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반쪽 출발…“증원 논의할 계획 없다” 선그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 노연홍(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위원장은 25일 첫 회의에서 “정부의 의료개혁은 의료체계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시기상으로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등이 참석하지 않아 ‘개문발차’(문이 열린 상태로 차가 출발하는 것을 빗댄 표현) 하는 상황이 됐다.
첫 회의에 대한 관심도 의·정 갈등의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문제에 집중됐지만, 노 위원장은 “특위에서 의대 정원을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특위는 의료체계와 제도 개혁을 조금 더 큰 틀에서 논의하는 기구”이며 “의료인력 수급 조정 기전(기구)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의대 정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기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의 불참에 대해 노 위원장은 “의료개혁의 동반자로서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의 조속한 특위 참여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개혁특위는 4개의 과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상반기에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4개 과제는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다. 특위는 이를 위해 수가 인상과 지불제도 혁신, 적절한 의료 이용을 위한 유인체계 마련, 전공의 근로 개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의사단체 없이 시작한 특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한 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대 증원 문제가 특위 안건이 아니라는 위원장의 뜻은 존중하지만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특위 활동은 반쪽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의협 등의 특위 불참을 비판했다. 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특위의 형식적 운영은 안 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의료개혁특위는 한 달에 한 번, 특위 산하 전문위원회는 매주 열릴 예정이며 2차 특위는 5월 둘째 주로 잡혔다.
한편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 한 달째인 이날 서울의 ‘빅5’ 병원에서 교수들의 대거 이탈 움직임은 없었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냈더라도 실제 대학 본부나 병원 측에 접수된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직 효력’ 발생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시각도 엇갈려 혼란을 준다. 의료계는 민법에 따라 사직 의사를 밝힌 뒤 한 달이면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대학 교원 신분인 교수들의 경우 국가공무원법을 우선 적용받기 때문에 민법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단 입장이다.
하지만 사직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공백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지도부 4명이 다음 달 1일부터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아직 사직서를 정식 제출하지 않았던 가톨릭의대 등도 26일 학장에게 직접 제출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에는 교수들의 사직이 이어진다는 소식에 암 환자를 비롯해 평소 이 병원에서 진료받던 환자가 몰려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문상혁·남수현·채혜선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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