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특혜 논란 '민주유공자법'…보훈부, 대통령 거부권 요청 검토

이유정, 이근평 2024. 4.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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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유공자법과 가맹사업법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민주유공자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면서 소관 부처인 국가보훈부가 25일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법안 통과시)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의를 부처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다.

보훈부 이희완 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화 운동의 피해 보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과 국가적 존경과 예우의 대상인 유공자를 결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법률에 구체적인 심사 기준이 없어 유공자 선정 과정에서 민원과 쟁송이 끊임없이 제기돼 사회적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부산 동의대 사건, 남민전 사건, 서울대 프락치 사건 관련자에 대해선 유공자로 인정할 만한 사회적 합의가 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법안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위반자도 보훈 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민주 유공자로 등록이 가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제2연평해전의 참전용사이자 국가 유공자인 이 차관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보훈부가 법안의 문제점을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표결로 민주유공자법 등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의결했다.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이 18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위치한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 군 장병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보훈부는 이번 법의 적용 대상자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데다 유공자 선정을 위한 심의 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은 제4조를 통해 “반민주적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한 희생 또는 공헌이 명백히 인정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보상법과 부마 민주항쟁 보상법에 따라 사망·행방불명, 부상 등으로 보상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정작 이들 중 유공자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게 보훈부의 입장이다. 민주화보상법 또는 부마항쟁법으로 피해보상·명예회복을 받은 인원은 각각 9844명, 520명으로 총 1만 364명인데, 이 가운데 사망자, 행방불명자, 부상자 등 911명의 가족 등이 민주 유공자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에 따라 민주유공자로 인정되면 본인과 자녀가 대학 입시 전형에서 유공자 특별전형의 대상이 되고, 보훈 병원의 진료, 재활 서비스와 민간 노인 요양 시설 이용비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민주유공자법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아 형이 확정됐더라도, 보훈부의 심의·의결에 따라 유공자로 선정될 수 있게 한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보훈부 입장이다. 법안은 민주화 운동 관련 사건의 특성상 권위주의 시절 부당하게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출구’를 열어둔 셈인데, 보훈부는 이마저도 사안별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유공자로 선정하려면 심의·의결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지금 법안으로는 부처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달리, 현행 국가유공자법은 적용 대상자와 유공자의 선정 기준을 법률에 일일이 나열하고 있다. 순국선열·애국지사·전몰군경·전상군경·4·19혁명 사망자 등 18가지 유형에 한해 세부 기준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국가의 수호·안전 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의 관련 정도, 본인 과실 유무’ 등을 중점적으로 따지도록 했다.

한편 부산 동의대 사건은 1989년 3월 21일 동의대 학생들이 학내 시위를 벌이던 중 사복 경찰 5명을 붙잡았다가 경찰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 7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 당한 사건을 말한다.

1979년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은 관련자들이 반국가단체 판결을 받았고, 84년 ‘서울대 프락치(경찰 내통자) 사건'은 서울대 학생들이 타학교 학생·민간인 등 4명을 정보기관 프락치로 오인해 감금, 폭행한 사건이다. 이들 사건은 모두 민주화 운동 백서에 명예 회복 또는 보상 대상으로 수록돼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피해 보상이 이뤄졌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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