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2024. 4. 26. 06:18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이병률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중
거의 모든 행이 ‘∼했던 적’으로 끝난다. 끝내 서술어는 나타나지 않는다. 당신도 ‘∼했던 적’이 있지 않느냐고 독자에게 묻는 것도 같고, 또 다른 ‘∼했던 적’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은 완성되는 게 아니며 무수한 “사랑한 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민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호텔 객실서 “숨 안 쉰다”… 20대 여성 사망, 남성은 마약 양성
- ‘진짜 칼 갈러 가던 길’… 이재명 주변 회칼 소지 20대 무혐의
- 민희진 “하필 뉴진스랑 겹쳐… 하이브, 내가 죽길 바라나”
- “156㎝에 50㎏ 당신, 비만입니다”… 충격 결과에 시끌
- 조세호, 유퀴즈 현장서 깜짝 발표…“10월 20일 결혼”
- ‘배승아양 스쿨존 음주사망사고’ 60대 징역 12년 확정
- 오타니 “도박 스캔들, 친구 잃은 것보다 감사하는 마음 더 커”
- 여자친구 191차례 찔러 살해 20대, 징역 23년 확정
- 결재 받는 척… 유치원교사 치마 속 찍은 사회복무요원
- 하이브, 민희진 고발…“‘뉴진스 데리고 나간다’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