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석유·커피 등 자원 부국, 앙골라 대통령 첫 방한

2024. 4. 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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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수 대통령, 28~30일 공식 방문
중·러에 가까웠으나 친서방 노선 보여
한, 아프리카 진출의 거점망으로 유망
양국이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계기 기대

김형배

한-앙골라 협력위원장, 전 주중대사관 국방 무관

주앙 마누엘 곤살베스 로렌수(70) 앙골라 공화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28~30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로렌수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이던 2016년에 방한했지만,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앙골라 국가원수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렌수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앙골라와 한국이 서로 윈윈 하는 호혜 협력 관계로 발전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GVC)이 급격히 재편되는 시점에 러시아·중국과 가까웠던 아프리카 국가의 원수가 한국을 방문해 주목된다.

유엔에서 연설하는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 [유엔 홈페이지]

아프리카 대륙 서남부에 위치한 앙골라는 세계적인 원유 수출국이다. 하루 약 1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전량 수출한다. 한국의 하루 소비량의 절반이나 된다. 니켈·리튬·코발트·다이아몬드 등 중요 광물의 매장량도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앙골라는 한국의 12배가 넘는 방대한 국토 면적에 인구는 3700만 명이다. 아프리카에서 앙골라처럼 원유와 광물, 비옥한 토지, 농업에 유리한 기후를 두루 갖춘 나라는 드물다. 그래서 앙골라를 '하늘이 준 천혜의 땅'이라 부른다.
아프리카는 종족과 종교 갈등으로 정정이 불안정하고 내전이 잦은 곳이다. 하지만 앙골라는 정치·사회의 안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특히 앙골라는 국가 발전에 대한 신념이 분명한 로렌수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로렌수 대통령은 젊은 시절을 전장에서 보낸 군인 출신이다. 2002년 내전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 후 군을 정비하는 임무를 주도했다. 전임 산토스 정권 말기에 국방부 장관으로 민주적 정치제도와 선거제도 확립에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8월 선거에서 앙골라의 제3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로렌수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앙골라가 정치적 안정을 얻었고, 오늘날 당당한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앙골라는 발전 잠재력이 방대하다. 커피가 좋은 사례다. 1970년대에 앙골라는 세계 3대 커피 생산국이었다. 당시 60만 ha의 커피 농장에서 매년 약 30만 t의 고급 커피가 생산됐지만, 지금은 5만 ha에 불과하다. 27년간 전국을 휩쓴 내전의 후유증이다.

지금 앙골라 정부는 커피 산업을 국가 발전의 한 축으로 삼는다는 계획에 따라 커피 산업의 르네상스에 참여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앙골라의 다른 분야도 대부분 커피와 비슷하다. 그중에서도 농업 발전이 시급하다. 앙골라 농업부에 따르면 경작지 5500만 ha 중에 10%만이 실제 경작되는 실정이다.

앙골라 정부는 원유에 의존하는 경제 체제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원유가 고갈되기 전에 '원유 이후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에 따라 다양한 발전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한 것도 OPEC의 통제에서 벗어나 원유를 국가 발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로렌수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다.
‘여인이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하면 그 나라는 시장이 형성된다’는 말이 있다. 앙골라 여성들은 이제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앙골라인들은 인성이 착하고 부지런하다. 가톨릭이 전체의 절반을 넘고 개신교까지 더하면 기독교도가 인구의 90%를 넘는다. 애국심이 투철하고 실천하는 국가지도자와 그가 이끄는 정부가 있다.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신화통신]

앙골라는 지리적으로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거점 체인망으로 삼기에 적합한 국가다. 앙골라 정부는 서부 대서양으로부터 내륙을 횡단해 동부 모잠비크 인도양에 이르는 동서 횡단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도로가 완성되면 내륙 국가에서 생산한 물품이 서부 대서양으로 나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 필요가 없어진다.
앙골라는 대한민국에 기회의 땅이다.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분야가 앙골라와 한국 곳곳에 널려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로렌수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한국과 앙골라 두 나라가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그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배 한-앙골라협력위원장, 전 주중대사관 국방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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