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엔저에 일본은행 '허리띠’ 조여매나…"시점 말할 단계 아냐"
34년 만의 기록적인 엔저에 일본은행(BOJ)이 국채 매입을 줄이는 등 긴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BOJ 총재가 26일 긴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이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가파른 엔화가치 급락에 BOJ가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OJ는 그간 경기 부양을 위해 무제한의 국채 매입을 이어왔다. 정책을 전환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우에다 총재는 17년 만에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그간의 돈풀기(금융 완화) 정책을 서서히 ‘긴축’으로 돌리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당시 우에다 총재는 시장 금리의 급격한 변동을 감안해 “월간 약 6조엔대(약 53조원) 국채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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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까지 주저앉은 엔화가치
금리는 올려도 국채 매입은 이어가겠다는 메시지에 변화가 감지된 건 최근의 일이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최근 들어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155엔대까지 급락하면서다.
지지통신은 이날 BOJ가 국채 매입을 계속한 게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를 부르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지지통신은 그러면서 BOJ가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월간 국채 매입 예정액(약 5조~7조엔)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BOJ가 국채매입액 축소를 결정하는 경우, 사실상 ‘긴축’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BOJ는 이날 회의에서 국채 매입 축소를 거론하진 않았다. 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BOJ의 발표와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에 외환시장에선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56.7엔대로 더 내려갔다.
일본 내에선 BOJ가 국채 매입은 줄이더라도 한동안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미국처럼 한번에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엔화 가치 급변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회견을 갖고 엔저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해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영향을 준다면 금융정책 변경도 있을 수 있다”며 금리 인상 검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옐런 “환율 개입,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나…”
한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관측에 대해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선 “극히 드물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한다”며 기존 원칙을 고수하는 입장을 내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도한 변동이 있는 경우에 한해 사전 협의 후 행해진다”는 옐런의 발언을 전하면서 “일본이 연초부터 이어진 급속한 엔저에 대해 ‘과도한 변동’을 이유로 개입한 경우에는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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