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후발주자'에 잇달아 따라잡힌 한국, 축구협회 전면 쇄신 없이는 반등도 없다

김희준 기자 2024. 4. 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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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한국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후발주자에 잇달아 따라잡히는 형국이다. 대한축구협회 쇄신 없이는 반등도 요원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2-2로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 끝에 10-11로 패하며 탈락했다.


졸전이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처참히 무너졌다. 똑같은 3-4-3(5-4-1) 전형을 들고 나왔지만 인도네시아는 공격 시 3-2-4-1로 변환해 단계적으로 공을 전방에 전개시키는 등 주도적인 축구를 하기 위한 전략을 잘 짰고 실제로 경기장에 구현해냈다. 반면 한국은 물러서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애매한 수비라인으로 공수 간격이 벌어지고 롱패스와 크로스에만 의존하는 축구로 일관하며 참사를 자초했다.


황선홍 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 경기만 잘못됐다면 그건 황 감독의 문제다. 황 감독은 안일한 전술을 가져왔다가 혼쭐을 당했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전문 센터백이 1명뿐인 스리백으로 일본을 이길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일본이 피지컬을 위시한 축구에 약했기 때문이고, 일본도 로테이션을 대거 가동했기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와 8강은 여러모로 성격이 달랐음에도 사실상 같은 전술로 일관한 건 사실상 선수 역량에 모든 걸 맡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만 한국 축구가 문제점을 드러낸 건 아니다. 한국 축구는 지난 1년 동안 항상 문제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공들여 쌓았던 주도적인 공격 축구는 실종되고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모든 걸 맡기는 구시대적 축구로 회귀했다. 모든 경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우하향을 그렸다.


그 결과는 상징적이었다. 한국은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에 무릎꿇었다. 그것도 참사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제압당했다. 요르단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도 강호로 평가받던 팀이 아니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로 짐작할 수 있는데 당시 요르단이 87위, 이번 인도네시아가 137위였다. 축구로 따지면 한국보다 명백한 후발주자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한국 축구 전반을 관장하는 축구협회에 있다. 한국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했다. 겨우 세워놓은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뭉개고 입맛에 맞는 지도자로 대표팀을 꾸렸다. 이해할 수 없는 설명으로 우려를 키웠고, 결과로 논란을 종식시키는 데에도 실패했다.


U23 아시안컵 도하 참사도 축구협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U23 아시안컵 전초전이자 최종적으로 올림픽 대표팀을 점검할 절호의 기회였던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을 치러야 했던 황 감독을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불러들였다. 올림픽 진출이 걸린 중요한 대회를 1달 앞둔 감독에게 A대표팀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겼다는 것 자체가 축구협회의 근시안적 시야를 잘 보여준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서형권 기자

A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 2월 차기 감독 선임 기준으로 ▲선수단에 맞는 경기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술적 역량, ▲취약 포지션을 해결할 수 있는 육성, ▲명분 있는 성과, ▲지도자로서의 풍부한 대회 경험, ▲선수는 물론 협회, 연령별 대표팀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리더십, ▲최상의 코치진 구성 능력 ▲이를 종합할 때 성적을 낼 수 있는지 여부를 내세웠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유명무실한 기준이었다.


4월 초에 있던 브리핑에서도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정 위원장이 8가지 기준에 더해 추가로 제시한 게 감독이 갖고 있는 자신의 철학, 한국적인 분위기를 받아들일 준비였다. 감독이 갖고 있는 철학이 무엇인지가 감독 선임의 핵심이 돼야하는데 자신의 철학만 가지면 된다는 식으로 뭉뚱그렸고, 한국적인 분위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쇄국정책식 기준까지 내세웠다.


정 위원장은 황 감독을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할 당시 올림픽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에 대해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을 때 어떻게 할 건지는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책임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사태를 무마하려는 발언이었다.


이제는 어떻게든 축구협회가 정말로 책임져야 할 때다. 이미 여러 차례 현 체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증명됐다. 지금 방식이 계속되면 후발주자에 뒤쳐지는 건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축구협회에는 지금 당장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도하 참사가 각지에서 반복될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 기형적인 행태 속에서 한국 축구가 그대로 침몰할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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