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꺾고 4강 오른 신태용 감독 "행복하지만 처참하고 힘들다"

황선홍 U-23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인도네시아와의 8강전을 앞두고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을 꺾고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4강에 오른 신태용 감독이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으론 너무 처참하고 힘들다”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신태용호’는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한국과 8강전에서 연장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1-10로 승리해 4강에 진출했다.

이날 승리로 인도네시아는 1956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 가능성을 높였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에는 파리행 티켓 3.5장이 걸려있다. 인도네시아는 한 번만 더 이기면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

반면 B조 1위로 8강에 오른 한국은 토너먼트 첫 판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인도네시아에 충격적인 일격을 당하며 1988 서울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온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기쁘고 행복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처참하고 힘들다”고 승리 소감을 전한 뒤 “하지만 지금 나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밤잠 설치고 응원해 준 인도네시아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객관적 전력 열세를 깨고 4강에 오를 수 있던 비결에 대해서는 “4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기부여만 만들어준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다”면서 “선수들에게 믿고 따라오라며 계속 자신감을 심어줬던 게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제 인도네시아는 29일 오후 11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의 승자를 상대로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노린다.

신 감독은 “우선은 회복에 집중하겠다. 이후 사우디-우즈벡의 경기를 직관하고 파악하겠다. 내일 저녁은 돼야 구상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은 신 감독과의 계약을 2027년까지 연장, 힘을 실어줬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과 함께 향후 3년 동안 더 긴 호흡으로 성장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신 감독은 “아직 계약서에 서명은 하지 않았다”면서 농담한 뒤 “회장님과 좋은 이야기를 나눴기에 계약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도네시아 축구는 계속 발전하고, 어느 팀과 붙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지켜보면 인도네시아 축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