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먹여 채집한 사양꿀 논란에 표기논쟁 점화..."당국 나서야"

김건주 2024. 4.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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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면역력을 강조한 '꿀' 관련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판매되던 꿀물 제품들에는 대부분 '천연꿀'이 아닌 '사양꿀'이 함유돼 소비자가 구매시 구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토론회에 참여한 김혜정 식약처 식품기준과 보건연구관은 "식약처에서는 소비자에게 꿀을 판매할 때 사양꿀과 천연꿀을 알아볼 수 있도록 탄소동위원소 비율도 쓰도록 하고 있다"고 한 반면 꿀 가공식품 표시에 대해서는 대답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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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꿀물 제품 11개 중 8개 ‘사양꿀’ 사용…영양분 달라
벌에 설탕 먹여 만든 사양꿀, “천연꿀과 별개 물질” 목소리도
꿀 가공식품, 사양꿀·천연꿀 표시 기준 없어
가공식품 천연꿀 사용시 생산 촉진 가능성도
서울시 동작구의 한 지하철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꿀. 사진=김건주 기자

#.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 A씨는 숙취해소에 꿀물이 좋다는 얘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나면 편의점에서 꿀물 제품을 사 마신다. 하지만 이들 꿀물 중 ‘천연꿀’이 든 제품은 좀처럼 볼 수 없다. A씨가 즐겨 마시던 편의점 온장고의 한 꿀물 제품도 ‘사양꿀’이 함유된 제품이었다. A씨는 “오해하지 않게 외부에 표시하거나 다른 이름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면역력을 강조한 ‘꿀’ 관련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판매되던 꿀물 제품들에는 대부분 ‘천연꿀’이 아닌 ‘사양꿀’이 함유돼 소비자가 구매시 구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쿠키뉴스가 일반 편의점과 온라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6개사 꿀물 제품 11개의 성분을 확인한 결과, 8개 제품은 사양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개 제품은 꿀이 아닌  ‘벌꿀’로 표기돼 있었다.

사양꿀은 꿀 채밀기가 아닌 시기에 꿀벌의 생존을 위해 설탕을 먹여 키우면서 생산한 꿀이다. 천연꿀과 다르게 취급돼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특히 설탕물 급여가 꿀벌의 면역력 저하·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를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38톤이었던 사양꿀 생산량은 2022년 3655톤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사양꿀은 천연꿀에 있는 비타민·무기질 등 없어 특히 ‘벌꿀’하면 떠오르는 숙취해소나 원기회복 효과가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식품영양학회지 논문 ‘천연꿀과 사양꿀의 성분분석’을 보면 영양학적 면에서 천연꿀은 사양꿀보다 비타민, 무기물, 유리아미노산 성분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천연꿀이면 나타나지 않는 ‘설탕 성분’ 맥아당(엿당)·자당이 사양꿀에는 최대 7% 가량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물도 천연꿀에 비해 K(칼륨), S(황), 아미노산 함량 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에 유통되는 꿀 음료. 사진=김건주 기자

이 같은 이유로 사양꿀은 천연꿀과 전혀 별개의 혼합물 등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장은 전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밀원 부족 해결을 위한 꿀벌목장제도화 토론회’에서 “과학적으로 볼 때 사양꿀은 꿀이 아니라 어떤 것도 아니다”라며 “법적 해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도 사양꿀을 꿀로 인정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 ‘식품별 기준 및 규격’에는 탄소동위원소비(‰)가 -22.5‰ 이하일 때만 천연꿀로 간주하고 있으며, 사양벌꿀·사양벌집꿀의 경우 주표시면에 12포인트 이상 활자로 ‘이 제품은 꿀벌을 기르는 과정에서 꿀벌이 설탕을 먹고 저장하여 생산한 사양벌꿀 또는 사양벌집꿀입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다만 꿀 가공식품에 이 같은 표기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사양꿀을 사용한 시중 꿀물음료 중 성분표시 외 별도의 사양꿀 표시를 한 제품은 볼 수 없었다.

토론회에 참여한 김혜정 식약처 식품기준과 보건연구관은 “식약처에서는 소비자에게 꿀을 판매할 때 사양꿀과 천연꿀을 알아볼 수 있도록 탄소동위원소 비율도 쓰도록 하고 있다”고 한 반면 꿀 가공식품 표시에 대해서는 대답을 아꼈다.

이에 한결 자연꿀 동호회 회장은 “사양꿀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일본의 경우 사양꿀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과거 정부에서 사양벌꿀 제도를 합법화시킨 것이 아니냐”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가공식품에도 천연꿀을 사용하도록 한다면 국내 양봉산업의 천연꿀 생산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과장은 “사양꿀을 줄이고 천연꿀을 늘리는 것은 양봉산업의 산업적 가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가공식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천연벌꿀을 사용하게 될 시 국내 양봉산업의 천연꿀 생산을 촉진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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