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옥타브 넘나드는 휘파람… “예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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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다.
길을 걷다가 플루트 소리가 들려 돌아봤는데 한 중년 남성이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당동 한 연주실에서 만난 휘파람 소리의 주인공 황보서(64)씨 이야기다.
휘파람으로 정확한 음정뿐 아니라 부드러움과 떨림, 강조, 바람을 가르는 소리 등도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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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다. 길을 걷다가 플루트 소리가 들려 돌아봤는데 한 중년 남성이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글쓴이가 엄지를 들어보이자, 남성은 명함까지 주고 갔다고 한다. 명함에는 ‘한국인 최초 세계 휘파람 챔피언’이라고 적혀있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당동 한 연주실에서 만난 휘파람 소리의 주인공 황보서(64)씨 이야기다. 최근 황씨는 밀려드는 공연 섭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6년 전 유튜브에 올린 연주 영상에도 갑작스레 “입에 새를 숨겨놓은 것 같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휘파람을 불지만 휘파람으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건 모르고 있다”며 “사람들이 휘파람 연주를 일단 들어봐야 좋은지 알 수 있지 않겠나. 부지런히 돌아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접 들은 그의 휘파람 연주는 방 전체를 가득 울릴 만큼 힘이 느껴졌다. 부산 네오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협연까지 한 그의 휘파람 음역은 4옥타브를 넘나든다. 클래식부터 재즈, 민요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휘파람으로 정확한 음정뿐 아니라 부드러움과 떨림, 강조, 바람을 가르는 소리 등도 표현할 수 있다.
통상 신바람이 나서 휘파람을 분다는 관용어구와 달리 황씨는 “고독할 때 연주가 잘 된다”고 했다. 그가 휘파람 연주가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타향살이를 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낸 사연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휘파람 잘 부는 친구’로 통하던 황씨는 2010년 세계 휘파람 대회에 나가 챔피언 자리를 따냈다. 이후 직장까지 그만두고 휘파람 연주가의 길을 걷고 있다.
휘파람은 글로벌 대회가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주 종목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휘파람 불면 뱀 나온다’는 속담이 통용될 정도로 휘파람을 연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황씨는 “휘파람 연주를 한다고 하면 음악 전공자들이 콧방귀를 끼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휘파람 연주가를 길러내는 게 황씨에게 남은 숙제다. 황씨는 “하는 사람만 하는 휘파람 연주를 더 많은 사람이 했으면 한다”며 “ 앞으로 휘파람 연주를 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저변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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