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지 않아요”… 벼랑 끝 청년 기초생활수급자들

유하늘 2024. 4. 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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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가계부] 수급비 70만원으로 겨우 버티는 기초생활수급자들
가계부 통해 지출 내역 확인했더니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여전히 고통스럽기만 하다. 매달 70여만원의 수급비로는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하다.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목돈을 마련하고 싶지만 일정 수입이 생기면 수급자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 이들은 빈곤의 굴레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우리들의 가계부]는 다양한 인물들의 가계부를 소개한다. 수급비에 의존해 고물가에 대응하고 있는 청년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일상을 취재했다.

옷 사기도 힘들어서...“무료나눔 해주세요”

이씨가 나눔받은 신발과 당근의 나눔 게시물.

나라에서 주거급여를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이모(31)씨는 최근 오른 물가에 부담을 느껴 하루 만원 이내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티셔츠 한 장을 사도 만원이 넘는다”며 “옷을 사면 하루 예산이 초과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중고거래를 자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근마켓에 괜찮은 옷들이 많이 올라와있다. 비싼 옷도 3000원 이내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태가 좋은 물건들도 나눔으로 올라올 때가 있다. 얼마 전에는 신발을 공짜로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사용하는 경기지역화폐.

이씨는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6%씩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만원 충전하면 600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그는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마트 갈 때 상추나 애호박을 하나씩 더 사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며칠 전 옆 동네 도매시장에 다녀왔다. 라면과 시리얼 등 비교적 저렴한 식료품을 더 싸게 구입하기 위해서다. 그는 “가까운 동네 마트가 있지만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걸어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아껴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이씨는 “과일은 작년 말부터 사 먹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울토마토 한 팩 사 먹기도 두렵다. 사소한 음식 앞에서 큰 마음을 먹어야 할 때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 별로 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이씨의 일주일 가계부. 이씨 제공

이씨는 일주일 동안 5만4400원을 지출했다.

수기로 가계부를 쓰고 있는 이씨는 “예상 수입과 지출 계획을 작성하지 않으면 수입 대비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를 쓰면 얼마나 쓰고 있는지 눈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해 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누리카드로 삶의 활력 찾는 기초생활수급자들

의료급여를 받는 김씨의 처방전. 김씨 제공

운동신경원질환과 뇌전증을 앓고 있는 30대 김모씨는 일을 할 수 없어 나라의 도움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당장 필요한 게 있어도 비싸서 사지 못할 때가 많다”며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장애인 수급비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작은 로션 하나에 2500원이었는데 지금은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결국 지인에게 부탁해 공짜로 받았다.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처지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여느 젊은 청년들처럼 자기 자신을 꾸미고 싶었던 김씨는 최근 재능기부 봉사자로부터 네일아트를 받았다. 그는 “중고거래 앱이나 사이트에서 찾아 종종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일주일 지출내역. 김씨 제공

김씨는 일주일 동안 5만2013원을 지출했다.

김씨는 “마트에 자주 가는데 채소나 과일값이 많이 올랐다”며 “작은 채소 하나에도 부담을 느낀다. 밥은 해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식재료만 사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쌀 '나라미'. 김씨 제공

생계급여나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0kg 나라미를 한 달에 한 번 2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시중 쌀보다 90% 이상 저렴해 김씨도 꾸준히 사고 있다. 그는 “나라미 덕분에 끼니는 거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용하는 문화누리카드. 김씨 제공

김씨는 문화누리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이 카드로 책을 사거나 KTX 예매도 할 수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2만 원 더 줘서 좋다”고 말했다.

2024년 기준 1인당 연 13만원을 지원하는 문화누리카드는 △문화예술 △국내관광 △체육활동을 위해 만 6세 이상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카드다.

네이버 카페 '복지 아는게 힘' 캡처.

문화누리카드 이용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네이버 카페 ‘복지 아는게 힘’에 따르면 한 20대 기초생활수급자 A씨는 얼마 전 해당 카드로 교재값 11만8000원을 결제했다. 그는 “올해로 3년째 대학 교재를 구입하고 있다”며 “문화누리카드가 없었다면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누리카드 관계자는 “지원 금액 확대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공연, 전시, 축제 등 개인별 맞춤형 정보 제공을 강화해 수혜자가 문화로 행복한 일상을 향유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유하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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