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하이닉스 20조 국내 투자…국가 총력전 된 반도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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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공정의 생산기지 위상 지키는 데에 도움
설계, 소·부·장 스타트업 지원해 생태계 육성해야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1.3%(직전 분기 대비) ‘깜짝 성장’을 했다. 2021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수출·소비·건설투자 고루 괜찮았다. 경제 호조에는 반도체 경기 회복도 한몫했다. 어제 발표된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1분기 매출은 역대 최고였고,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40% 웃돌았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며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이달 초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전년의 10배인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우리 반도체 대표기업이 오래 지속된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 다행이다.
보조금 혜택을 누리고 대규모 수요처가 있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의 낸드플래시 생산기지에 20조원을 투입해 D램 공장을 짓겠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낸드플래시 공장을 더 짓는 대신, 수요가 폭발하는 HBM 생산능력을 키우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대규모 국내 신규 투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AI 메모리의 첨단 공정을 담당하는 반도체 공급기지로서 한국의 위상이 유지될 수 있게 된 점도 반갑다.
반도체 전쟁은 이제 국가가 전력을 다해 뛰어드는 총력전이 됐다. 생존을 위해 치킨게임을 벌여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기업에만 맡겨둘 일도 아니다. 도로나 철도 같은 사회간접시설(SOC) 인프라 구축이 정부의 역할인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생산의 인프라인 반도체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일본·독일 등이 공격적으로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뿌리며 제조 설비를 자국 내에 건설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조금 지원은 제조원가를 낮춰 반도체 기업의 투자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반도체 첨단공정의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강화하는 조건을 달아 우리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무엇보다 반도체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차세대 기술개발을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반도체 설계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스타트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속도를 내기 위해선 용수나 전력 공급 문제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울산시가 삼성에스디아이(SDI)의 양극재와 신형 배터리 공장 건립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공무원을 파견, 토지 수용과 인허가 절차를 2년 반이나 단축한 모범사례가 있다. 반도체 업계의 가려운 곳을 찾아 시원하게 긁어주려는 중앙정부의 적극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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