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치닫는 하이브-민희진 갈등… “배임 고발” VS “하이브가 배신”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해 독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모의한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들을 찾았다며,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민 대표는 “모든 증거가 맥락이 제거된 채 공개됐다”며 경영권 탈취는 전혀 맞지 않는 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하이브는 25일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하이브는 어도어 대표이사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며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이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하이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민 대표를 주축으로 한 어도어의 경영진들이 어도어를 빈껍데기로 만들어 재무적 투자자를 구한 뒤 하이브에 어도어를 팔라고 권유해 매각하고, 민 대표가 어도어 지분을 취득하며 독립한다는 계획을 세운 대화 기록이 남았다. 하이브는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 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며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는 대화도 오간 게 확인됐다”고 했다.
하이브는 해당 자료들을 근거로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이날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하이브는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며 오는 30일 어도어 이사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민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가 오히려 저를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주주에게 도움 되는 계열사의 사장을 찍어누르는 게 배임 아니냐”며 하이브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자신의 경영 방식에 대한 의견 차로 인해 누적된 갈등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뉴진스를 하이브의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는 약속을 깨고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킨 것부터 뉴진스 홍보를 방해해왔던 지난 2년여간의 일들이 방 의장에 대한 신뢰를 깨트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이브의 경영 방식에 대해 항의하고자 내부고발을 했는데, 그에 대한 보복으로 하이브가 감사에 착수했다는 게 민 대표의 주장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20여분 전에 그가 회사의 주요한 경영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상의하며 결정했고, 인사에도 개입해온 증거를 발견했다며 ‘긴급 자료’를 배포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제시한 문서, 대화 등의 자료가 모두 맥락이 빠진 채 공개돼 오해를 조장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제가 이전에 나눈 카카오톡 대화들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상황에서의 대화였는데, (공개된 사진 속엔) 그 맥락이 다 빠져있지 않나. (경영권 탈취라는) 프레임에 맞춰진 것”이라며 “하이브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상황에서 주주 간 계약 사항을 하이브와 협의해 수정하던 중이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농담처럼 적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외부 투자자 유치에 대한 언급 역시 가볍게 했던 이야기며, 외부 자문을 받았다는 것도 계약서 내용이 어려워 지인에게 물어봤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 대표와 기자회견에 동행한 이숙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배임이라는 건 회사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실제로 했을 때 성립하는 건데, 저희가 봤을 땐 가치를 훼손하는 실제 행위를 기도하거나 착수한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배임에는 예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가 강조한 건 그가 지난 22일 밝혔던 입장과 같았다. 같은 모회사 내 레이블끼리 그룹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콘셉트가 유사한 것이 K팝 시장을 망친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레이블끼리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지원과 컴백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진스는 오는 5월 국내 컴백, 6월 일본 데뷔 싱글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민 대표 역시 현재는 뉴진스가 준비해오던 컴백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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