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성심당 ‘앓이’

백상진,뉴미디어 2024. 4. 2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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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이 되면 대전에서는 난데없는 '재난 경보'가 발동된다.

지역 최고의 명물이자 관광지인 성심당이 하루 문을 닫고 직원 체육대회를 하기 때문이다.

"대전역 물품보관함이 성심당 포장봉투로 가득찼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은 성심당 자체가 이미 대전의 상징이자 필수 방문코스로 자리잡았다는 걸 재확인했을 뿐이다.

빵과 케이크 만드는 재료를 아끼지 않고 지켜온 고유의 맛, 다른 빵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처럼 성심당만의 장점이 널리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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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진 뉴미디어 팀장


10월 중순이 되면 대전에서는 난데없는 ‘재난 경보’가 발동된다. 지역 최고의 명물이자 관광지인 성심당이 하루 문을 닫고 직원 체육대회를 하기 때문이다. 단 하루도 성심당 빵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날벼락이란 의미에서 이때가 가까워지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시끌시끌하다.

그런데 최근에도 성심당 관련 뉴스들이 많다. 가장 많이 공유되는 소식은 이달에 ‘망고시루’가 출시됐다는 건데, 비싼 망고가 듬뿍 올라간 4만3000원짜리 케이크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딸기시루’가 출시됐을 때처럼 폭발적인 반응이다. “대전역 물품보관함이 성심당 포장봉투로 가득찼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은 성심당 자체가 이미 대전의 상징이자 필수 방문코스로 자리잡았다는 걸 재확인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지역 기업인 성심당의 지난해 매출이 무려 1200억원을 넘었고, 대형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운영사보다 영업이익이 많았다는 뉴스가 성심당을 아끼는 이들에겐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통상 고급 화장품과 향수로 가득한 백화점 1층에 지점이 있을 정도로 대전에선 성심당에 대한 자부심과 고객 충성도가 강하다. 대전의 관광 코스는 ‘기승전 성심당’으로 끝난다는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표현)도 널리 퍼져있다.

이런 성심당의 인기는 단순한 빵집 그 이상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대전에 터 잡은 성심당은 70년 가까운 역사와 명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지점을 내지 않았다. 수도권이나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지 않고도 전국적인 인지도와 매출 상승을 이끌어낸 게 성심당의 특징이다. 빵과 케이크 만드는 재료를 아끼지 않고 지켜온 고유의 맛, 다른 빵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처럼 성심당만의 장점이 널리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밥 대신 빵을 식사 대용으로 먹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빵은 사먹기 부담스러운 제품으로 꼽힌다. 프랜차이즈와 동네 빵집을 가리지 않고 비싼 가격 때문에 구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처럼 물가는 미친 듯이 뛰는 시기엔 더욱 그렇다. 한 투자은행이 주요국의 올해 과일값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1위는 월평균 36.9%가 상승한 한국이었다.

그런데 성심당의 경우 이런 인식과 달리 빵과 과일의 불가능한 조합을 성공시켜 내면서 인기가 ‘앓이’ 수준으로 변모했다. 대표적인 게 딸기시루인데 비싼 딸기가 온전한 형태로 빈틈없이 자리잡은 모습에 많은 이들이 ‘이 가격에 이게 가능하다고?’ ‘보고도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까운 지역 딸기농장과의 계약으로 신선한 딸기를 대규모로 공급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랑받는 지역 기업들이 그렇듯 성심당도 매출과 수익에만 연연하지 않고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그날 팔고 남은 빵은 보육시설이나 양로원에 기부하고 이와 별도로 수천만원 상당의 빵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이 아닌 지역에서 사는 소비자들로선 망고시루 같은 핫 아이템을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는 게 불편할 수도 있지만 빵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성심당은 이런 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다. 빵집 투어를 나름 해봤다는 이들도 ‘성지 순례’를 하는 느낌으로 대전의 성심당이 아닌 성심당의 대전은 어떤 느낌인지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심당은 로컬의 매력은 이런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보여주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백상진 뉴미디어 팀장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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