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간호사들 "의료 파업 사태, 답답하고 두렵다"
[이영진, 김자람 기자]
▲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한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2월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환자보호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 이정민 |
지난 2월부터 벌써 두 달째 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들은 자신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들에 이어 최근 의대 교수들의 사직도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남겨진 환자들의 옆은 간호사의 몫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의사와 정부, 환자에게는 관심을 갖을뿐, 그 이면에 있는 간호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서울 한 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A씨는 "이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병원의 분위기는 의사 직군과 의사직이 아닌 직군 간의 신뢰가 많이 깨져 있기에 의사직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같은 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B씨는 "의료 파업에 대해 중증 환자 진료가 불가해 환자들의 피해를 바라만 봐야 하는 무기력한 상황"이라며, 병원 경영 악화로 인해 고용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간호사들이 이처럼 답답해하고 불안해하는 이유의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현재 수련병원(전공의를 교육할 수 있는 환경과 법적 조건이 갖추어진 병원, 주로 대학 병원을 의미한다)들은 전공의 부재로 인해 진료 및 수술을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막대한 적자가 생겨 병원 측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9일까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40일 동안 의료 분야에서 511억 원의 적자가 났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도 의사를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7일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호사 A씨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범위의 업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원치 않는 휴가나 무급휴가로 인한 고용 불안을 넘어 병원의 존폐나 의료체계 자체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두렵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25일 서울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 이영진 |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보조행위를 하는 것'을 임무로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의사의 지도하에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범위를 규정하지 않은 것이다. 간호사들은 병원의 피고용인이기 때문에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업무지시를 받더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때가 많다.
이에 간호사 A씨는 의사의 수술 업무 보조를 이야기했다. "원래 수술을 보조하는 역할은 전공의의 몫이지만, 지금은 간호사들이 필수 의료분야에서 전공의들의 조수 역할을 위임받아 힘을 보태고 있다"며 "그러나 역동적인 수술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나누기는 모호하다. 현재 간호사의 역할이 어떻게 보면 침습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간호사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병원장의 재량에 맡긴다는 시행령은 간호사와 환자를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간호사 A씨는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면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던 간호사들의 업무에 경계가 생기고, 법적 보장을 받는 등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의료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간호사를 위한 환경 개선이 불가피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 간호법 제정을 논의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동으로 보일 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우리는 의료 파업 이면에 숨겨진 간호사들의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도 비춰주지 않는 조연 직군인 간호사들은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간호사들의 권리를 증진하고, 법적으로 이들의 업무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더 이상 간호사들의 고충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환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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