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무술감독 120편,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의 ‘속시원 화법’

홍종선 2024. 4. 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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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허명행 ⓒ이하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마다 장르와 스타일이 다르듯 그것을 연출한 감독들의 인터뷰도 그렇다.

영화로는 ‘범죄도시4’가 처음, 데뷔작인 드라마 ‘황야’까지 합하면 연출작 두 편을 마무리한 감독 허명행의 인터뷰는 목 막히는 고구마 없는, 유쾌‧상쾌‧통쾌형 코미디였다.

라운드 인터뷰에 참여한 여러 기자가 다양한 생각 속에 무엇을 물어도 시원하게 답했고, 공격이다 싶으면 그 이상으로 방어했다. 감독으로는 초보여도 인터뷰이(interviewee, 인터뷰 대상자)로는 달인이어서 뚫리지 않는 성벽이었다. 120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무술감독을 수행하면서 작품 연출만 배운 건 아니어서 소통에 능했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작품의 액션을 책임지는 무술감독을 하다가 전체를 아우르는 연출을 맡으니 책임감이 남다르던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허명행 감독은 ‘감’이라는 단어에 집중한 듯 “일은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로 응수했다.

“감정으로 일을 대하는 건 아니잖아요. 무술감독에서 연출감독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크다 이런 건 아니고요. 일하는 부분이 달라요. 가장 달랐던 건, 제게 무술감독 의뢰가 들어온 것들은 투자를 거쳐서 캐릭터가 90% 완성된 상태에서 보는 거예요. 캐릭터 업그레이드 방법 중에서 액션적으로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키느냐가 제 일이에요. 그런데 연출감독으로 일하니 캐릭터를 설계할 때 액션까지 같이 보는 거예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캐릭터가 되는 거죠. (미리 이런 작업을 거치니) 액션적으로 풀 때 수월하고 장점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영화 포스터 ⓒ

‘육탄액션, 초밀착액션에 대한 자신감이 보인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는 액션의 기본을 보여준다고 할까. 덕분에 화려한 액션에 묻히지 않고 캐릭터들이 더 살아 보였다, 액션 구상의 의도였나’라고 묻자 전공과목 만난 듯 신이 나서 설명했다.

“액션 물량보다 빌런(악당) 캐릭터에 집중해서 느와르풍으로 연출했어요. 무술감독 출신이니까 액션에 힘주겠지, 이런 거 선입견이거든요. 원래 느와르 좋아합니다. 앞으로 선입견 많이 깰 겁니다(웃음).”

“액션은 분량보다 디테일입니다. ‘범죄도시4’는 백창기(김무열 분) 잡아내는 마석도(마동석 분) 이야기, 인물과 인물의 이야기예요. 액션 구상에도 사람과 사람에 집중한 게 맞고,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몸 대 몸으로 싸우는 게 많은 거고요. 액션 디테일은 ‘범죄도시’의 다른 편들과 다르게 악으로 깡으로 싸우는 액션에 힘을 줬어요. 빌런에게 단검 같은 기술을 탑재해 싸움의 테크닉적 우위에 둬서 (마석도가 행하는) 응징의 과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기승전결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몸동작에 대한 디테일이 살아있지만 그렇다고 복잡하고 요란한 게 아니라 백창기를 보면 군더더기 없어요. 사람 죽일 때 행동뿐 아니라 일상 행동도 망설이지 않고 직진해요. 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는 게 무서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사도 더 많이 빼고 표정으로, 잠깐 잠깐의 표정으로 감정 연기를 해주길 바랐어요. 김무열 배우가 너무 잘해줘서 백창기에 만족합니다.”

영화 내내 큰 웃음 주는 비밀경찰^^ 장이수 역의 배우 박지환 ⓒ

‘3편 대비 웃음 포인트가 적은 건 아니냐. 백창기는 너무 무겁고 장이수(박지환 분)는 너무 가볍고, 전반적으로 톤이 조율됐다기보다 캐릭터 각자가 다른 느낌’이라는 질문에는 정면돌파로 답했다.

“코미디를 늘리기 위해 백창기를 가볍게 하면 과연 좋았을까, 백창기에 맞춰 장이수의 웃음을 눌렀으면 좋았을까. 아니아고 생각해요. 톤 맞추는 것보다 캐릭터를 살리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그래서 화면 톤도 연기 톤도 장면마다 캐릭터마다 다를 수 있는데, 고민 끝에 선택한 것입니다.”

“저는 지난 빌런들이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좀 더 무겁게 느와르적으로, ‘오우! 빌런이 세구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톤의 차이가 있어도 그렇게 선택했습니다.”

