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치닫는 하이브-민희진 갈등… “배임 고발” VS “하이브가 배신”

정진영 2024. 4.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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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뉴시스, 하이브 제공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해 독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모의한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들을 찾았다며,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민 대표는 “모든 증거가 맥락이 제거된 채 공개됐다”며 경영권 탈취는 전혀 맞지 않는 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하이브는 25일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하이브는 어도어 대표이사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며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이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하이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민 대표를 주축으로 한 어도어의 경영진들이 어도어를 빈껍데기로 만들어 재무적 투자자를 구한 뒤 하이브에 어도어를 팔라고 권유해 매각하고, 민 대표가 어도어 지분을 취득하며 독립한다는 계획을 세운 대화 기록이 남았다. 하이브는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 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며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는 대화도 오간 게 확인됐다”고 했다.

하이브가 25일 공개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경영진 사이의 대화. 하이브 제공


하이브는 해당 자료들을 근거로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이날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하이브는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며 오는 30일 어도어 이사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민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가 오히려 저를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주주에게 도움 되는 계열사의 사장을 찍어누르는 게 배임 아니냐”며 하이브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자신의 경영 방식에 대한 의견 차로 인해 누적된 갈등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뉴진스를 하이브의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는 약속을 깨고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킨 것부터 뉴진스 홍보를 방해해왔던 지난 2년여간의 일들이 방 의장에 대한 신뢰를 깨트렸다는 것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하이브의 경영 방식에 대해 항의하고자 내부고발을 했는데, 그에 대한 보복으로 하이브가 감사에 착수했다는 게 민 대표의 주장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20여분 전에 그가 회사의 주요한 경영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상의하며 결정했고, 인사에도 개입해온 증거를 발견했다며 ‘긴급 자료’를 배포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제시한 문서, 대화 등의 자료가 모두 맥락이 빠진 채 공개돼 오해를 조장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제가 이전에 나눈 카카오톡 대화들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상황에서의 대화였는데, (공개된 사진 속엔) 그 맥락이 다 빠져있지 않나. (경영권 탈취라는) 프레임에 맞춰진 것”이라며 “하이브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상황에서 주주 간 계약 사항을 하이브와 협의해 수정하던 중이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농담처럼 적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외부 투자자 유치에 대한 언급 역시 가볍게 했던 이야기며, 외부 자문을 받았다는 것도 계약서 내용이 어려워 지인에게 물어봤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 대표와 기자회견에 동행한 이숙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배임이라는 건 회사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실제로 했을 때 성립하는 건데, 저희가 봤을 땐 가치를 훼손하는 실제 행위를 기도하거나 착수한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배임에는 예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가 강조한 건 그가 지난 22일 밝혔던 입장과 같았다. 같은 모회사 내 레이블끼리 그룹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콘셉트가 유사한 것이 K팝 시장을 망친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레이블끼리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지원과 컴백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진스는 오는 5월 국내 컴백, 6월 일본 데뷔 싱글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민 대표 역시 현재는 뉴진스가 준비해오던 컴백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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