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부부의 기이한 '관저 정치'

이충재 2024. 4. 26. 06: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총선에서 여당의 궤멸적 패배 이후 등장한 말이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정치'다.

윤 대통령이 관저에 다녀오면 결정이 바뀌는 경우가 잦다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김 여사의 국정 개입이 인사에 그치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문은 그래서 더 걱정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이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떠올리게 하는 '관저 정치'의 망령...인사 등 국정에 김 여사 관여 의구심

[이충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생활하고 있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2022년 8월 당시 사진
ⓒ 권우성
 
총선에서 여당의 궤멸적 패배 이후 등장한 말이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정치'다. 박근혜 정권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주 관저에 머물며 최순실, '문고리 3인방'과 국정을 의논한 사실이 탄핵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런 '관저 정치'가 현 정권에서 부활했다는 거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누구와 어떤 국정 내용을 상의했는가가 궁금증으로 남는다.  

'관저 정치'의 일단이 드러난 건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이다. 핵심 인사 정보를 언론에 흘린 당사자는 공식 인사라인이 아닌 '김건희 여사 라인'이었다. 세간에는 아이디어의 출처가 김 여사라는 얘기가 돈다. 윤 대통령도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 관저에서 부부가 공유한 구상이 비선 라인을 통해 전파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관저에 다녀오면 결정이 바뀌는 경우가 잦다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김 여사의 국정 개입이 인사에 그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간 윤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정책 가운데 하나라도 김 여사의 입김이 배어있다면 그야말로 아찔하다. 단순히 배우자의 의견을 들을 수는 있지만 참모들과 회의를 거쳐 정해진 결정이 바뀌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최근 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문은 그래서 더 걱정된다. "대통령이 어디에 있든 머무는 곳이 곧 집무실"(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희대의 발언이 있긴 하지만, 개인 생활 공간인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이 엄연히 구분된다는 건 박근혜의 세월호 참사 당일 대처에서 명징하게 드러난 바다. 사적 공간에 오래 머물수록 배우자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법률수석' 신설 방침에 드는 의구심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오는 '법률수석' 신설 방침도 '관저 정치'의 산물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 각종 사법적 의혹이니 이에 대처하려는 목적에서 나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야권이 총선 후 윤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기에 집중됐을 수 있다. 아예 대놓고 대규모 로펌을 곁에 두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조만간 닥칠 '채 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에게 악몽과도 같은 것이다. 대통령실의 개입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윤곽은 선명해졌다. 대통령의 '격노'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정황과 물증이 넘친다. 검사로서의 오랜 경험은 이런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뚜렷한 신호를 보낼 것이다. 재임 중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불가하지만, 혐의가 확인되면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김 여사의 앞날도 안갯속이다. 명품백 수수 장면은 전 국민이 지켜봤고, 주가조작 사건도 임계점에 달했다.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검찰도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 권력이 스러지면 바람보다 더 먼저 눕는 게 검찰의 변하지 않는 생존술이다. 여당의 보호막도 점차 옅어지는 모양새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도와주지 않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형국임이 실감 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이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의 본질조차 몰랐다는 자기 고백이 황당하지만 뒤늦게나마 제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만큼은 다행스럽다. 그러려면 기이한 '관저 정치'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제 발로 나와 국민 곁으로 다가서야 한다. 칼날을 피하기보다 당당하게 특검을 수용하는 게 옳은 길이다. 그게 진정한 정치의 모습이라는 걸 깨닫기 바란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