실수로 빚어진 톤의 차이가 아니라 의도라는데, 추가로 제기할 문제는 없다. 허명행 감독은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로 새로 들어온 백창기를 꼽으며 ‘빌런을 세 보이게 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차갑다, 과묵하다, 빠르다, 그래서 더 두렵다! 빌런 백창기 역의 배우 김무열 ⓒ

“빌런이 세다는 걸 싸움 잘하고 강력한 파워를 지닌 것으로 표현하기보다 ‘의외성’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백창기가 고 대표(김명기 분) 죽일 때, 코인 심사 승인 담당자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게 아니라 바로 곁에서 고 대표를 서슴없이 죽이는 것으로 ‘겁을 주는 방식’을 새롭게 한 거예요. 그러고 나니 뇌물을 순순히 받잖아요. 백창기가 어떤 인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죠.”

“일단 백창기는 돈이 많고 지질하지 않아요. 그를 두고 남루함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돈은 백창기의 목적이 아니에요,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인 거죠. 장동철(이동휘 분)이 추진하는 코인 사업은 모르는 얘기예요, 믿지 않는 일인 거고요. 그래서 덤벼들지 않는 것일 뿐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깔끔한 사람입니다.”

‘3편에서 빌런이 2명인 게 아쉽다는 반응들이 컸습니다. 4편 편집에 반영된 바가 있을까요?’라고 묻자 4편에 빌런은 2명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대신 마석도 VS 빌런 외에 또 다른 대결구도를 추가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묻지 않은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도 보탰다.

“전작의 빌런 2명(이준혁이 분한 악질경찰 주성철, 아노키 무네타카가 연기한 일본 야쿠자 리키)은 마석도의 상대였어요. 4편에서 백창기는 마석도의 상대지만, 장동철은 마석도를 몰라요. 마석도가 처단하는 빌런이 2명 아니라는 거죠. 되레 백창기 대 장동철의 대결구도가 있죠.”

“백창기와 장병철은 원래 친구예요, 전사(영화 시점 이전 이야기)를 다 가져와 보여드리진 못했지만. 백창기는 용병, 사람을 많이 죽인 인물. 장동철은 돈 벌 수 있는 무기를 쥐고 있고요. 그러나 백창기는 장동철 위에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돈 벌어주는데 말을 안 들어!’의 상황인 거죠.”

몸만 어른, 피터팬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장동철 역의 배우 이동휘 ⓒ

“장동철에게는 모두가 적이에요. 장동철에게 권 사장(현봉식 분)은 의심되나 자기가 쓸 수 있는 맥시멈 카드고요. 머리 쓴다는 서사를, 전사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벌이는 일의 종류 등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동철은 피터팬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에요. 자기애도 투철하지만, 말도 애처럼 하고 한 브랜드 고집하고…어쩌면 현실에 살고 있지 않은 캐릭터죠. 뻔한 빌런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장이수 캐릭터는 마석도에게 끌려가서 그런(수사를 돕는) 상황이 펼쳐지겠지만. 내면에는 사업 한번 성공시켜보고 싶다, 불법 저지르며 ‘구석탱이’에서 남루하기 싫다는 영웅심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에요. (관객들과 극장에서 보니 장이수 주연 영화로 보였다고 하자) 장이수, 주연이에요~!”

“마석도는 이미 정해져 있는 인물이죠, 정해진 캐릭터에서 어떻게 업그레이드시켜 주느냐가 저의 과제였어요.”

“한지수, 이주빈 배우가 한, 사이버수사대에 있었던 인물. 잘 어울릴만한 배우들을 보다가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똘망’하고 강단 있을 것 같은 배우를 원했어요. 그 무렵 봤던 이미지들을 떠올려보니 이주빈 배우가 맞다 싶었고, 그 전작들 찾아보니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배우 이주빈을 두고,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인기라 ‘범죄도시4’에 덕이 됐다고 덧붙이자 “잘하는 배우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이미 잘하고 있으니 겹칠 수 있어요”라고 말 그대로 쿨~하게 잘라 말했다. 그리고 종합하듯 결어를 맺었다.

마동석 표 마석도는 이번에도 매운 주먹맛과 고소한 말맛을 유감 없이 발산한다 ⓒ

“다 애착이 가지만, 백창기에 가장 애착이 가고. 마석도가 1번이죠, 전체를 책임지니.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 (백창기를) 말씀드리는 것인데요. 용병 출신이라고 해서 밀리터리룩에 군화, 이런 1차원적인 것을 피하고 싶었어요. 그런 제안도 있었는데 저는 의상 컨펌할 때 더블코트에 비니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한국 입국할 때 공항 신 패션이요. 내내 비니를 씌울 수 없어서 그렇지 가장 마음에 드는 의상이었어요. 외모부터 뻔한 빌런, 조폭 같은 느낌은 피했다는 겁니다.”

한 가지만 더 위풍당당 허명행 감독의 속시원한 답변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마석도가 누군가를 때릴 때 효과음 너무 과한 거 아닌가요?’.

“노린 겁니다!”

노림수는 잘 통하고 있다.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 제작 빅펀치픽쳐스‧홍필름‧BA엔터테인먼트,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불과 개봉 이틀 만에 관객 100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 113만 명이 관람했다. 당연히 2024년 가장 짧은 기간에 백만 고지 달성,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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