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 겸임이 문제, 심지어 그 전부터 조짐은 보였다… 황선홍호의 올림픽 탈락이 예견된 참사인 이유

김정용 기자 2024. 4. 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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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감독 한 명, 선수 서너 명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10회 연속 진출에 실패한 '도하 참사'를 앞두고 다양한 전조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가 이를 모두 무시하고 별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황선홍 감독의 업무집중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2-2로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 끝에 10-11로 패하며 탈락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예선을 겸하는 대회다. 아시아에 배정된 올림픽 티켓은 3.5장으로, 4강에 들어야 했다. 한국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다. 앞선 9회, 연령별 남자축구 예선이 도입된 뒤로는 8회 연속으로 본선에 나갔던 한국이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기록 수립에 실패했다.


▲ 2년 전에도 황선홍은 이 대회 8강에 그쳤다, 심지어 이강인도 있었는데


먼저 참고했어야 하는 건, 황 감독은 이미 2년 전 같은 대회에서 8강에 그친 적 있다는 사실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022 U23 아시안컵이다. 당시 한국은 이강인 차출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김주성, 조영욱, 양현준, 홍현석 등 A대표급 자원까지 보유한 상태였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베트남과 무승부에 그쳤지만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잡으며 8강에 올랐다. 그런데 8강에서 한일전을 치러 0-3으로 졌다.


8강에 그쳤다는 성적도 부진했던 데다 그 경기가 한일전 대패라 여파가 컸다. 황 감독은 일종의 사과 영상까지 공식적으로 올려야 했다. 당시 대회는 어떤 예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이상 문제가 되지 않고 넘어갔지만 황 감독과 축구협회는 이때 알았어야 했다. U23 아시안컵을 만만히 보는 건 오만이라는 점이었다.


▲ 대회 준비에 집중 못하게 한 A대표팀 겸임


지나고 나니 최악의 실책으로 드러났다. 황 감독은 이번 U23 아시안컵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서아시아축구연맹 친선대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당시 A대표팀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대책 없이 경질하고 후임을 찾지 못하자, 황 감독에게 월드컵 예선 2경기를 맡겼다. 당시 축구협회는 충분히 겸임할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U23 일정에 집중하지 못하는 점은 등한시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황 감독은 U23 코칭 스태프를 둘로 쪼개 일부는 자신과 함께 A대표팀에 대동시키고, U23에 남은 스태프와 임시 스태프로 친선대회를 치르게 했다. 결국 U23 팀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역량 약화로 이어졌다.


▲ 유럽파 차출 실패, 4년 전 교훈 삼아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한국은 대회 준비 직전까지 혼선을 겪었다. 황 감독이 주전으로 낙점했던 공격형 미드필더 배준호, 수비수 김지수가 유럽 소속팀의 거부로 차출 무산됐다.


예상할 수 있어야 했다. 올림픽 예선은커녕 본선도 차출하기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2020 도쿄 올림픽 당시(실제로는 2021년) 와일드카드 김민재 차출도 당시 소속팀 베이징궈안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일찌감치 김민재를 포기하고 새 팀을 꾸린 게 아니라 대회 직전 부랴부랴 박지수로 교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축구협회는 당시 해외파 차출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작업이 있어야 하고, 어려울 경우 플랜 B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 이를 이후 U23 감독들에게 공유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황 감독은 차출을 위해 공들여 온 배준호에게 매달리며 대회 직전까지 엔트리에 넣어뒀다가 막판에 뺐다.


더 큰 공백은 김지수 쪽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김지수가 빠지자 전문 센터백을 3명만 데리고 대회에 나섰다. 그런데 대회 중 센터백 중 2명이 동시에 이탈하는 일이 생기면서 부랴부랴 멀티플레이어들로 스리백을 꾸렸다. 급조된 수비진이 조별리그 일본전은 넘겼지만 8강에서는 문제를 드러냈다.


이 점까지 고려할 때 지난 3월 A대표팀 겸임은 더 큰 문제였다. U23 대표팀이 이미 완성 단계였다면 A대표팀에 잠깐 갔다 오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 U23 대표팀은 대회 직전까지 멤버 변화의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U23 친선대회를 황 감독이 직접 지휘하고 관찰하며 선수풀을 더 확보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은 점이 실패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서형권 기자
황선홍 남자 축구대표팀 임시감독. 서형권 기자

▲ 황 감독의 장점에 대한 피드백 부족


황 감독은 부산아이파크에서 감독 경력을 시작한 이래 6개 팀을 거치면서 일관된 패턴을 하나 보였다. 포항스틸러스 시절이나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처럼 일관된 베스트 멤버를 정해놓고 포백 기반으로 꾸준함을 유지할 때 성적이 한결 나았다. 반면 상대나 팀 사정에 따라 기책을 꺼낼 때도 있는데, 잘 맞아떨어진다면 절묘한 수가 되겠지만 그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즉 대회 중 지나치게 변화를 주기보다 한 가지 플랜으로 밀고나갈 때가 더 나았다.


하지만 황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고, 팀내 최다득점자 이영준을 인도네시아전 조커로 쓰는 등 지나치게 복잡한 생각을 하다 제 꾀에 스스로 걸려들었다. 황 감독 자신의 장단점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은 대회였고, 이는 대표팀 밖에서 조언해주는 축구협회의 기능이 정지돼 있었음을 의미한다.


▲ 아시아 축구 상향평준화, 그냥 하는 소리 같았나


한국은 올해 1월 A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4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거의 상대를 압도한 적 없는 경기 내용으로 탈락했다. 아시아 축구의 상향평준화였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성적과 별개로 나름대로 선전을 보여준 팀 중 하나다.


이 대회 후 김민재가 말해 화제가 된 "머리 처박고 뛰어야 한다"는 단순한 마음가짐에 대한 표현이 아니었다. 아시아 팀과의 경기에서 개인역량으로 압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므로, 매 경기 100%의 전술 완성도와 집중력으로 임해야 한다는 현상 파악이었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일개 선수도 느낀 점을 축구협회는 몰랐고, 곧 다가오는 다음 아시아 대회에 황 감독이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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