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수업거부, 교수는 사직…"누구 믿고 정책 짜나" 대학 대혼란

이후연, 이가람 2024. 4. 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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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되면서 사직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25일 오후 청주 충북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추진 중인 대학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학사 파행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말까지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대학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정부와 의료계 눈치만 보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의대생 설득하려면 교수 협조 필수적인데…”


각 대학은 30일까지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정하고 학칙을 개정해 대교협에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의정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섣불리 의대 증원 개편안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5일에 집단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들은 민법에 따라 한 달이 지나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부총장은 “정원을 자율 감축한다 해도 의대 교수들과 협의를 해야 하고, 학생들을 돌아오게 하고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게 하기 위해서도 의대 교수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최대한 의대 교수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대학 본부가 뭔가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의대를 둔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간담회를 통해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4월 말까지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각 대학이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합의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하는 대학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어제의 ‘정부’와 오늘의 ‘정부’가 다르고, 교육부와 복지부, 대통령실이 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대체 누구를 믿고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수 사직 행렬에 의대생 수사까지…난처한 대학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의과대학 앞으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족보 공유 금지' 등을 내세우며 다른 학생에게 휴학을 강요, 수업 복귀를 막은 한양대 의대생에 대한 수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교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대생들의 설득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29일에 수업을 재개하기로 한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은 복귀 인원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24일까지 ‘일반휴학 취소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학생들 참여가 저조해 마감 기한을 이틀 더 늘렸다. 학교 관계자는 “수업 재개 후 돌아오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 휴학을 승인할지 무단 결석 처리를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입장에선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가 어떤 파문을 몰고 올지도 불안하다. 최근 수업 거부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 한양대 의대생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만약 정부가 의대생들 털끝이라도 건드린다면 남은 건 오로지 파국뿐”이라고 경고했다.

의예과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다른 학생들에게 휴학을 강요하며 동참하지 않으면 ‘족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한 의대생을 입건한다는 기사를 보고 학부모들이 크게 동요했다”며 “이렇게까지 해서 정부가 학생을 나쁜 아이들로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기가 찬다”고 말했다.


“26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 가능”에 “혼란만 가중”


한편 이날 정부는 의료계가 통일된 의대 증원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의료계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통일된 방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며 “일정상 조정이 불가능한 2025학년도 정원을 제외하면 어떤 논의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별 증원 규모와 시점이 계속 번복되면서 입시 현장의 혼란만 가중된다는 불만도 크다. 수험생 김 모 씨는 “2000명 증원이 얼마나 과학적 증거가 없었던 것인지 총선 이후 정부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 정도로 ‘딜’이 가능했던 것이라면, 처음부터 제대로 딜을 해서 수험생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혼란을 주지 않았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이가람·이후연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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