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림 발의' 난무…21대 국회 인터넷규제 법안 처리율 10% 그쳐

김보경 2024. 4. 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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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협 ‘2023 인터넷산업 규제백서’
OTT·문화콘텐츠 산업 규제 가장 많아
평가 결과 20점…신산업 이해도 결여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인터넷산업 규제 법안 139건 중에 처리 완료된 법안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국회 전체 법안의 처리율이 30%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법안들을 평가해보니, 인터넷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낮고 모호한 용어를 사용해 처리율을 낮췄다. 국회의원 10명의 서명만 있으면 법안 발의 가능한 요건도 ‘날림 입법’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가 최근 발간한 ‘2023 인터넷산업 규제백서’에 따르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년간 발의된 인터넷산업 규제 입법안은 139건이다.

국회 처리 법안은 10건 중 1~2건뿐

전체 139개 법안 중 과반이 넘는 81개(58.3%) 법안은 플랫폼 산업 전반에, 혹은 더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하면서 플랫폼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규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머지 48개 법안은 플랫폼 산업 내에서도 특정 분야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한 문화콘텐츠 산업(11건)이고, 통신판매·유통 분야(10건)와 핀테크(10건), 가상자산(6건), 인공지능(5건) 등 순이었다.

인터넷 규제 법안 139건 중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가 완료된 법안은 14건(10%)에 불과했다. 14건의 법안 중 1건은 수정가결, 나머지 13건은 대안반영 폐기됐다. 인기협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인터넷 규제 법안의 처리 건수를 확인해보니 지난해 말 기준 전체의 16.3%(76건)에 불과했다. 21대 국회 전체 법안의 평균적인 처리율(30.7%)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인기협은 국회의원 10인 이상의 동의만 받으면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현행 요건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21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된 인터넷 규제법안 459건 중에 288건(62.7%)이 10~11인의 최소한의 동의 인원만 확보한 상태였다. 20~49인의 동의는 20건(4.4%), 50인 이상의 동의를 받은 법안은 3건(0.7%)에 불과했다.

용어 정의도 미비…입법평가 20점

인기협의 입법평가는 외부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인터넷산업규제 입법평가위원회’의 검토를 거친다. 지난해 발의된 139개 법안에 대한 입법평가를 실시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20점으로 다소 낮게 평가됐다.

평가 항목은 △용어 정의(28점) △헌법 합치성(18.4점) △산업 및 기술 이해도(16.2점) △행정편의주의(20.8점) △관할문제(26.6점) △자율규제 가능 여부(15.7점) 등으로 이뤄졌는데, 모든 항목에서 전년도보다 점수가 하락했다. 인기협 측은 "21대 국회 들어 규제안이 꾸준히 다뤄지고 있음에도 인터넷산업과 기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헌법 합치성이 떨어지는 규제안이 발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OTT·문화콘텐츠와 AI 분야는 용어 정의가 특히 미비한 것으로 평가됐다. 법안에서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주력으로 등장한 산업과 관련 용어들에 대해 제대로 개념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9월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들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업자와의 망 이용계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 내용이다. 하지만 ‘정당한 대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미국과의 통상 마찰 문제와 우리나라 OTT의 해외 진출 시 규율받게 되는 문제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 법안에 대해 "정당한 대가 지급 거부를 금지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사업자 간 자율적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시장 관행과 맞지 않다"며 "대가 분쟁 없이 원만하게 계약 체결한 경우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기협 측은 "기존의 법안에 대한 논의는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용적 측면에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법안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인터넷산업을 겨냥한 입법 활동이 활발한 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정교하고 전문성 높은 법안을 기대하지만, 그 기대와 반대되는 결과가 이어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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