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형사 마석도의 권선징악 여정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2024. 4. 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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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4’

극장가 비수기에 기대되는 한국 영화가 있다. 배우 마동석이 주연과 제작을 맡은 ‘범죄도시4’다. 극장가의 3월과 4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제작자라면 이 시기를 피해 개봉하지만, 마동석은 오히려 비수기 극장가 스크린을 선점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2017년 ‘범죄도시’는 청소년관람불가임에도 688만 관객을 모은 후 ‘범죄도시2’로 1천 2백만 관객을 동원했고 ‘범죄도시3’ 역시 1천만 관객을 넘기며 쌍천만 시리즈가 되는 기록을 남겼다. ‘범죄도시4’는 개봉 첫날 범죄도시 시리즈 가운데 최고 오프닝인 82만 명을 기록했고 개봉 이틀째인 현재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천만 관객 영화의 길로 순항 중이다.

ⓒ영화 ‘범죄도시4’ 스틸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서울 광역수사대(광수대)는 배달앱을 이용한 마약 판매 사건을 수사하던 중 앱 개발자가 필리핀에서 사망한 사건이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납치, 감금, 폭행, 살인 등으로 한국 온라인 불법 도박 시장을 장악한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백창기(김무열 분)와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 분)은 한국에서 더 큰 판을 만들 것을 계획한다. 마석도는 과거 불법 카지노 운영자였던 장이수(박지환 분)에게 협력을 제안하고 광수대는 물론 사이버수사대까지 합류해 범죄를 소탕하기 시작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미를 전한다. 영화는 다른 범죄도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흉악 범죄를 소재로 삼는다. 특히 이번에는 파타야 공대생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는데 이 사건은 2015년 11월 25세의 한 청년이 태국 파타야 고급리조트에서 불법 도박업체 사장에게 살해당하면서 알려졌다. 불법 도박업체들이 취업난과 저임금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취업을 미끼로 노예 생활을 시킨 것이다. 피해자를 살해한 이유는 불법 도박사이트 시스템 구축이 늦어진다는 것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번 편에서는 형사 마석도와 육체파 빌런 백창기와 지능파 빌런 장동철이 사이버범죄 장르 영화에 기대할 법한 액션을 모두 보여준다. 그리고 전편 시리즈 영화에서와 같이 마석도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앞세워 재미를 제공한다.

ⓒ영화 ‘범죄도시4’ 스틸

권선징악의 시리즈 기조를 확실히 보여준다. 영화 ‘범죄도시4’는 프랜차이즈 오락영화다. 그동안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 관객들이 느꼈던 지점들을 고스란히 재전달한다. 깨알 애드리브, 통쾌한 액션,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 곳곳에 녹아있는 웃음 코드,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편안하게 팝콘을 들고 마석도가 어떤 드립을 치며 더욱 강력해진 주먹으로 빌런을 때려잡을지만 지켜보면 된다. 영화는 범죄 소재와 메인 빌런만 달라졌을 뿐 전편들과 비슷한 구조와 전개로 진행된다. 빌런에게 서사는 결코 없으며 마석도는 동료 형사들과 함께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며 권선징악의 결말을 향해 시원하고 통쾌하게 달린다.

독과점의 우려를 낳는다. 제작자 마동석은 비수기여서 극장가 거의 전체를 선점할 수 있는 4월 말을 개봉 시기로 선택했다. 첫날 ‘범죄도시4’는 좌석점유율 85.5%를 기록했다. 극장 전체 좌석이 10개라면 8~9개가 ‘범죄도시4’에 배정된 격이다. 이렇게 한 영화가 극장가를 독점하는 시장구조는 비수기 흥행에 단비가 될 수는 있지만, 관객의 영화선택권과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영화 ‘범죄도시4’ 스틸

우리 사회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유교적 전통하에서의 권선징악 문화는 점차 사라지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성공하면 모든 것이 선이 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결과만 중요시되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정의와 권선징악을 리콜해 우리 마음을 정화 시켜 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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