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변화의 시작은 용기가 아니라 상상력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갈림길에 서곤 한다. 살던 대로 살 것인가, 다른 삶을 모색해볼 것인가. 그 쉽지 않은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다고 선택을 망설이면 고민의 버퍼링만 계속될 뿐이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4’는 이러한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용의 전사’ 자리에 오른 팬더 포. 그는 어디를 가나 박수 받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그런 포에게 사부 시푸는 변화를 요구한다. “‘용의 전사’를 다른 이에게 넘기고 영적 지도자가 되라”는 것이다. 고생 고생해서 정상에 올랐는데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영적 지도자라는 게 뭔지 모르겠어. 인생에서 가장 큰 적은…계단?” 계단은 ‘쿵푸팬더’ 시리즈에 계속해서 등장한다. 포가 ‘용의 전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숨을 헐떡이며 무수히 많은 계단을 오르고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계단이 눈앞에 있다. 포는 과연 그 계단을 올라갈 수 있을까.
안 해본 일, 모르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막막하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익숙하다는 이유로 맨날 해왔던 일만 반복한다면 얼마나 무료하고 지겨울 것인가. 한 번뿐인 인생,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볼 때 나조차 몰랐던, 나의 다른 면모가 드러날지 모른다. 거창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다 해도 조금 달라진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작은 발걸음도 발자국을 남긴다”는 영화 대사처럼.
아, 새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영화는 말한다. “용감해질 필요는 없어. 그냥 용감하게 행동만 하면 되는 거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상상력이다. 새로운 미래에 가슴이 마구 설레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자, ‘다음 계단’에 대한 상상력으로 자신을 낯선 환경에 내맡겨 보는 것이다. 던져보는 것이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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