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에서 사제 대결까지, 누가 우승하든 '최초'

이준목 2024. 4. 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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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수원 KT-부산 KCC 대결로 확정

[이준목 기자]

2023-202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수원 KT와 부산 KCC의 대결로 확정됐다. 두 팀은 4월 27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7전 4선승제의 챔프전에 돌입한다.

올해 챔피언결정전은 정규리그 1,2위팀이 모두 4강에서 일찍 탈락하며 정규리그 3위(KT)와 5위(KCC)과 맞붙는 독특한 구도가 됐다. KBL 플레이오프 사상 4강직행 두 팀이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8-09시즌과 2010-11시즌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두 번 모두 KCC가 3위로 플레이오프에서 챔피언결정전에서 4위팀(서울 삼성, 원주 DB)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KT는 창단 첫 우승을 노린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KT는 창원 LG,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더불어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전무한 3팀 중 하나다. 2006-07시즌 유일하게 챔프전에 올랐으나 당시 울산 현대모비스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분루를 흘렸다. 17년의 시간이 흘러 이번에도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2위 창원 LG를 업셋하며 챔프전까지 올라온 과정이 흡사하다.

KCC는 '5위팀 최초의 챔프전 우승'을 노린다. KCC는 통산 5번이나 정상에 오른 프로농구의 명가지만 2010-11시즌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정상과 인연이 없었다. 정규리그에서는 화려한 선수구성에 비하여 부상과 조직력 문제를 드러내며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으나 봄농구 들어 전혀 다른 팀이 됐다. 6강에서 4위 서울 SK를 3연승으로 가볍게 스윕하고, 4강에서는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1위팀 원주 DB마저 3승 1패로 압도했다. 5위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도 사상 최초였다.

또한 두 팀은 각각 '부산'과 '전창진'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KT는 2003년부터 2021년까지 부산을 연고지로 활동하다가 현 수원으로 이전했다. 그 뒤를 이어 전주를 연고로 하던 KCC가 올시즌을 앞두고 부산으로 연고를 이전하며 명맥을 이었다.

200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뤄낸 부산 농구의 성지 사직실내체육관은, 현재 KCC가 홈으로 쓰고 있지만 불과 3년전만 해도 KT의 옛 홈구장이었다. 다만 KT는 부산에서 끝내 우승을 달성하는데 실패했고, KCC는 연고 이전 첫해만에 부산에서의 첫 우승에 도전한다. 프로농구에서 부산 연고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무려 27년전인 출범 원년인 1997년 부산 기아엔터프라이즈(현 울산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전창진 감독은 KT가 부산 연고 시절인 2009-010시즌부터 2014-15시즌까지 사령탑을 지냈다. 전 감독 재임 시절에 바로 송영진 현 KT 감독이 당시 주축 선수로 활약한바 있다. 전 감독으로서는 지난 4강에서 DB의 김주성 감독에 이어 또 한번 직속 애제자와의 사제대결을 펼치게 됐다.

KT는 전창진 감독 시절인 2010-2011시즌 구단 사상 유일무이한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전 감독은 재임 기간 6년 중 무려 4번이나 팀을 4강으로 이끌며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끝내 챔프전 우승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는게 옥에 티다. 못다 이룬 부산에서의 우승 한을 KCC에서 풀수 있는 기회를 잡은 전 감독은, 원주 DB 시절인 2007-08시즌 이후 16년만이자 감독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허웅(KCC)과 허훈(KT)의 형제 더비 역시 올해 챔피언결정전의 최대 관전포인트다.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인기 스타인 두 형제의 매치업은 최고의 흥행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허웅과 허훈 모두 화려한 개인 커리어에 비하여 우승 복은 없었다. 허웅은 DB 시절인 2014-015시즌 처음 챔프전을 경험했으나 울산 현대모비스에 내리 4연패를 당하며 우승을 놓쳤다. 허훈은 올해가 첫 챔피언결정전이다. 공교롭게도 두 형제는 첫 우승을 위하여 혈육에게 패배를 안겨야 하는 얄궂은 상황에 놓였다.

허웅은 라건아, 최준용, 송교창 등 든든한 동료들을 등에 업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평균 16.1점으로 고비마다 클러치 득점을 터뜨리며 좋은 활약을 보였다. 반면 허훈도 14.2점을 올렸지만 허벅지 부상의 여파로 플레이오프에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에이스 패리스 배스와의 공존에서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특히 LG와의 4강전에서는 막판 5반칙 퇴장으로 하마터면 팀 패배의 역적이 될 뻔했으나 배스의 원맨쇼에 힘입어 기사회생하며 한숨을 돌린바 있어서 챔프전에서의 명예회복이 더 절실하다.

두 형제는 지난 25일 서울 KBL센터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도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등장하며 유쾌한 신경전을 벌였다. 허웅은 "형제 대결로 관심을 받는 것은 감사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긴장의 끊을 놓지않고 우리가 우승하겠다. 4전 전승으로 연고지인 부산에서 끝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훈 역시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이니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하다. KCC한테 한 번도 지고 싶지 않다. 형과는 1대1로 맞붙더라도 그저 상대 선수일 뿐"이라며 받아쳤다.

라건아와 배스의 신구 최고 외국인 선수 맞대결도 볼만할 전망이다. 배스는 올시즌 리그 득점왕이자 정규리그 베스트 5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6강부터 총 9경기를 소화하며 평균 27.6점·12.6리바운드·2.3어시스트·2.4스틸·1.1블록슛으로 변함없이 맹활약했다. 라건아는 플레이오프 7경기에서 평균 23.3점·13.1리바운드·1.4어시스트·1.4블록슛으로 오히려 정규리그보다 월등히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라건아는 체력, 배스는 멘탈이 변수로 꼽힌다. 30대 중반의 노장인 라건아가 배스보다 2경기를 덜 치르며 체력을 아꼈고, 챔프전에서는 2옵션 알리제 존슨이 정상적으로 복귀하여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올시즌을 끝으로 KCC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라건아로서는 올시즌이 한국무대에서의 마지막 우승도전이 될 수 있어서 더욱 동기부여가 남다르다. 높이가 뛰어난 정통센터인 아셈 마레이가 있는 LG보다 포워드인 배스가 1옵션으로 뛰는 KT가 라건아에게는 더 수월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배스의 폭발적인 득점력은 단연 발군이다. 특히 KCC를 상대로는 정규리그 6경기에서 무려 평균 33.3득점을 올렸다. 다만 감정적으로 기복이 있다는 게 단점이다. 배스는 상대 선수들과 트래시 토크를 주고받는 것을 즐기지만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하면 종종 먼저 흥분하는 모습도 보인다.

4강 최종전에서는 40점을 몰아쳤지만 경기초반에는 1쿼터에 테크니컬 파울을 비롯하여 조기에 파울트러블에 걸리면서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기도 했다. KCC에서 배스의 매치업 상대가 역시 신경전과 트래시토크에 능한 최준용이 유력하다는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KT와 KCC의 정규리그 맞대결은 3승 3패로 용호상박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2005-06시즌 6강과 2009-10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모두 KCC가 승리한 바 있다. 어느 팀이 우승하든 '최초'의 타이틀을 예약한 올해 시리즈는 그 어느때보다 흥미진진한 명승부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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