼졌다.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SRF발전사업자 허가심의를 진행하기 때문이었다.중장년층의 청도 부곡면 주민 30여명이 함께 참여했다.
ⓒ 강홍구
 
"집회라고 하는 것을 세상천지에 해본 적이 있겠습니까, 다들 생소할 겁니다. 큰소리로 한번 다시 해보겠습니다. 경북 청도 안곡그린 폐기물에 반대한다. 농민들이 다죽는다. 민가 20m 발전소가 웬말이냐. 전기심의 위원님들 농민들을 살려주소".

주민들은 회의가 열리는 시간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발전사업법에 따른 인허가를 심의하는 산업자원부와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환경부의 제도에도 공백이 있다. 업체들이 10mw 이하 소규모 발전용량으로 설립허가 신청을 하면 까다로운 제도들을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이런 상황을 절박하게 인식했다.

"청도군에서 협의를 거치고 산자부 허가를 받아야합니다. 발전소 시설이 10MW이상이면 주민동의가 필요한데 이번에 들어선 시설은 8.8MW입니다. 오늘 심의를 백지화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청도군이 반대의사를 표해도 기업과의 행정소송에서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호소드립니다."

"집에 갈 때 밥사줄게, 언니야. 좀만 더 자리 지키고 있자."
"너무 화난다. 미치겠다. 눈물이 난다." 
"겉으로는 재생이고 속으로는 쓰레기. 쓰레기 발전 철회하라."

열심히 장구를 두드리던 한 장년층 여성 농민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우리는 약자들입니다. 오늘 우리가 약자의 입장으로 농사를 짓고 바쁜 시기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걸 보면서 우리도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세상은 항상 강자들의 힘만으로 움직이지 않거든요. 용기를 가지고 오셨는데 결실없이 내려가면 힘이 빠지실까봐 걱정됩니다. 우리 함께 힘냈으면 합니다."

이들의 뜨거운 상경집회는 회의가 진행될 때까지 계속됐다.
 
 지난 2020년 김해동교수 등의 연구(국내 SRF 소각시설의 문제점 ?및 제도개선 방안)는 SRF시설에 대한 환경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지적한다.우리사회는 악순환을 그려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경청이 필요한 대목이다.
ⓒ 강홍구

덧붙이는 글 | 강홍구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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