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최정의 다짐…“통산 500홈런도 꼭 쳐야죠”
“개인 통산 500홈런은 달성할 수 있겠죠? 저도 욕심납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최정(37)이 활짝 웃었다. 지난 2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부산 원정경기에서 올 시즌 10호이자 개인 통산 468호 홈런을 터트린 뒤였다. 최정은 이 홈런으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갖고 있던 종전 기록(467개)을 넘어 역대 최다 홈런 1위로 올라섰다. 앞으로 최정은 홈런을 추가할 때마다 KBO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쓴다. 통산 홈런 1위 자리를 13년 만에 후배에게 물려 준 이승엽 감독은 “최정이 앞으로 500홈런 시대를 열 것 같다. 600홈런까지도 칠 수 있는 타자”라고 덕담을 했다.
최정은 “이승엽 감독님의 기록을 넘어섰다니 ‘가문의 영광’이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지만,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600홈런은 어렵겠지만, 500홈런은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더 큰 목표를 품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최정이 세운 값진 이정표가 하나 더 있다. 그는 올 시즌 10홈런 고지를 밟으면서 2006년부터 이어온 연속 시즌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19년으로 늘렸다. 최정은 2021년 이미 장종훈(1988~2002년)과 양준혁(1993~2007년)의 종전 최고 기록(15년 연속)을 뛰어넘었고, 그 이후 해마다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해왔다. 다음 시즌에도 홈런 10개 이상을 때리면 20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최정은 “특히 애착을 가진 기록이다. 내 기록을 내가 깨나가는 게 좋아서 그동안 이 기록을 목표로 달려왔다”며 “최다 홈런도 달성했고, 홈런 10개도 채웠으니 남은 시즌은 좀 더 편하게 타석에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정이 신기록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면서 그의 468호 홈런공을 누가 손에 넣게 될지도 관심거리였다. SSG 구단은 역사적인 홈런공을 돌려받기 위해 미리 총 1500만원 상당의 보상을 약속했다.
행운의 주인공은 서울에 사는 KIA 타이거즈 팬 강성구(37)씨였다. 취미로 사회인 야구를 하는 강씨는 회사 프로젝트 때문에 부산에 머물다 이날 최정의 홈런공을 잡기 위해 사직구장을 찾았다. 강씨는 홈런공을 최정에게 돌려주는 대가로 올해와 내년 SSG랜더스필드 라이브존 시즌권 2매, 최정의 친필 사인 배트와 선수단 사인 대형 로고볼, 내년 스프링캠프 투어 참여권 2매, 이마트 온라인 상품권(140만원), 스타벅스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호텔 숙박권(75만원), 상품권(50만원) 등을 받았다.
강씨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전날 집에 들어가다 휴지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선행을 했더니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긴 것 같다”며 “그래도 올해 우승은 KIA가 했으면 좋겠다. 우리 김도영(KIA) 선수가 최정 선수처럼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로 훌륭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최정은 24일까지 친 홈런 468개 중 홈인 인천에서 절반이 넘는 253개(54%)를 터트렸다. 그다음으로는 한화 이글스의 홈인 대전에서 34개,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함께 쓰는 잠실에서 31개를 각각 때렸다. 최정에게 가장 많은 홈런을 맞은 팀도 한화다. 15%에 해당하는 68개를 한화전에서 쳤다. 삼성 라이온즈(63개), 두산(56개), KIA(53개), 롯데(52개)도 자주 홈런의 희생양이 됐다.
최정이 홈런을 친 상대 투수는 총 263명. 한화와 KT 위즈에 몸담았던 안영명이 8개로 가장 많은 홈런을 허용했다. 롯데와 두산에서 뛴 장원준이 7개로 뒤를 이었다. 현역 투수 중엔 롯데 박세웅과 KIA 양현종이 6개로 최정 상대 피홈런이 가장 많았다.
2007년 SK에 입단해 최정과 숱한 역사를 함께 써온 에이스 김광현은 “16~17년 전 형과 내가 서로 승리 수와 홈런 수를 놓고 내기를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며 “아마도 내가 최정이라는 타자가 친 홈런의 혜택을 가장 많은 투수일 것”이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때마침 롯데 더그아웃에서 친형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게 된 동생 최항도 "어릴 때 집에 오자마자 옥상에서 혼자 훈련하던 형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홈런 개수만큼 형의 발자취가 느껴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 남은 기록들도 형이 늘 하던 대로, '최정답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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