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학대 불효자 ‘자격 박탈’… 부모 병수발 효자 ‘기여 인정’

이형민,양한주 2024. 4. 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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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5일 유류분 제도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조항은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결정했다.

패륜 행위를 한 자녀와 병수발을 한 자녀를 상속 과정에서 동등하게 대우하거나, 고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형제자매가 유류분 권리를 인정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아픈 부모를 홀로 병수발하거나 재산 증식에 크게 기여한 가족이 따로 보상 차원에서 받은 재산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도록 하는 민법 1118조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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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화 발맞춰 법 손질 필요 판단
상속인 결격사유 사례 세분화 취지
기여분까지 유류분 대상 포함은 부당
게티이미지뱅크


헌법재판소는 25일 유류분 제도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조항은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결정했다. 패륜 행위를 한 자녀와 병수발을 한 자녀를 상속 과정에서 동등하게 대우하거나, 고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형제자매가 유류분 권리를 인정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민법 1112조는 유류분 권리를 상실하는 경우를 따로 법 조항에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민법 1004조가 규정하는 ‘상속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유류분 권리가 박탈된다. 해당 조항은 고의로 가족을 살해하는 경우,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을 하게 한 경우로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생전 부모와 교류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사후 갑자기 나타나 유류분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가능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패륜 행위를 일삼은 자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건 국민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1112조에 유류분 상실 사유를 따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유류분 권리를 잃는 사례를 더 세분화해 국회가 법 조항에 담아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아픈 부모를 홀로 병수발하거나 재산 증식에 크게 기여한 가족이 따로 보상 차원에서 받은 재산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도록 하는 민법 1118조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예를 들어 현행법에 따르면 아픈 부모를 홀로 부양해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 따로 5억원 상당의 땅을 받았어도 다른 형제들이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면 보상으로 받은 땅도 유류분 소송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부모가 10억원을 유산으로 남겼다면 앞서 받은 땅까지 포함해 15억원이 유류분 산정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다만 상속 전문 변호사들은 “최근 유류분 재판 실무에서는 법원이 재산 증여 사유 등을 면밀히 검토해 소송 대상에서 빼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치매를 앓는 부모를 병수발한 대가로 따로 재산을 증여받았다면 그 재산은 유류분 산정을 위한 전체 재산에서 빼고 각자 몫을 나눈다는 것이다.

헌재도 “최근 대법원은 상속인이 기여의 대가로 받은 생전 증여를 전체 상속재산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면서 “기여의 대가로 받은 재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 관계자는 “법원 판결만으로는 부모를 부양하는 등 특별히 기여한 사람의 공로를 확실하게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모 수발 등의 기여가 명시적으로 인정되려면 민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밖에 유류분 제도를 구성하는 민법 1113~1116조에 대해 “유류분 제도는 오늘날에도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가족의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모두 합헌 결정했다. 고인이 생전 공익단체 등에 증여한 재산도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조항도 합헌 결정이 나왔다. 다만 이영진 김형두 재판관은 “공익 목적 증여도 유류분 반환의 대상으로 삼도록 하는 조항은 공익에 반한다”며 보충의견을 남겼다.

유류분=상속재산 가운데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한 상속인(배우자, 직계비속·존속, 형제·자매)을 위해 법률상 반드시 남겨둬야 하는 유산 비율. 고인의 상속재산 처분 자유를 무제한 인정할 경우 상속인의 생활보장을 침해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민법에 규정돼 있다. 자신의 유류분액을 침해한 다른 상속인 등을 상대로 재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형민 양한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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