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가게 앞 기나긴 줄... 왜 이러냐면요

장아영 2024. 4. 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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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시간 기다려도 구입하는 경향... 인증 욕구? 소통 소재?

[장아영 우민서 기자]

 "노티O 몰라? 거기 요즘 엄청 유명하잖아."
 "안 가봤다니, 트렌드를 따라가야지!"

인기 많은 '핫플레이스'를 안 가봤다는 주변 지인을 발견하면 충격을 받곤 한다. 요즘 우리 사회가 주목하는 핫플레이스는 단연코 '디저트 가게'다. 도넛, 베이글, 케이크, 츄러스, 마카롱 등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 가게가 생겨났으며, 유동 인구가 많고 2030이 찾는 지역인 강남, 성수, 안국 등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몇 시간 걸리더라도 기다리고, 맛보기 위해서라면 오픈런도 감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말에도 줄에 줄을 선 사람들
 
 주말 오후 강남 ‘런던베이글뮤지엄’ 매장의 모습이다.
ⓒ 장아영
지난 21일 오후, 사람들은 집에서 쉬는 대신 '핫플레이스'를 찾았다. 강남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 있는 '런던베이글뮤지엄' 가게 앞이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총 45팀이 대기 중이다.
ⓒ 우민서
   
 566번 대기 번호를 받은 모습이다.
ⓒ 우민서
 
베이글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대기가 필요했다. '매장/테라스 취식'과 '포장' 중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데, 이날 낮 1시 기준 566명의 고객이 다녀간 후였다. 베이글을 고르기 위해서는 약 1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마련된 전용 의자와 공간도 준비돼 있었다.

이날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찾은 장아무개씨(24·남)는 웨이팅 후 방문한 계기와 재방문 의사에 대한 질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고 SNS에 많이 떠서 궁금해서 방문하게 됐어요. 먹어봐야 알겠지만 엄청 맛있지 않은 이상 다시 안 가고 상상한 것보다 만족도가 높은 경우에만 재방문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김아무개씨(48·여)는 "왜 SNS에서 유명해진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른 매장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자연도소금빵'은 몰림 현상을 관리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 픽업 줄과 결제 줄을 분리했다. 회전율을 위해 4개 단위로만 판매했고 키오스크에서 주문한 뒤 대기줄로 바로 이동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취식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음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전 핫플 성심당,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넘어서
 
 지난 3월 16일 대전 ‘성심당’의 대기 상황.
ⓒ 장아영
 
이런 웨이팅 문화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최근 대전 성심당의 매출이 업계 부동의 상위권으로 불리던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의 매출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물가 시대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빵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성심당뿐만 아니라 충무로 '태극당', 군산 '이성당' 등 지역마다 유명 베이커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빵을 사기 위해 특정 지역에 방문하는 사람이 상당수일 정도다.

이제 백화점도 디저트로 승부 본다

옷이나 일상용품 구입을 위해 찾던 백화점도 이제는 디저트 가게 방문을 위해 찾는다. 과거 백화점은 명품이나 근처 마트에서 사기 어려운 제품을 구입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국내외 디저트 브랜드를 경험하기 위해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 곳으로 변화했다.

지난 2월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스위트파크는 4시간 이상 기다려야 겨우 받을 수 있는 디저트 가게들로 채워졌다. 손바닥만 한 케이크 하나에 2만 원이지만 소비자들은 화려한 비주얼의 디저트를 보고 소셜미디어에 게시한다.

지난 21일 친구와 함께 처음 스위트파크에 방문했다는 유아무개씨(22·여)는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만 유명하다고 하니까 일단 사게 돼요. 맛보다는 비주얼이 마음에 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반면 심아무개씨(22·여)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명하다고는 하는데 그 돈 주고 사먹을 바에 든든한 밥 한 끼 먹는 게 더 나아요. 인증하려고 먹는 듯한 유행이 저와 맞진 않아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2030 세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몰럭셔리와 소셜미디어 인증 욕구? 트렌드 강박과 소통의 소재?

2030 세대가 '디저트에 진심'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2030 세대는 작은 명품 제품을 사고, 오마카세를 방문해 몇십만 원을 소비하는 것과 같이 스몰럭셔리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을 소셜미디어라는 불특정적 다수가 보는 공간에 올려 타인에게 인증받고자 하는 욕구를 확인할 수 있다.

디저트 열풍 또한 경제 불황 시대에 디저트가 하나의 력셔리 아이템으로 작용해 인증 욕구를 자극하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인기를 끈 '애망빙(애플망고빙수)'을 들 수 있다. 신라호텔 등 서울 특급 호텔에서 12만~13만 원짜리 빙수를 판매하는 것인데, 높은 인기를 증명하듯 인스타그램에서 '신라호텔망고빙수' 해시태그 수가 약 1만5000개에 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작은 사치로 심리적 만족을 취하는 '불황형 소비'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하지만 단순히 인증 욕구 이유만으로 이들이 디저트 가게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소통이 익숙하지 않게 된 2030은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상이다. 사태가 완화된 오늘날에도 소셜미디어에 유행하는 곳이라면 직접 경험해야 대화에 참여하기 쉽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소통의 소재가 되는 '핫플레이스' 방문. '내가 그 긴 웨이팅을 기다리고 사 왔어!'라며 뿌듯함을 느끼고, 트렌드에 편승했다는 안도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

이런 이유로 유명 디저트 가게 오픈런을 시도하고 트렌드를 좇으며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어쩌면 사람이 그리운 우리가 사회에 어우러져 가는 새로운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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