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전하기엔 '태도와 형식'이 아쉬웠던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 [D:이슈]

류지윤 2024. 4. 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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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민희진 대표 주장, 답변 가치 없어" 입장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겠지만, 전달하는 태도가 그 '내용'을 지워 나갔다. 언론들이 텍스트로 정리한 내용이 그나마 '내용'을 되살렸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지난 25일 자신을 둘러싼 경영권 탈취 의혹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하이브가 의혹을 제기한 지 5일 만에 민희진 대표가 직접 입을 연 것이다.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쏠린 기자회견에서는 욕설과 비속어가 거침없이 쏟아지며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들이 이어졌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난 22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일부가 어도어 경영권과 뉴진스 멤버들을 데리고 독립하려는 의혹으로 전격 감사에 착수했다. 이어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민 대표를 수사기관에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 등을 경영권 탈취 증거로 제시했다. 이번 갈등으로 하이브는 주가가 하루 만에 시총 2조원이 증발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에 민희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었다.

민희진 대표는 약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하이브 방시혁 의장, 박지원 CEO와의 갈등을 가감 없이 털어냈다. 갈등의 골을 설명하기 위해 같은 갈등의 시작이 됐던 레이블 소속 가수인 르세라핌을 소환했고, 이번 사태의 트리거가 된 뉴진스의 제작 포뮬러를 표절했다는 아일릿 역시 언급됐다.

민희진 대표의 골자는 하이브와 주주간갈등 계약에 불공정함을 느껴 재협상 중이었고, 뉴진스 데뷔 과정부터 하이브의 방해 공작을 받아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차에 신인 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제작 포뮬러까지 베끼면서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해 내부고발을 했고,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자신을 치워버리기 위해 감사를 착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욕설과 비속어 등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그 동안 수많은 기자회견에서 볼 수도 , 들을 수도 없었던 "개저씨", "극혐", "맞다이"를 비롯해 거침없는 욕설이 난무했다. 회견장은 당연히 술렁였다.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며 지나치게 감정적이 된 민희진 대표의 거친 욕설은 함께 있던 변호사들도 말릴 수 없었다. 이는 고스란히 매체들의 유튜브를 통해 중계되며 전국민이 보게 됐다.

그러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민희진 대표의 욕으로 만들어진 랩 영상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패러디로 희화화 되고 있다. 민희진 대표가 쏟아낸 감정적인 읍소에 어느 정도 공감도 얻은 모양새다.

문제는 민희진 대표가 설명했던 중요한 내용보다는 그의 욕설과 태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희화화, 혹은 전사로 양극단에서 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고 내뱉는 말들은 호소력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시총 8조원의 엔터테인먼트의 지분 18%를 가지고 있는 레이블의 대표로서는 득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

자신 앞에 놓인 득과 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두서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일이 장기적으로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또한 이 기자회견을 조율하거나 말릴 수 있는 사람 하나 없다는 것만으로도 민희진 대표의 색깔은 물론 현재 그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더 잃을 게 없다는 심정으로 나선 것이겠지만,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와 함께 가고 싶어 하며, 여전히 꿈을 펼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입을 통해 언급된 뉴진스, 르세라핌, 아일릿, 에스파 등 아티스트들에게도 좋지 않은 프레임이 씌워졌다.

레이블 대표로서 조금 더 사태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정돈된 입장이 필요했다. 솔직함과 진정성만으로 잠깐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어도, 이 난관의 돌파구가 될 수 없다. 민희진 대표는 방시혁 의장과 박지원 CEO를 향해 욕설을 날린 후 "나도 스트레스 좀 풀자"라고 말했다. 본인의 스트레스는 풀었을지 몰라도 정제되지 못한 언행으로 인한 파장과 책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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